[Culture Interview]성동문화재단 윤광식 대표이사 “‘’스마트 기술‘로 더 넓은 세상에 ’문화‘를 그리다”
[Culture Interview]성동문화재단 윤광식 대표이사 “‘’스마트 기술‘로 더 넓은 세상에 ’문화‘를 그리다”
  •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김재성 사진기자
  • 승인 2022.05.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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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세계 열 ‘스마트’ 도시 계획, 기존 관념 탈피해야
소월아트홀 3월 재개관…대형 공연, 미디어 파사드 계획
“문화재단 발전, 직원역량강화ㆍ재정자립 있어야”
직원들, 출근 설레고 든든함 주는 재단 만들고파
문화다양성 기초한 ‘영화제’ 개최 목표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김재성 사진기자]2016년 이후 서울의 신흥 주거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은 업무, 여가, 생활의 터전이 근접하게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청년문화를 선도하는 문화지구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 성동구는 마포와 용산에 비해 골목상권 형성이 비교적 늦게 시작됐음에도 강남, 종로, 중구 등 서울 중심 업무지구와 가까운 거리적 이점으로 스타트업 기업의 성지가 됐다. 이에 성수동, 옥수동, 행당동 등 지역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문화적 인프라도 자체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성동구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하고 지역 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성동문화재단은, 문화적 소통을 통해 세대를 연결하고 생활 속에서 문화를 누리는 삶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봄에는 응봉산 개나리 축제, 가을에는 태조 이성계 축제가 열린다. 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은 2017년 시작돼 성동구의 대표적인 대표 음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또한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은 아이들이 음악교육을 통해 바른 인성 속에서 문화예술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가르치며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하여 엘 시스테마 코리아의 모범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이끄는 이가 성동문화재단 윤광식 대표이사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윤 대표이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좌관, 성동문화재단 이사, 성동구 보육정책위원 등의 문화 분야에서 오랜 활동을 이어온 문화정책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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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홍보영상 ‘성동에 살아요’ 캡처

취임하자마자 윤광식 대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성동구가 가진 문화적 콘텐츠였다. 윤 대표는 왕십리의 ‘고산자로’를 모티브로, 김정호가 스마트 문화도시 성동에 다시 나타났다는 설정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서울숲, 언더스탠드 에비뉴, SM엔터테인먼트, 성수동 수제화 거리 등 김정호의 시선이 닿는 곳곳을 영상으로 담았다. 여기에 성동구민 가수 인순이의 목소리가 더해져 그 의미를 더했다.

윤광식 대표는 문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그간의 업무적 경험을 토대로 성동문화재단이 지역 문화기관의 역할뿐만 아니라 나아가 중앙정부의 문화 정책까지 선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지닌 야심가이다. 이러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그가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재단 직원 개개인을 문화행정가로 만드는 일이었다. 윤 대표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아이템을 선점해 나가야 공모 사업이든 보조 사업이든 진행이 가능한 부분이고, 이것이 곧 기관의 경쟁력”이라는 신념으로 작년 10월부터 직원 중 희망자에 한해 서양 문화사 강의를 직접 진행했다. 이후 동양 문화사와 실무에 필요한 문화예술진흥법, 공연법, 예산 시스템, 문화 산업 전반에 대한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성동구의 비전인 ‘스마트 포용도시’에 재단의 정체성이 더해진 ‘스마트 문화도시’ 구현을 위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있는, 성동구민의 문화동반자 윤광식 대표이사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문화재단의 역할에 관해 물었다. 

▲윤광식 성동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재성 사진기자
▲윤광식 성동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재성 사진기자

지난해 6월 25일 취임 후 1년에 가까운 시간을 가쁘게 달려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좌관, 성동문화재단 이사, 성동구 보육 정책위원 등의 문화 분야에서 오랜 활동을 이어온 문화 전문가의 취임 소식에 주위의 기대도 높았을 것 같은데, 지난 11개월은 어떠했는가?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지금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서 일하며 중앙부처가 주도적으로 그들의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일을 해보니, 실질적으로 업무를 집행하고 주민들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문화재단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국에 지역 문화재단이 115개, 광역문화재단이 17개인데 대표자가 어떤 마인드를 갖느냐에 따라 문화재단의 역할은 천차만별로 나뉜다. 중앙정부가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예산을 산정해 정책을 집행하면, 그것의 수혜자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구민들이 이러한 수혜를 더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고, 우리 재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성동문화재단은 특히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초점을 맞추며 포럼을 개최하고,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와 협약을 체결하는 등 스마트 문화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예술과 4차 산업의 결합에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다양한 기업과 단체와의 MOU를 통해 확장된 인적 네트워크는, 성동구의 비전인 ‘스마트 포용도시’와 결을 같이 하며 우리 문화재단만의 정체성이 더해진 ‘스마트 문화도시’를 구현하는 밑거름 역할을 한다. 스마트 문화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중이 각각 50대 50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문화자원과 예술가의 협업에 기업의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구민들 나아가 국민들의 문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소월아트홀 재개관 기념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여행 공연 장면 ⓒ성동문화재단
▲소월아트홀 재개관 기념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여행 공연 장면 ⓒ성동문화재단

성동구는 소월아트홀, 성수아트홀, 도서관, 전시실, 청소년 시설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구민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문화와 복지가 결합된 형태인데 참여도와 반응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구민들의 참여도는 대단히 높다. 행사 공지가 올라오면 보통 1~2시간 이내에 매진될 정도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재단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코로나로 인해 대규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웠으며 축제도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이제 멈춰있던 대면 행사를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지난 8~9개월은 직원들은 문화 행정가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발전의 시간이었고, 기존의 축제를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준비의 시간이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축제 콘텐츠와 더불어, 월별 주요 행사 일정을 새롭게 정리하여 이에 맞는 행사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성동구민대학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온라인 채널 줌(ZOOM)을 활용한 비대면 강의로 제공되다, 2년 만에 대면 강좌를 개강했다. 수강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강의실 리모델링과 노후화된 시설 교체 등을 통해 강의 환경을 개선했다. 구민들에게 평생교육과 열린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소월아트홀은 지난 3월 15일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앞으로의 공간 활용 계획이 궁금하다.

