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책, 마음의 길 내기2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책, 마음의 길 내기2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2.05.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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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세종서적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이 책은 루게릭병에 걸리기 전까지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모리교수의 특별한 이야기이다. 공황기 착취현장을 본 모리교수는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시카고대학에서 사회학석사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루게릭병으로 몸이 굳어가는 그였지만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병석에서 쓴 아포리즘을 필두로 ABC TV의 프로그램에 출연,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계기로 20여 년 전 제자 미치를 다시 만나게 된다. 미치는 매주 화요일마다 병석에 누워있는 모리교수를 만나러 간다. 죽음을 마주한 모리교수의 주옥같은 메시지들. 죽음을 마주한자와 살고 있는자. 떠나는 자와 남는자의 특별한 시공간이 연출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가 되어 본 적이 있는가? 이 번호는 필자가 항암을 할 때 가장 가깝게 두고 읽은 책을 소개한다. 책을 덮고 나면 아침에 뜨는 해같이 따듯한 빛을 만날 것이다.

1. 일상, 삶의 핵심

미치는 몸이 굳어가는 교수에게 묻는다. 만약 24시간 건강해지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빵과 차로 멋진 아침식사를 하고 수영하러 가겠어. 그런 마음 찾아온 친구들과 맛좋은 점심을 함께하고....(중략)….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중략)……. 그런 다음 산책하러 나가겠어.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가서 여러 가지 나무도 보고 새도 구경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자연에 파묻히겠네. 저녁에는 식당에 가서 고기를 먹겠네. 나머지 시간에는 춤을 추고 싶네. 거기 있는 멋진 파트너들과 지칠 때까지 춤을 춰야지. 그런 다음 집에 와서 깊고 달콤한 잠을 자는 거야” 미치는 그의 꿈이 너무 소박하고 평범한 것에 잠시 실망을 했다. 더 좋은 곳에 날아가거나 유명인들과 식사를 하거나 온갖 이색적인 일을 계획할 거로 짐작했는데 누워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고 오랜 투병 끝에 어떻게 그런 평범한 일상을 소원하는지…….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의 완벽함’을 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삶의 핵심임을.

2. 죽는 법과 사는 법

병이 나기 전에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냐고 묻는 마치에 모리교수는 답한다. 다들 잠든 채 걸어 다니는 것처럼 사니까 우린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면서 반쯤 졸면서 살고 있다. 죽음과 직면하면 모든 게 변한다. 모든 것을 벗기고 삶의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는 뜻이다. 자기가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매사가 다르게 보인다. 모리교수는 어떻게 죽어야 좋을지 배우라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배우게 되니까 우리가 투자하는 일들과 모든 과업에 대해 솔직해지기를 권면한다. 바쁘게 살다가 시간이 멈추게 되었다면 지금이 적기이다. 잘 살고 싶으면 죽음을 직시해보라. 죽는 법을 배우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

3. 사랑은 살아있는 방법

죽음을 직면하고 매일 창밖을 내다보는 모리교수. 나무가 어떻게 변하는지, 바람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알아차린다. 작은 새의 노래를 들으며 미소짓는 노교수. 남은 시간이 거의 끝났음을 알기에 처음으로 자연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에게 마음이 끌리고! 죽어가는 사람이 살아남아 있을 사람에게 숙지해야 할 사항을 은은하게 전한다. 죽은 후에 잊혀지는 것이 걱정스럽냐고 묻는 제자의 질문에 모리교수는 답한다. 친밀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이란 우리가 세상을 뜬 후에도 살아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병을 앓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모리교수도 외부세계를 조금씩 놓게 된다. 몸의 모든 근육이 굳어가고 있지만,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창밖의 나뭇잎 색깔이 변하는 것을 지켜본다. 사랑은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세상에 오직 그밖에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며 우리 사이에 일어난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어서 모리교수는 자신을 용서하고 타인을 용서하라고 말한다. 더 이상의 시간을 끌지말라고! 남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것이 매우 귀한 세상이 되었다. 누군가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리고 있다면 당신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너무 아프고 연약할 때 이 책을 읽는 동안 모리가 떠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책을 다 읽은후, 나도 살고 모리도 살았다. 웨스턴 뉴턴근교의 언덕, 나무밑, 호수가 보이는 곳에 잠든 모리. 밑줄을 쳐둔 덕에 여러번 손쉽게 읽으며 감동을 더한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며 사랑과 책임감, 영혼, 인식과 관련된 것들은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주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