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팀 버튼 세계로의 여행,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현장리뷰] 팀 버튼 세계로의 여행,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5.11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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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디자인전시관, 오는 9월 12일까지
10여년 만에 다시 한국 찾은 팀 버튼 감독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나의 창작이 타인의 영감이 되길 바란다.” 자신의 50여년의 기록과 창작품을 통해 전시를 선보이는 팀 버튼 감독이 한국 찾아 전한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지난달 DDP 전시 현장을 찾은 팀 버튼 감독 ⓒ서울문화투데이
▲지난달 DDP 전시 현장을 찾은 팀 버튼 감독 ⓒ서울문화투데이

지난 2012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와 공동 기획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선보였던 팀 버튼이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팀 버튼 프로덕션이 직접 기획한 월드투어 프로젝트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 또한, 한국이 《THE WORLD OF TIM BURTON》 프로젝트의 첫 전시 개최지가 됐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9일에는 팀 버튼 감독이 직접 참석한 언론간담회가 진행됐다. 판타지 영화의 세계적인 거장이자 판타지, 코미디, 호러가 뒤섞인 이른바 버트네스크(Burtonesque, 버튼 양식)라는 스타일을 창조해낸 팀 버튼 감독을 향한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간담회 진행 이후에는 팀 버튼 프로덕션에 브랜디 폼프렛 총괄 큐레이터가 전시 투어를 진행했다.

간담회 중 전시장으로 이동하던 찰나, 팀 버튼 감독의 오랜 한국 팬들이 나타나 사인을 받는 등 예측할 수 없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갑작스레 등장한 팬들에게도 사인을 해주며, “You are my hero(당신은 내 영웅이다)”라고 외친 팬에게 환한 미소를 보내주기도 했다.

▲기자간담회 현장 팀버튼 감독, (사진=지앤씨미디어 제공)
▲기자간담회 현장 팀버튼 감독, 브랜디 폼프렛 총괄 큐레이터가 참석했다. (사진=지엔씨미디어 제공)

“서울 DDP 첫 전시, 영광이다”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된 팀 버튼 프로덕션의 《THE WORLD OF TIM BURTON》 프로젝트 전시에는 지난 10년 전 한국에 처음 방문했던 팀 버튼 감독의 경험과 DDP공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공개된다.

팀 버튼 감독은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이 DDP는 내게 정말 많은 영감을 줬고, 꼭 이곳에서 전시를 개최하고 싶었다”라며 “우주선과 같은 DDP와 마치 우주선 내부로 들어온 듯한 이 기자간담회 장소는 내게 집에 온 듯 한 편안함을 전한다”라며 공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기 전 외부에서는 팀 버튼 감독의 시그니처인 대형 ‘벌룬 보이’ 조형물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실내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팀 버튼 감독이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8.5미터의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의 외계인 조형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세 마리의 외계인들은 DDP로 지금 막 상륙한 듯 벽면을 뚫고 전시장을 휘감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조형물에 대해 팀 버튼 감독은 “10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외계인의 우주선 같은 공간에서 나의 전시를 열게 돼 너무 기뻤다. 새롭게 선보이는 이 조형물들은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물이다”라고 코멘트를 직접 남겼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팀 버튼이 어린 시절 그린 스케치부터 회화, 데생, 사진 뿐 만 아니라 영화 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델까지 최초로 공개되는 150여 점의 작품을 포함해 총 52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공개한다.

▲전시장 외부 '벌룬보이' 조형물 앞 팀 버튼 감독 ⓒ서울문화투데이
▲전시장 외부 '벌룬보이' 조형물 앞 팀 버튼 감독 ⓒ서울문화투데이

팀 버튼 세계의 흐름(flow)을 공개

지난 10년 전 열린 팀 버튼 전시와 올해 개최되는 전시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지난 10년 사이 새롭게 개봉한 작품에 대한 드로잉과 캐릭터 모델들도 있겠지만, 가장 다른 것은 전시 구성이다.

팀 버튼 프로덕션 브랜디 폼프렛 총괄 큐레이터는 “MOMA와 함께 기획했던 전시는 팀 버튼의 역사를 연대기 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라며 “미술관과 함께한 기획인 만큼 학구적인 측면도 강했는데, 이번 전시에선 팀 버튼의 창작 과정과 흐름에 따라 전시장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팀 버튼의 예술 세계를 총 10개의 주제로 구분해 선보인다.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관람객들이 보다 감각적으로 팀 버튼의 작품 창작 과정과 세계관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무제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Untitled (The Melancholy   Death of Oyster Boy and Other Stories), c. 1982-1984 ⓒTim Burton
▲무제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Untitled (The Melancholy Death of Oyster Boy and Other Stories), c. 1982-1984 ⓒTim Burton

<섹션1: 인플루언스(INFLUENCES)>에선 팀 버튼의 가장 초기 작품을 전시한다. 그의 유년 시절을 선보이고, 그의 예술세계에 영향을 끼쳤던 인물을 짚어본다. <섹션2: 특별한 홀리데이(HOLIYDAYS)>는 팀 버튼 영화의 주요한 소재인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기획된 공간이다. 캘리포니아의 버뱅크라는 작고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자란 팀 버튼에게 연말의 축제는 지루한 일상의 탈출구였고,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됐다.

