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 세월은 세상의 변화를 유도한다
[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 세월은 세상의 변화를 유도한다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 승인 2022.05.25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나는 오늘 아침 두가지 기쁜소식을 읽고 감개무량했다.

첫번째 기쁜소식은 유투브로 받은 소식이다. 미국의 택사스 주지사가 한국어를 택사스의 제2의 언어로 공표하고 한국어를 그주의 공식 제2의 언어로 규정 공표하고 그에 따르는 절차를 시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대규모의 반도체공장을 짓는다는 소식과 무관하지는 않다.

두번째 소식은 아주 오랜만에 내가 1967년에 번역하고 1971년에 삼성출판사가 발간한 <세계최신 희곡선집>에 수록되고 1976년 극단 76에 의해 기국서연출로 근 3,40년동안 한국연극계의 신선한 새바람을 선사해온 연극 <관객모독>을 오랫만에 다시 대학로 어느극장에서 상연을 잎두고 새로 오디션으로 뽑은 2팀의 배우들과 제작진을 만나는 자리에 격려차 와달라는 반가운 소식이였다.

세월은 많은 일들을 새로운 용모로 바꾸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으로 시간의 수레바퀴 속에 엮어넣는가 보다. 내가 지금으로부터 근 30년 전 김월하. 김소희, 성창순 선생님을 모시고 우리말의 소리내기에 열중하여 프로그람을 짜고 배우의 훈련프로그램 첫 단계로 <숨쉬기, 소리내기, 말하기> 훈련을 주제로 배우지망생을 신문에 광고하여 관심있는 대상을 뽑을때만 해도 매우 신선한 충격의 자리였다.

근 4,50여명의 지원자들 중 12명을 뽑아 <배우수업> 을 실시한것도 실은 당시로서는 매우 새로운 시도였다. 새로운 시도에는 늘 모험정신이 깃들어 있기에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실패할수 있음을 두려워하는 모험심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옳은길을 가고있다는 신념과,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다는 넉넉한 도전정신이 나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배짱이 어디서 기인하는지는 지금도 내게는 수수께끼다.

발성과 장단모음에서 오는 우리말의 특징을 깨닫기도 전에 내게는 한중일의 음악의 박자와 리듬의 차이가 궁금해졌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 언어생활에 적용되는지 궁금하여 때이르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이보형 선생님과 황병기선생님께 우리 커리큘럼을 드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네 번의 강의를 부탁드렸다.

 

이보형, 황병기 선생과 한중일 음악 비교 시발점 열어 감사

 

이보형선생님은 당시 우리 민속언어에 관심을 쏟으시며, 지방으로 다니시며 우리 토속언어의 근원에 뿌리를 기록 수집하는데 관심을 보이시며 열중하시기에 그열정과 섬세함에 감동을 받아 부탁드렸던 기억이 난다.

황병기선생님은 같은 이화여대의 동료교수이며 선배교수로 또한 그의 부인은 글쓰시는 한말숙선생님으로 그 분의 언니되시는 한무숙선생님은 명륜동에 사시면서 외국손님이 오실때마다 나를 초대해 자리를 같이 하실뿐 더러 그 큰아드님이 당시 과학기술부 고위직 관료로 과학자인 내 남편을 잘 알고 존경하시는 분이어서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더구나 황병기 교수님은 교수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할 때면 내 생각을 묻고 스스럼없이 상의하는 사이여서 한층 마음편하게 부탁드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두 분 선생님들은 막상 우리 배우수업을 받는 12명 학생들 앞에서는 진솔하게 참담한 심정을 실토하셨다. 사실은 이 수업을 하러 오기전까지 한 번도 한중일 세 나라 음악의 박자와 장단, 고저음의 비교는 물론 세 나라 음악의 정서의 깊은 근원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황되지만 매우 도전적이라 본인들의 지식을 총 동원해 도전해 보는

마음으로 수업을 하시겠다고 각오를 다지시기도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나라 음악의 장단고저의 구성의 다름과 그활용이 다르다는 정도까지는 전달이 잘 되어 그다음 그분들의 숙제와 우리의 숙제가 구별이 되며 세 나라 음악의 비교와 국민정서의 뿌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의 시발점은 열어놓은 좋은 계기가 되었다.

뒤늦게나마 세상을 떠나신 두 분께 고마운 마음과 지금도 느껴지는 따듯한 마음을 전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