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제20차 세계한상대회와 제4차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제20차 세계한상대회와 제4차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5.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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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수 천년 동안 중국을 대표하는 민족인 한족(漢族)이 중국을 다스린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금(金)왕조(1115~1234)는 여진족, 원(元)왕조(1206~1368)는 몽골족, 청(淸)왕조(1616~1912)는 만주족에 의해 세워지고 통치되었다. 지금의 중국은 한족을 비롯해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다. 지난 중국의 역사 과정으로 인해서인지 소수민족의 음악 예술은 모두 중국의 문화적 소산이라고 자부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한국의 농악, 단오 부터 최근 한복 등 중국내 조선족이 갖고 있는 우리 한민족의 고유 문화유산을 중국 것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제도와 비슷한 중국 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의 국가로 한민족(韓民族)이라고 한다. 한민족은 한국어를 공통으로 사용하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공동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19세기 이후 조선왕실이 위태로워지고 국력이 매우 약화되어 농업이민을 가거나 항일독립운동을 위하여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할 수 밖에 없었다.

구 소련지역에서는 한반도에서 넘어간 이주민을 고려인, 즉 까레이스키라 부르고 현재는 러시아 이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크스탄 등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조선족은 중국 동북 지방의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 등 동북3성과 그 밖의 중국 땅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 혈통을 지닌 중국 국적의 주민을 말한다.중국 내 조선족은 2000년 기준 192만명으로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 규모가 13번째로 크다. 재일교포는 일제 식민지 정책의 산물로 일제강점기에 도일한 한국인을 말하며 8·15 광복 당시 200만명에 달하였으나 1992년 말에 71만여명 정도 있다고 한다.

고려인, 조선족, 재일교포 이외 전세계로 진출한 재외동포는 750만명에 이르고 있다. 전 세계 각지로 흩어져 갔던 우리 한민족이 한세기가 훨씬 넘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예술 DNA가 있기 때문이다.

초기 이주 세대를 넘어 3세, 4세로 지나 오면서 우리의 한글과 문자가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흥겨운 자진모리, 굿거리장단이 나오면 저절로 어깨춤이 추어지고, 아리랑 가락이 나오면 저절로 가슴이 벅차 오르게 되는 것은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공통 심성이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려인, 조선족, 재일교포 등 현지서 우리 민족 예술 지키며 
3세, 4세 이르기까지 잊혀지지 않도록 고전분투하고 있는 예술가들 보듬어야”

2002년부터 매년 10월 한민족 혈통을 가진 재외동포 경제단체들이 개최하는 경제 모임으로 ‘세계한상대회’가 있다. 작년 제19차 한상대회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서울 롯데월드 호텔에서 세계45개국 1,218명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대통령의 영상축사를 비롯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참가 규모나 소요되는 예산 등 어느 국제대회 못지 않게 크다.

국가 정부가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같은 민족을 활용해 경제 교역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류로 인한 한국의 문화적 위상과 내재적 가치에 대한 국제적인 문화예술행사에는 정부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력이 약해서 반강제적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고려인, 조선족, 재일교포들에 대한 국가적 보상과 지원은 계획조차 세워진 것이 없다. 경제적으로는 ‘세계한상대회’를 지원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 체계를 이루었다고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우리 민족의 예술을 지켜 나가고 3세, 4세에 이르기까지 잊혀지지 않도록 고전분투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정부에서는 보듬지 못하고 있다.

정부를 바라만 보기 보다는 민간에서 앞장서서 세계한상대회와 견줄 수 있는 세계 한민족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축제를 기획 추진하고 있다. 정효문화재단과 (사)공연전통예술미래연구원에서는 2019년 부터 매년 ‘세계 한민족 공연예술축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 올해 ‘제4차 세계 한민족 공연예술축제’를 8월 광복 즈음으로 1주일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변수는 있겠지만 ‘제1차 세계한민족예술축제’에 참가하였던 5개국 40여명보다는 많은 해외 한민족 예술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순수 민간 재원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기업이나 개인의 협찬과 후원으로 행사를 치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매년 지원을 하고 있는 ㈜MIT ZONE,  ㈜한솥도시락, ㈜ 프로비스타호텔, 고흥곤국악기연구원, 한양국악사를 비롯해 스텝시스템㈜ 등 점차적으로 후원이 늘어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지금은 ‘세계한상대회’와 견줄 수 없이 작은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이지만 가치면에서는 결코 뒤처지지 않으며 세계의 한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움직이고 힘들 때 안아 줄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치, 한복 등 보이지 않는 문화자원 전쟁이 보다 격렬해 질 것이다. 우리 민족의 문화자원은 이제 남북한을 비롯해 세계 한민족 예술가들의 공고한 유대감이 든든한 밑받침이 될 것이다. 그래서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의 성공적 개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