이 공간에선 크리스마스를 다루는 팀 버튼의 특별한 시선들을 찾아보고 즐겨보는 것도 재미 요소다.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드로잉에는 “스틱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보다 건강해 보인다(stick boy is christmas tree looks healthier than him)”와 같은 농담이 적혀있는데, 팀 버튼 작품 특유의 감성과 풍자적 암시를 녹여내는 장치로 활용되고,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어지는 <섹션3: 유머와 공포(CARNIVALESQUE)>, <섹션4: 인물에 대한 탐구 (FIGURATIVE WORKS:MEN, WOMEN, OR CREATURES?)>, <섹션5: 오해받는 낙오자(MISUNDERSTOOD OUTCAST)>의 공간은 팀 버튼 영화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이미지와 상징, 세계관들을 선보인다.

특히, <섹션3: 유머와 공포(CARNIVALESQUE)> 공간은 유머와 공포라는 상대적인 개념이 동시에 융합된 ‘카니발레스크’가 특징적으로 선보여지는 공간이다. 전시장 한 가운데 설치된 서커스 천막 안에서 오묘한 빛깔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벽면의 괴물들은 팀 버튼이 가진 세계관 중 하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섹션3: 유머와 공포(CARNIVALESQUE)' 서커스 천막 안에 조성된 전시 공간 ⓒ서울문화투데이

이후에는 팀 버튼의 상상력이 어떻게 영화로 이어지고,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지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섹션6: 영화 속 주인공(FILM CHARACTERS)>, <섹션7: 폴라로이드(POLAROIDS)>, <섹션8: 세계 여행(AROUND THE WORLD)>, <섹션9: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UNREALIZED PROJECTS)>들이다. 9번째 공간에서는 발상 단계에서 작품 제작이 중단된 것과 팀 버튼이 의도한 콘셉트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 공개되지 못한 작업물도 공개한다. 할로윈에 사탕을 받으러 나가고 싶은 몬스터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업이나 해적단 시리즈와 같은 드로잉 단계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섹션8: 세계 여행(AROUND THE WORLD)> 전시 공간도 흥미롭다. 팀 버튼 감독이 실제 여행을 하면서 남긴 드로잉들을 모아서 전시한 공간인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세계가 예술가의 눈에서 어떻게 다르게 담기는 지 상상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팀 버튼이 여행에서 만났던 인물, 찾아갔던 장소들을 토대로 새로운 인물이 창조되기도 하고, 팀 버튼 만의 공간이 구축되기도 한다. 작은 드로잉 면면 속에서 관람객들은 팀 버튼의 독창적인 시각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팀 버튼 감독은 이번 전시를 기획할 때 원형의 전시공간 안에서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전시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MOMA와 함께한 전시는 미술관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어서, 미술관과 뉴욕의 도시적 느낌이 전시에 묻어났다. 이번 전시에는 하나의 연결성과 유대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나의 창작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물로 나아가는 지 느끼길 바랐고, 특히 어린이들이 이 전시를 통해 자신의 창작 욕구를 발산할 수 있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표했다.

▲'섹션8: 세계 여행(AROUND THE WORLD)' 팀 버튼 감독이 여행에서 직접 드로잉 한 작품 ⓒ서울문화투데이

개개인의 창의력, 창작욕구가 발현되길 바라

이번 전시에서 주목 받은 공간 중 하나인 <섹션10: 팀 버튼 스튜디오(THE ARTIST’S STUDIO)>는 팀 버튼의 작업실을 전시장 안으로 그대로 가져온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선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팀 버튼의 작업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선보인다.

작업실에 있는 피규어도 직접 만나볼 수 있고, 작업실 책상 코르크 보드에 붙어있는 새로운 신작들의 탄생 과정들도 볼 수 있다. 작업실에 있는 드로잉 면면을 살펴보면, DDP에 설치된 외계인 조형물에 대한 드로잉, 코로나19 당시의 고민이 담긴 드로잉,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팀 버튼 신작 <웬즈데이>에 대한 드로잉 등이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는 팀 버튼 감독의 창작 원천과 세계를 속속들이 공개하는 자리와도 같다. 세계의 흐름(flow)을 강조해 전시공간을 구성했다는 설명처럼, 전시를 다 보고나면 마치 팀 버튼의 창작과정을 함께 동행 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무제 (스테인보이의 세상) Untitled (The World of   Stainboy), 2000 ⓒTim Burton
▲무제 (스테인보이의 세상) Untitled (The World of Stainboy), 2000 ⓒTim Burton

한 명의 예술가로서 자신의 소재 주머니를 이렇게까지 선보이는 게 아쉽지는 않았을까. 그러기에는 팀 버튼 감독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신나하고 즐거워하길 바란다. 아이들이 전시를 통해 ‘나도 그릴 수 있어!’, ‘나도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라는 식으로 영감을 얻고 창의력을 얻어 가길 바란다. 나의 작품들이 다른 이의 창작의 원천이 되면 즐거울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팀 버튼 감독은 자신이 외향(E/extrovert)을 가진 내향인(I/introvert)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있어서, 내 안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내보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고 짚었다. 팀 버튼은 빛이 있으면 공포가 있다는 점을 얘기하며, 그것을 해소한 것이 자신의 창의력이라는 얘기도 전했다.

▲'섹션10: 팀 버튼 스튜디오(THE ARTIST’S STUDIO)' 팀 버튼 작업실 공간 ⓒ서울문화투데이

점점 더 외향인과 자신을 표출해야 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 자신의 내면을 지키기 어려워지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자신의 솔직한 정체성으로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킨 팀 버튼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입장권은 성인(만 19-64세) 20,000원, 청소년(만 13-18세) 15,000원, 어린이(만 7-12세) 13,000원이다. 티켓은 인터파크, 네이버, 위메프 등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전시관련 자세한 사항은 www.gncmed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