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매방 명인 유족-제자 간 '가처분 신청' 화해 권고…“비영리·완전 창작 공연만 가능”
법원, 이매방 명인 유족-제자 간 '가처분 신청' 화해 권고…“비영리·완전 창작 공연만 가능”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5.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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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 故 이매방 창작물” 인정
제자 측 “원형 보존 우려”
유족 측 “춤 원형 보존·전승 기념사업 추진할 것”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지난해 9월 이매방 명인의 유족이 세운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제자들로 구성된 우봉이매방춤보존회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수석부장판사 김정중)가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9일 내려진 이 결정은 지난 17일 확정됐다. 

▲우봉 이매방 명인의 전통춤 ‘삼고무·오고무’ 공연 모습(사진=우봉이매방춤보존회)
▲우봉 이매방 명인의 전통춤 ‘삼고무·오고무’ 공연 모습(사진=우봉이매방춤보존회)

법원은 화해권고 결정문에서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의 총 4개 안무는 고(故) 이매방의 창작물”이며 유족이 이에 관한 저작권을 승계한 저작권자라고 결정했다.

이번 판결로 이매방 명인의 제자 측인 사단법인 우봉이매방춤보존회는 저작권자인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삼고무ㆍ오고무ㆍ장검무ㆍ대감놀이를 공연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법원은 저작권법 제29조에 따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인 경우, 그리고 법원에 사전 제출한 ▲‘우봉이매방춤보존회 정회원 명단’ 사람들이 참여하는 연 1회 공연(영리 목적 가능)에 한해 이매방 명인의 창작물임을 명시하는 등의 조건으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매봉 명인의 사위인 이혁렬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대표는 “전통 창작춤도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안무에도 저작권이 있음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이매방 선생님의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기념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80년 넘게 전통춤 외길 인생을 걸었던 이매방 명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등 두 분야의 예능 보유자였다. 호남 춤을 통합해 무대 양식화한 ‘호남 춤의 명인’으로도 불렸다. 특히 이매방 선생은 이매방은 ‘삼고무’와 ‘오고무’를 만들어낸 한국 전통춤의 거목이다. 삼고무와 오고무는 무용수 뒤편과 좌우에 각각 북 세 개나 다섯 개를 두고 추는 춤이다. 

▲이매방 명인의 ‘삼고무’ 공연 모습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김묘선 우봉이매방춤보존회 이사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해도 보존회 회원은 1년에 한 번 공연할 수 있고, 비영리 공연일 경우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공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창작하여 영리 목적으로 교육할 경우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 등 고유명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이는 작품의 이름만 남고, 이매방류의 원형은 사라져 감을 뜻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존회 측의 입장에 대해 이혁렬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대표는 “1,000장이 넘는 판결문에는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 등 총 4가지 안무의 자세한 동작들이 명시되어 있다.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는 안무’란, 유족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4가지 안무와 중복이 없는, 온전한 창작을 뜻한다. 즉, 위 안무의 명칭을 사용해 교육이나 공연, 홍보 등은 유족의 동의가 있거나 기존 안무 동작이 포함되지 않은 창작일 때만 가능하다”라며 “따라서 보존회 측이 염려하는, 안무의 원형은 사라진 채 이름만 남는 것에 대한 염려는 어불성설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족 측은 삼고무, 오고무 등은 고인이 창작한 작품이고, 이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며 2018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을 등록했다. 하지만 보존회 등에서는 이매방 춤의 사유화를 우려하며 그 이전에 삼고무를 한 예술가가 있고 이매방류의 전통춤은 그와 제자 등이 함께 계승하고 발전시킨 것이라고 반발했다.

제자 측은 이번 법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번 결정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게 됐다. 보존회 김 이사장은 “소송으로 스승님을 더 이상 비하시키고 욕보일 수 없어 법원의 화해 권고를 받아들였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아트컴퍼니 이 대표는 “법원이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이지만, 삼고무 등이 이매방의 창작물이 맞는가 하는 근본과 관련한 의심에서 시작됐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고인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이 없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존회는 추후 법원 판단에 따라 공연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