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류의 예술로(路) Interview] 강승진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문화도시의 긍정적 평가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들이 더 많이 나와야”
[장석류의 예술로(路) Interview] 강승진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문화도시의 긍정적 평가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들이 더 많이 나와야”
  • 장석류 예술경영비평·연구자(행정학Ph.D)
  • 승인 2022.05.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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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는
어떻게 조직 구성원의 직무 몰입도를 키울 수 있었을까
어떤 이유로 강한 동료애를 갖는 팀워크를 만들어갈 수 있었을까
예비도시와 본도시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역과 조직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앞으로 본 지면을 통해 동시대성을 가진 한국예술경영·행정 분야의 인물, 조직, 사업, 제도에 관한 의미 있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비평해보고자 한다. 본 지면에서 다루는 인물은 최고 의사결정권자 그룹보다 중간층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분들로 한정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로 춘천문화재단 강승진 문화도시 센터장을 만나보고 싶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문화도시 정책과 사업은 지역마다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 문화도시로 지정된 지역은 1차(7개), 2차(5개), 3차(6개)에 걸쳐 총 18개이고, 4차 예비 문화도시로 지정된 곳이 16개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춘천이 걸어가는 발자국을 보며, 레퍼런스로 삼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기회와 일이 필요하고, 조직은 사람이 필요하다. 개인과 조직 사이에 적합도가 낮을 때, 한쪽 혹은 양쪽 모두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예산을 관리하는 것보다, 사람을 운영하는게 더 어렵다. 연구자로서 춘천문화재단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어떻게 조직의 구성원들이 내 일처럼 직무에 몰입하고 있을까?” 춘천 문화도시센터에 연차가 짧은 직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직무 역량의 편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문화재단의 조직에서 “어떤 이유로 강한 동료애를 갖는 팀워크를 갖출 수 있게 되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었다.

한마디로 개인과 조직 사이의 적합도가 높아 보였다. 이 구성원을 다른 문화재단으로 옮겨도 같은 결과를 보일까 질문해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면 여기서 개인과 조직 사이의 적합도를 어떻게 높였는지, 그 요인을 찾아보고 싶었다. 해당 요인의 키를 쥐고 있는 춘천문화재단 강승진 문화도시 센터장을 먼저 이해해보고 싶었다. 인터뷰에는 강정지 문화예술팀장과 시민문화팀 김상아 주임이 함께 참여했다.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강승진 (사진=장석류 제공)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강승진 (사진=춘천문화재단 제공)

스스로 생각하는 직업정체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강승진 “현재 저의 역할은 문화예술영역에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을 ‘돕는 역할’ 같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현실 속에서 풀어내는데 도움을 주고, 그 실행의 과정에서 얻는 경험으로 다시 성장의 에너지를 만드는 것을 돕는 사람 같아요. 문화재단의 역할도 큰 틀에서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강승진 센터장은 인터뷰에서 실제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을 꿈꾸었다고 했다. 그에게서 ‘교육자적 자질이 있는 문화기획자’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후임의 성장을 기쁘게 보지 못하고, 질투를 느끼는 선배는 종종 있지만, 커가는 제자를 시기하는 선생은 잘 없다.

춘천문화재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연간으로 설계한 2020년 <문화도시 사업 담당자 역량 강화교육 커리큘럼>이 있었다.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연속적으로 교육과 일을 연동해서 진행하는 것이었다. ‘오늘만큼은 내가 컨설턴트’, ‘일머리 만들기’, ‘마음으로 이해하기’, ‘외부 전문가와 직원 간 연결될 수 있는 10회차에 걸친 연속 특강’, ‘직원 간 토론회’, ‘집중 멘토링’, ‘계획수립 워크숍’, ‘일 잘하는 나의 언어 만들기’ 등 상당히 체계적인 내부 직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직문화가 좋지 않은 문화재단에 입사하면, 제대로 알려주는 것 없이 일은 본인이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문화가 있다. 자리를 지정해주고 조직의 문서를 알아서 파악하게 한다. 그에 비해 춘천의 교육과정은 구체적이었고, 교육 프로그램의 배치는 맥락이 있어보였다. 강승진은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주요 순서에서 직접 강의를 통한 직무교육을 실행하였다.

