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면(面)을 만드는 선(線)의 움직임”…서울시무용단 <일무>
[현장리뷰]“면(面)을 만드는 선(線)의 움직임”…서울시무용단 <일무>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5.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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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단장, 김재덕, 김성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제작 참여
5.19~22,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제1호 무형문화재 종묘제례악 의식무가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돼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무용단은 이달 19일부터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일무’(佾舞)를 선보인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서울시무용단 ‘일무’ 1막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종묘제례악의 악은 악가무 일체를 일컫는 것으로 음악, 춤, 노래가 어우러져 행해지는 종합예술로 서울시무용단 정체성과 잘 부합된다. 종묘제례악은 예(禮) 의식 절차와 함께 악(樂)에 인간의 정성과 심신의 합일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몸짓인 일무(佾舞)가 종합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종묘제례 일무(佾舞)는 역대 제왕의 문덕을 기리는 보태평 11곡과 무공을 기리는 정대업 11곡을 바탕으로 구성된 독특한 형태의 무용을 볼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이 이번에 선보이는 <일무> 무대에서는 종묘제례악뿐만 아니라 궁중무용, 일무를 새롭게 창작한 무용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제2막에서 펼쳐지는 궁중무연구에서는 춘앵전과 함께 궁중무 가인전목단을 기존 안무와 대형을 유지하며 새롭게 재해석한 춤사위가 빠르고 강렬한 음악 위에서 펼쳐진다.

서울시무용단은 개막에 앞서 지난 18일 프레스콜을 통해 <일무>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의 제1막과 제2막은 한국 전통 춤의 형태와 구성이 온전히 구현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제3막은 2명의 현대무용가 김성훈, 김재덕과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이 함께 창작한 안무로 구성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1막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무용단 ‘일무’ 1막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일정한 박자를 유지하는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은 열을 맞추며 절제된 몸짓으로 일(佾)을 그렸다. 기존의 안무와 대형을 유지해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적으로 응용한 모습도 선보였다. 하나의 열로 시작해 모이고 흩어지며 변형 대열을 완성해나갔다. 

일무의 대표 무용인 문관의 춤 문무와 무관의 춤 무무는 1막을 장식하고, 궁중무용인 춘앵무가 2막을 꾸민다. 마지막 막은 새롭게 창작한 '신일무'로 일무의 현대적 언어를 그려낸다.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를 통해 전통이 현대로 이어지고, 또 다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전체를 총괄하면서 예술적 아름다움이 독보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라고 전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2막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무용단 ‘일무’ 2막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무용단과 처음 만나는 정구호는 연출뿐만 아니라 무대ㆍ의상ㆍ조명ㆍ소품 등 미장센 전 분야의 디자인을 맡는다. 정 연출은 “1막과 2막은 전통과 전통의 변화, 3막은 기존의 전통 정신과 새로운 형태의 전통을 이어 이 시대에 어떻게 발전시키고 계승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무는 적색, 무무는 청색옷을 입는 등 고정된 개념에서 벗어나려 새롭게 해석했지만,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전통색을 많이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라며 “전통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디테일 가운데 객석에서 함께 느낄 수 있을만한 부분들에 변화를 줬다”라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무대를 설계했으며, 일무의 이미지에 맞게 선으로 공간성을 만드는 형태의 연출을 시도했다. 더불어, 지나치게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춘앵무 안무의 발판이 되는 화문석을 공중에 띄워 선이 면이 되는 연출을 선보인다. 정 연출은 안무와 무대미술이 어우러지는 이 장면을 ‘이번 작품의 꽃’이라 칭했다.

제3막을 구성한 김성훈은 영국 아크람 칸 컴퍼니(Akram Kahn Dance Company)와 한국의 LDP(Laboratory Dance Project) 무용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도 출강하며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2막 춘앵무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무용단 ‘일무’ 2막 춘앵무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무용단 <일무>에 독무는 없다. 55인의 무용수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열 맞춤 속에서 찾아낸 한국의 선과 대형 군무를 통해 전 세대와 공감을 시도했다. 

김성훈 안무가는 “전통을 토대로 요즘 시대에 맞는 언어로,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언어가 계속 창조되는 것처럼, 무용에서는 움직임이 곧 언어이기 때문에 춤으로 새로움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높낮이를 주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등으로 표현해봤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음악이다. 다양한 국악기들이 다채롭고 강렬한 음률을 선보이며 춤과 어우러진다. 1막에선 축, 박, 대금, 아쟁, 어, 해금, 편경 등 15개 악기가 사용되며 서양악기인 콘트라베이스를 추가했다. '춤추는 음악가'라는 별명을 가진 현대무용가 김재덕이 안무와 함께 음악을 맡았다. 

김재덕은 “새로 창작한 <일무> 음악은 비워내는 작업이었고, 최대한 악기를 비워내며 미니멀하게 소리를 만들고,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자 모던함을 강조했다”라며 “안무에서는 현재적 해석과 함께 전통의 가치를 지켜내며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4회 공연하는 <일무>의 입장료는 3만원~8만원이다. 공연문의 세종문화티켓 02-399-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