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그리드 아일랜드 Grid Island》展, 지속가능한 ‘제작’ 방식 고민
SeMA 《그리드 아일랜드 Grid Island》展, 지속가능한 ‘제작’ 방식 고민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5.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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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서소문 본관, 오는 8월 15일까지
한국미술 레지던시 난지창작스튜디오 중심으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우린 코로나시기를 거치며, 무한히 확장하는 방식으로만 ‘제작’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동시대 화두와 사건을 통해 고민하는 방식으로 미술관의 기획을 이끌어가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올해 기관 의제 ‘제작(production)’에 집집중한 전시를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 서소문본관에서 지난 26일 막을 열어 오는 8월 15일까지 개최하는 《그리드 아일랜드 Grid Island》전시다.

▲니콜라스 펠처, 갖가지 잔여 행동 (사진=SeMA 제공)
▲니콜라스 펠처, 갖가지 잔여 행동 (사진=SeMA 제공)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기능인 수집과 연구, 전시와 교육의 바탕이 되는 ‘담론의 생산 조건이자 과정으로서 제작’에 주목한다. 오늘날 미술에서 제작 개념은 만드는 행위(making)를 주목하거나 공동의 방향성을 지닌 협업(collaboration) 혹은 산업화한 생산 방식(production) 등 하나의 개념으로 묶지 않고, 작품의 소재나 매체에 따라 다르게 논의되고 있다. 이 제작의 개념이 나아가고 변화하는 방식은 매체의 확장과 전시 기획 특정 작품을 통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고 경제성장의 둔화를 동시에 겪으며 지금의 우리는 현 시대가 따라왔던 가치가 지속가능한 것인지 물어야하게 됐다. 미술관은 규모의 확장을 통한 제작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전시를 기획했다.

▲백정기, 자연사박물관
▲백정기, 자연사박물관  (사진=SeMA 제공)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레지던시 기관이 맡아 온 제작의 역할을 되돌아본다. 레지던시가 운영되는 해를 거듭하며 단순히 작업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생산된 ‘작품’을 실험적인 전시 형식으로 선보이는 과정을 짚고, ‘작가’를 중심에 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를 확장하는 등 과정과 방법론에 기반한 ‘제작’의 조건으로서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마련한 과정을 담는다.

전시는 지난 16년 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해 온 ‘공간’, ‘작품’, ‘작가’, ‘제작’을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사진, 음향, 영상, 설치를 아우르는 16점의 작품으로 앞으로의 제작은 어떻게 변화돼야하는 것인지 묻고, 동시대 창작 환경을 성찰하고 제도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수지, 비트콘드리아
▲한수지, 비트콘드리아 (사진=SeMA 제공)

전시에는 권아람, 김동희, 김익현과 현우민, 니콜라스 펠처, 민성홍, 백정기, 안성석, 이다 다이스케×박성환, 이은솔, 이은희×김신재, 정진화, 한수지, 홍은주 총 13명/팀이 참여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미디어에서 데이터로 옮겨가는 동시대 미술 형식의 변화에 반응하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제작 플랫폼 GSR(Game-Sandbox-Residency)를 선보인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구축 지원 사업을 통해 제작된 온라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평면, 입체, 공간, 사운드 등 시각예술 매체를 게임의 구성요소에 대입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웹을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며 GSR를 통해 가상의 ‘세계(world)’를 생성한다. GSR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전시장에서도 동시에 작동한다. 관람객은 2층 전시장의 스크린을 통해 웹에 무작위로 생성되는 가상의 세계를 마주하는 한편, 모바일 홈페이지(http://g-s-r.net/)와 3층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세계의 데이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은희, 머신돈다이
▲이은희, 머신돈다이 (사진=SeMA 제공)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가능하며,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와 자료를 순차적으로 미술관 공식 SNS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기간 중에서는 게임 디자인 워크숍 <관객 퀘스트>, 여름방학 특집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너의 세계로> 등이 진행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신청 등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