지난 3월 15일 국비와 시비 등 총 75억 원을 들여 전면 리모델링을 마친 소월아트홀이 재개관했다. 무대, 음향, 조명, 기타 기계 설비와 연습 공간 등이 180도 바뀌었다. 520개의 객석 의자도 전면 교체해 관람객들의 편의를 높였다. 재정비된 시설을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시민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국립합창단과 발레단, 심포니 단체들을 초청해서 장르별로 국립극단 수준의 예술을 선보여 예술의전당 부럽지 않을 정도의 품격 있는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공연장 외부는 통유리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미디어 파사드를 구현해도 좋을 것 같다.

주민들이 공예·그림 장터를 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소월아트홀 광장도 재정비했다. 국내 그림 시장에서 작품들은 대부분 고가여서 일반 시민이 향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광장이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일반 시민뿐 아니라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도 자기가 만든 그림, 공예품을 사고파는 문화 공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소월아트홀이 성동구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코어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윤광식 성동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재성 사진기자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따라 중앙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역문화재단은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운영된다. 기본적으로 사업비 계획을 작성해 구청과 협의를 통해 승인받게 돼 있지만, 그럼에도 출연기관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총액 중심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전용 사업이 많기 때문에, 완전히 사업비가 삭감되지 않는 한 정권이 바뀌더라도 구청에서 승인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구청에서 나오는 출연금 중 인건비가 60~70%를 차지한다. 금액으로만 본다면 사용 가능한 사업비가 많지 않지만, 상당수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등과 함께 하는 공모 사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을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문화재단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 공공기관은 지자체의 의존도를 계속 높여가면 갈수록 불편해진다고 생각한다. 경상 운영비와 인건비 정도만 구에서 보조해준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사업비는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벌어 쓸 수 있어야 한다. 즉, 재정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에 기업의 메세나 후원은 재단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성동 문화나눔 기업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부터 인증현판 전달과 문화재단 공연에 초청하는 등의 혜택을 통해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려 한다. 아울러 소액 다 건의 기부 문화를 확산시킬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성동구의 인구가 28만 5천 명인데 그 중 도서관 가입자 수가 15만 명이다. 인구의 절반인 셈이다. 회원 DB를 활용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1인당 1만 원 기부가 1천 명에게만 이루어진다면 월 1천만 원의 후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계속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재단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반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가장 필요한 것은 직원들의 역량 강화이다. 자체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아이템을 선점해 나가야 공모 사업이든 보조 사업이든 진행이 가능한 부분이고, 이게 곧 기관의 경쟁력이 된다. 역량 강화의 기본은 교육이다. 물론 이전에도 교육 프로그램들은 정말 많았지만, 현실적이거나 실질적이지 않았기에 실효성이 떨어졌다. 직급에 맞는 역할 모델을 만들고, 전국의 여러 현장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문화적 기본 소양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야 다른 지식의 습득이 빠를 것으로 판단해, 작년 10월부터 직원 중 희망자에 한해 서양 문화사 강의를 직접 했다. 이후 동양 문화사 강의도 예정되어 있다. 이에 대한 강의가 끝나면 실무에 필요한 문화예술진흥법, 공연법, 예산 시스템, 문화 산업 전반에 대한 내용도 전달하려 한다. 

성동문화재단을 이끌어 갈 운영철학과 방향은 무엇인가.

매일 아침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꿔주시고, 불안함을 든든함으로 채워주시고, 허전함을 거룩함으로 이끌어 달라’는 기도를 드린다. 우리 재단 직원들에게 회사는 두려움보다 설레는 곳, 불안함보다 든든함을 주는 곳, 허전함보다 거룩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 되길 늘 바란다. 이러한 직장은 대표 혼자 만들 수 없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만 한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들의 움직임에 의해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시스템을 통해 조직이 확장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에 대한 설렘을 갖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소통법을 알면 훨씬 더 설레는 직장생활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설레는 직장 생활을 위해 많은 것을 오픈하고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 하고 있으며, 앞으로 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올해의 경영 목표와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일을 각각 꼽는다면?

올해 가장 주력하게 될 사업은 앞서 말한 ‘스마트 문화도시’가 될 것 같다.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바로 ‘아시아 영화제’ 추진이다. 성동구는 한강을 끼고 있는 자치구 18곳 중 가장 긴 수변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장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이에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아시아 영화제를 만들어 보고 싶다. 비용 문제와 리스크 관리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인프라가 많은 성동구라면 전에 없던 새로운 영화제로 국내는 물론 해외의 이목까지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와 더불어, 성동문화재단 직원들을 위해 독립 청사를 꼭 만들어 주고 싶다.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며, 든든한 문화 일꾼들로 자리하고 싶다.  

▲윤광식 성동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재성 사진기자

성동구민들이 문화예술을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문화동반자’로서 각오와 당부의 한마디 부탁한다.

구민들이 문화 재단을 얼마나 가깝고 친숙하게 느낄지, 솔직히 잘 알 수 없다. 구민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지만 구청 등 다른 기관처럼 적극 행정을 하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구민들의 문화 향유권 증대를 위해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2년 반 넘는 코로나 기간은 많은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그 흔적을 남겼으리라 생각한다. 이를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치유할 수도 있다. 성동문화재단의 모든 직원은 구민들이 자부심을 느낄만한 문화 복지를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겠다.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