교육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강승진 “교육의 이유는 행동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행동하는 데 있어, 저 사람이 지시하고, 이 사람한테 확인하며, 합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너한테 주어진 권한은 이만큼이야. 네가 가야 될 방향은 저기야. 저 방향을 가는데 네가 쓸 수 있는 자원은 여기까지 있어. 그런데 더 필요하면 최대한 더 세팅하고 지원할게. 교육은 그것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었어요. 필요가 있을 때 뭐라도 하나 툭 던져지면, 직원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행동이 중요한데, 2020년 코로나 초기에 정말 툭툭툭 3개가 던져졌는데, 그중 두 개가 사업으로 바로 나갔어요. 한 명은 계속 고민하다 나온 게, <도시가 살롱>이에요. ”

“그리고 가능성이 폭발했다고 보는 게, <100인 라운드 테이블, 봄의 도시 춘천이 묻습니다> 이 사업은 예술위나 아르떼, 지역문화진흥원 등 중앙의 문화기관에서 하면 좋았을 일이었어요. 위로와 안부 등 어떤 손길이라도 필요했을 전국의 예술가들에게 춘천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 그것을 어쨌든 7일만에 해냈다라는 것, 이게 아마 우리 직원들이 가장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이자, 살짝 울컥한 눈물들, 그 눈물을 함께 경험한 시간이었어요.”

보통의 교육프로그램은 경영파트에서 외부 강사를 섭외하여 한두 번 진행하는 방식이 많다. 하지만 춘천의 사례는 일과 직무교육이 톱니바퀴처럼 물리면서, 연속적인 체계 속에서 진행된 특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기며 성취를 만들어낸 무용담이 조직문화의 자산으로 생성되면서, 동료애가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사진=춘천문화재단 제공)

이런 수준의 직무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설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강승진 “지금에 와서 보면 체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선 바로 앞 단계만 설계해요. 예를 들면 교육을 설계할 때 직원들과 첫 번째 자리에서 각자의 사업에 대해 설명해 보라 해요. 직원들이 설명하는 단계를 보면 현재 수준과 평균이 잡히고, 여기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보이잖아요. 그럼 두 번째는 그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그 다음 교육 또 그 다음을 진행해요. 그리고 뭔가 흐트러진 것을 한 번 뭉쳐야겠으면 워크숍을 진행하고요. 이런 식으로 설계를 점진적으로 해나가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각각의 단계에서 내부 교육을 유연성 있게 조정하며 갈 수 있으려면, 직원의 성장을 도우려는 애정과 운영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 현실에서는 조직성과에 반영하기 위한 법정 기본교육과 외부강사 섭외를 통한 단발적인 방식이 많고,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물었다.

그 교육과정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경험하였는지요?

강승진 “일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경험했어요. 예전에는 어떤 사업을 기획하고, 기안하라고 했을 때, 정말 책상머리에서 나오는 정도로 했다면, 이제는 밖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과정들이 나타난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더 상대에 맞춰 우리랑 함께하는 동료라는 관점에서 배려하는 부분이 생겼어요. 이런 것들이 우리 문서 안에서의 부정적 언어가 긍정적 언어로, 가능성의 언어로 바뀌는 부분들도 나타난 것 같고요. 그리고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극적으로 변했어요.”

“예를 들면 <100인 라운드 테이블>을 했을 때, 저희와 함께했던 단체가 7개였고, 스텝이 50명 정도 되었어요. 그때 받은 피드백이 이번처럼 스스로 절박한 마음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늘 과업 지시서가 있잖아요. 시방서가 있고, 그것에 맞추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면 이번 것은 내 일처럼 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넣으려 했고, 뛰어다녔다고 얘기했어요. 과업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하며 만들어갔어요. 이전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협업의 경험이었어요.”

많은 공공의 문화재단 담당자들이 업체를 만났을 때의 직무 태도는 용역이라 바라보며 수건을 쥐어짜듯 일을 하는 경향성이 있다. 이런 태도는 함께하는 파트너들의 일에 대한 애정을 식게 만든다. 결국, 해당 조직이 가진 일에 대한 태도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최근 춘천문화재단에서 나오는 포스터 디자인과 사업 카피들을 보면서 담당자들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있어 보였다. 그럼에도 결재 라인에서 고집하는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사업을 홍보하는 이미지와 카피를 뽑을 때,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선택하시나요?

강승진 “이런 질문을 많이 해요. 누구에게 말을 거는 거야, 네가 시뮬레이션을 해서 정말 말을 걸고 싶은 그 사람이 이걸 읽었을 때, 가슴에 콕 박힐까. 아니면 되게 무심한 오늘, 되게 무감각한 삶을 살고 있는데, 이 포스터를 봤는데 저 포스터가 나한테 말을 거네. 그런 느낌을 만들어야 된다는 거. 그리고 반복되는 언어 쓰지 말고, 알아듣지 못할 얘기들 쓰지 말라는 거. 이런 기준들이 있고요. 그리고 이 기준이 충족되면 대부분 다 오케이, 그리고 정말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들과 이걸로 인해서 공격의 포인트가 될 만한 것들을 체크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

상당히 구체적으로 고객을 느끼고, 고객의 시선에서 사업을 마주 보며 다가가려는 태도가 엿보였다. 인간은 내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강승진 센터장의 경우 구성원이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부분에서 좋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직원들 간에 인정욕구에 대한 갈등은 없을지 궁금했다. 문화예술교육팀 강정지 팀장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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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프로젝트 홍보물 (사진=춘천문화재단 제공) 

직원들이 센터장님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정 투쟁 같은 건 없었을까요?

