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한국무용연구학회 국내학술대회…“한국춤의 확장된 가치를 말하다”
[현장리뷰]한국무용연구학회 국내학술대회…“한국춤의 확장된 가치를 말하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5.2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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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우리 춤계 기득권 지키기가 예술인 삶 위협
예능 전승보다 금력추수주의 전도 당한 현실, 한국춤 발전 저해”
고려대 김윤지 연구교수 “전통춤의 해외 진출, 보급 가능한 킬러 콘텐츠 준비돼야”
국정과제 중 하나인 ‘K-컬처 초격차 산업’, 정책적 구조 뒷받침 요구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최근 우리나라는 일련의 발전 과정을 거치며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K팝의 BTS등 문화예술 내 영향력을 전 세계로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K-Dance 역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정체성을 탐구해 세계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때이다. 

한국춤은 오랜 역사를 통해 고유한 특색을 유지하며 발전하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의 한 장르이며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이처럼 한국춤은 전통을 기반으로 보존과 계승, 전승을 통해 발전하고 있으며 세계적 문화브랜드로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한국춤협회 윤수미 이사장이 축사를 전하고 있다
▲한국춤협회 윤수미 이사장이 축사를 전하고 있다

한국무용연구학회는 한국춤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색과 차별성을 논하며, 보다 구체적인 가치증명을 위해 ‘세방화, 대중화, 미래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 전통춤의 뿌리와 정체성 탐구를 시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0일 한국무용연구학회는 상명대학교 상명아트센터 대신홀에서 ‘한국춤K-Dance의 확장된 가치를 말하다: 세방화, 대중화, 미래화’를 주제로 국내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춤 연행자에 부여된 과제와 발전 방향

한때는 우리 전통춤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녀들에게 전통춤을 가르치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동네마다 자리 잡고 성업 중이던 그 많던 무용학원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우리 전통춤 학원은 이따금 눈에 뜨일 정도가 되었으며, 전통춤 강좌가 주민자치센터의 생활예술 강좌나 공공 평생교육원의 강좌에 어쩌다 찾아보게 되는 정도의 실정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심각한 것은 지방 대학의 무용과가 줄줄이 폐과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나마 무용과가 있는 수도권 대학들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연예술시장에서도 우리 전통춤 공연이 관객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공연예술 장르가 아니어서 유료 입장객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거의 무료공연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관객동원이 어려워 어쩌다 한국 전통춤 공연장에 가 보면 객석이 출연자의 가족이나 친지들로 채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노원문화재단 김승국 이사장은 기조 강연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우리 전통춤이 외면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기득권층의 기성 지도자’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전통춤계는 변화하고 개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전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나가는 것”이라며 “과거 명인들이 남긴 춤은 춤대로 올곧게 전승되어야 하지만, 또한 그 기반 위에서 전형을 지키며 새롭게 변화하고 진화된 작품들은 ‘재창조’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 춤계의 기득권 지키기가 예술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춤을 평생의 업으로 전승체제에 입문한 예술인들은 해당 계보의 예능 보유자 마음에 들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다. 예능 보유자의 인정을 받아 전수자, 이수자, 전수교육조교를 거쳐 예능 보유자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물적, 심적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예능 보유자에게 밉보여 계보에서 소외되거나 배척되면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라며 전통춤계의 폐단을 꼬집었다. 

이어 “수많은 민속춤 가운데 무형문화재 예능 종목을 선점한 종목들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전승 기반을 갖지 못하고 단절과 멸실의 위기에 처했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한국 전통춤 발전에 끼친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예능의 전승보다 금력추주수의에 전도당한 현실이 한국 전통춤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조강연을 맡은 노원문화재단 김승국 이사장
▲기조강연을 맡은 노원문화재단 김승국 이사장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 한국춤이 발전하기 위해 ▲우리춤계의 쇠락 원인 규명 ▲우리춤계의 환경분석 ▲우리춤 진흥을 위한 적극적 방안 모색 ▲후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 ▲무용계 자체의 자정 노력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K-Dance의 정체성 탐구와 세방화 전략 

김윤지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는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변화는 국제적 정세 속에서 K-dance 성공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방화(glocalization)는 1970년대 국제적으로 시사되었던 세계화(globalization) 슬로건의 부정적인 현상과 결과들이 초래되면서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표어되고 있는 특수어이다. 특히 “국가별 K-컬처의 선점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여러 타 분야의 한류 콘텐츠가 새로운 성공적 기록들을 수립하는 이 현재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며 “성공을 위한 전략적인 구조와 방식들을 통해 무용가들의 수익이 창출되고, 한국의 국위 선양을 알리고, 문화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K-dance의 핵심적인 목적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K-컬처 초격차 산업에서 K-dance가 생성과 융성이 되기 위해서는 무용 전문 연구가 및 경연진들의 도전적이고 선진적인 제안과 토대연구의 결과들이 매우 중요하다. 김 교수는 “K-dance는 무용 경영의 핵심적인 주제어가 될 것이며, 우리는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국제문화교류진흥원 등과 같은 공공기관들과의 연구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거나, 연구 수요 조사에 해당 주제들을 지속적으로 시사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며 “K-dance 성공을 위한 경영 전략 연구들을 전공별(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실용무용 등)로 적용시킨 OSMU의 활용안, SWOT 분석, 벤치마킹으로 본 포지셔닝 구축안 또는 비즈니스 모델안 등을 먼저, 국가, 정부, 기업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킬러 콘텐츠가 될 만한 K-Dance 상품이 필요하고, 창작 가능한 무용가의 육성 및 전문 지원 트랙 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K-dance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작자 또는 안무자의 창작력이 K-dance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창작력을 끌어올려서 K-dance로 상품화할 때까지 이 과정에 대한 지원 트랙을 신설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뮤니티댄스를 통한 한국춤의 대중화 방안

박혜연 서울대학교 연구교수는 대중이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수동적 관람에서 벗어나 적극적 참여 형태로 변화함에 따라, 지역적ㆍ관심적 동질성르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아트, 커뮤니티 댄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춤은 순수예술이자 전통예술로서, 대중화의 논의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난제로 숙명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최근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고 국내·외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됨에 따라, 한국춤의 대중화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시점을 맞게 됐다. 특히 대중들이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변화함에 따라 지역적, 관심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아트, 커뮤니티댄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박 교수는 “커뮤니티댄스를 통한 한국춤 대중화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ㆍ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다양한 교육, 공연, 축제의 경험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적 자원의 지원, 공연과 축제의 기획과 실행 등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적극적 도움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춤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커져가고 대중화를 위한 호기를 맞은 지금, 커뮤니티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탄탄하고도 풍성한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한다”라며 “커뮤니티댄스를 관할하는 국가기관 산하의 기관이 마련돼 교육, 공연, 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까지 기획, 관할, 관리를 주관한다면, 한국춤 커뮤니티의 활성화, 나아가 한국춤 대중화가 앞당겨지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라반동작학을 활용한 <알고리즘 강강술래> 

유화정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는 한국춤의 미래화 가능성을 진단하고 다양한 시도를 자극하기 위해 춤과 알고리즘의 융복합 교육프로그램인 ‘알고리즘 강강술래’를 설계했다.

한국춤은 동작의 형태 및 미적 철학의 특징상 움직임의 시작과 끝 지점, 과정에서의 경로 등을 명시하는 태도보다는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동작에 춤추는 사람의 심신과 삶이 스며들어야 함을 강조하므로 과학적 분석 및 기록 방법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인공지능, 메타버스, VR 가상현실 등의 혁신 기술 개발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한국춤 역시 미래화를 지향하는 다각적 시도가 지속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유 교수는 “이 교육프로그램은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서의 알고리즘을 교육하는 것이 1차 목적이지만 컴퓨터, 인공지능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춤을 교육 방법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즐겁고 효과적인 학습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부차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무용작품을 시각화하고 자료화하는 노력이, 미래의 시대에서 소멸되거나 소진될 수 있는 무용유산을 보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 무용의 기록화 자료화를 넘어서 교육의 방법으로 시도하는 연구는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 110대 항목 중 하나로 K-컬처의 초격차 산업을 제시했다. 이는 하드 파워 시대가 아닌 소프트 파워로 세계적인 리더로서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시사한 것이며, 문화ㆍ예술ㆍ춤에 대한 관심과 가치는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창작자 및 제작자의 완성도 높은 K-Dance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구조가 신설되고, 문화 유통 시스템 및 K-Dance 성공을 위한 전문적인 제도 수립 그리고 기관 설립들이 정부 차원으로 이루어져야만 국제 사회의 흐름과 견지되어서 K-Dance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