강정지 “음. 그 인정 투쟁이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인정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자기부터 성장이 돼야 하는 단계가 있거든요. 아까 단순한 포스터지만 사업 계획서를 쓰기 전에 콘셉트와 방향을 잡고 언어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자기 점검을 통한 성장 안에서 인정욕구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인정욕구와 자기성장에 대한 욕구가 잘 맞았을 때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문화재단도 조직이라 일반적으로 입사일 기준 신·구 직원, 세대 간, 부서 간에도 상당한 갈등이 있다. 춘천의 경우 실제 팀원들 간에 응원과 지지의 강도가 상당히 높아 보였다. 시민문화팀의 김상아 주임에게 물었다.

팀원들 간 응원과 지지는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것 같나요?

김상아 “동료들이랑 사업을 시작할 때 사실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많지만, 그 고민을 혼자 끌어안고 있지는 않거든요. 같이 나눠요. 혼자 하지 말고 동료들끼리 같이 하면, 또 다른 생각들이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아요. 같이 고민한 친구니까, 이 친구가 얼마큼 고민하고 있는지 알잖아요. 그래서 그 사업이 잘되든 안되든 그냥 계속 옆에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사람이 항상 진심일 수는 없죠. 그래도 지쳐 있을 때, 어떤 친구가 다가와서 응원해 주고 가요. 그러면 또 뭔가 차올라서 이 친구에게 받은 감정이 또 뭔가 저한테 작동되는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약간 상호 보완되는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과열되고 있는 문화도시 정책의 경우, 전국 시·군·구 기초지역 간 ‘우리가 문화도시다’라는 인정 투쟁의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예비도시 혹은 본도시 합격의 경험이 있는 문화기획자 1타 강사를 영입하거나, 이전에 합격했던 계획안을 참고해 실행하면서 문화도시 지정의 관문을 뚫고자 하는 양상도 보인다. 이런 흐름에서 강승진이 이끌고 있는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는 예비 문화도시 참여자들이 관심을 갖는 사례이기도 하다.

▲강승진 센터장, 강정지 팀장, 김상아 주임
▲강승진 센터장, 강정지 팀장, 김상아 주임 (사진=춘천문화재단 제공)

춘천이 예비도시, 본도시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역과 조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면 무엇이 있었을까요?

강승진 “일단은 어려운 길을 거쳐 온 것 같아요. 이전의 문화재단은 주로 공급자였죠. 지원 사업이 꽃이었던 시절이고, 지원 사업도 재단이 가진 권한과 자원을 가지고 주는 쪽이었는데, 어쨌든 문화도시사업이 진행되면서 판의 흐름이 바뀌고 시민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라운드 테이블을 조직하며 열게 되고, 작년 같은 경우는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신규 사업들이 많이 세팅되기도 했어요. 재단에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문화도시가 전국의 문화재단 체질을 바꾸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라는 주장이 실제로 검증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문화도시 사업이 끝난 이후에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지속적으로 잘 녹아들 것이냐, 아니면 끝났으니까 옛날처럼 관성적으로 가겠다고 하면 실패하는 거죠. 지금 법정 문화도시에 들어 있는 곳이 18개가 있어요. 4차 예비도시 16개, 5차를 준비하는 곳도 많아요. 어쨌든 문화도시의 지속 가능성이나, 문화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들이 더 많이 나오는게 필요해요. 몇몇 곳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가 있는데, 몇몇 지역이 이 5년을 아무리 잘하고, 빛나도, 전체가 좋아야 정책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거든요. 저의 고민은 5년 뒤 출구전략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있어요.”

수능에 합격하여 대학에 입학하고, 그 과정을 마쳐도 공부는 끝이 없다. 법정 문화도시에 지정된다고 문화도시가 된 것도 아니고, 5년간의 사업이 종료된다고 문화도시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문화도시 정책은 문화도시를 촉진하는 것이지 완성되었다고 인증하는 사업은 아니다.

춘천문화재단 강승진 문화도시센터장과 강정지 팀장, 김상아 주임과 인터뷰를 하면서,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시의 첫 구절인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이 떠올랐다. 춘천의 조직과 사람 사이에 시절을 알고, 좋은 비가 내리는 느낌이었다. 공식적인 문화도시 사업이 종료되었을 때, 이 시절이 좋았던 시절로 그리워하는 시간이 아닌, 더 좋은 시절을 열어내는 과정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