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모래시계’…“세대를 아우르며 시대를 말하다”
[현장리뷰]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모래시계’…“세대를 아우르며 시대를 말하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5.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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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뮤지컬 <모래시계>가 5년 만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2022 모래시계 공연사진, 야만의 시대 rep, 김수연(영진 역) 외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2022 모래시계 공연사진, 야만의 시대 rep, 김수연(영진 역) 외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귀가 시계’라 불리며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SBS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해방 및 6.25 이후 최대의 격동기였던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현대사를 배경으로 개성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신정권 철폐 학생 운동,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슬롯머신 비리 사건, 삼청 교육대 등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드라마의 소재로 삼아 현대사를 굵직하게 그려냈다.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모래시계> 프레스콜이 열렸다. 김동연 연출, 박해림 작가, 박정아 작곡/음악감독, 배우 민우혁, 온주완, 조형균, 최재웅, 송원근, 남우현, 박혜나, 유리아, 나하나 등이 참석했다.

김동연 연출은 “한국 사회 전반을 다룬 드라마 <모래시계>가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는 훌륭했다”라며 “뮤지컬로 만들면서 가장 집중했던 건 무대 위에서 어떻게 뮤지컬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였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인물들은 합쳐지거나 배제됐고, 어떤 인물들은 더 드러나게 됐다. 여러 사건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가사와 장면으로 표현하기 위해 편집했다”라고 설명했다.

▲2022 모래시계 공연사진, 모래시계, 나하나(혜린 역), 송문선(영진 역) (제공.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2022 모래시계 공연사진, 모래시계, 나하나(혜린 역), 송문선(영진 역)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약 3년간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이번 시즌은, 원작에서 가져온 기본 스토리 라인과 설정을 제외한 대본, 음악, 무대 등이 거의 다 바뀌었다. 태수, 혜린, 우석 세 사람의 관계에 집중함과 동시에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혜린을 지켜주는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재희’ 캐릭터를 없애고, 이들의 다음 기록자가 될 ‘영진’이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추가하였다.

박해림 작가는 “반복되는 역사 속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에, 시대를 기록하고 다음 세대의 나침반이 되는 역할을 부각했다. 또 이정재가 연기했던 재희 캐릭터를 과감하게 삭제하면서 주연 3인의 관계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세 사람의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세 사람이 가진 고민과 방황, 그리고 우정을 넘버에 함축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대치되는 상황 속에서 음악적으로 각각의 집단의 입장이 모두 설명될 수 있도록 테마를 구성했다. 또한 현악기와 관악기의 비중을 높여 15인조 오케스트라 중 8명을 스트링으로 구성해 드라마의 서정적인 느낌을 살리고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2022 모래시계 공연사진, 우리의 계절, 온주완(태수 역), 송원근(우석 역), 나하나(혜린 역)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작곡을 맡은 박정아 음악감독은 “원작이 가진 이야기와 시대 배경 특성 때문에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라며 “초연 <모래시계>를 이미 관객들에게 선보인 바 있기 때문에, 재연을 통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하며 보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저는 완전히 초연이라 생각하며 작업했다”라고 전했다.

<모래시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러시아 가수가 부른 ‘백학’이지만, 뮤지컬 작품 안에서는 드라마에 등장한 음악이 일체 사용되지 않는다. 

박 음악감독은 “뮤지컬화 하면서 기존 드라마에서 익숙한 음악을 어떻게 사용할지 굉장히 고민했다”라며 “뮤지컬의 어법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기존에 (드라마에) 등장했던 음악은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배우들은 <모래시계>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작품’이라 입을 모았다. 실제로 드라마를 봤던 세대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도 드라마의 장면과 대사는 꾸준히 회자 되고 있다. 여전히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작품의 메시지도 시대를 관통한다.

▲2022 모래시계 프레스콜, 모래시계, 박혜나(혜린 역)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2022 모래시계 프레스콜, 모래시계, 박혜나(혜린 역)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혜린 역을 맡은 박혜나는 “제가 작품 속 인물이었다면, 가진 것들을 부정하면서 정의를 위해 용기를 내서 싸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배우로서 좋은 점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라며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젊은이들과 그 시대를 겪은 분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과거의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저와 다른 시대 속에서 참 열심히 살아간 여성들을 만나게 되어 참 기쁘다. 그래서 <모래시계>를 너무 잘 해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역을 맡은 유리아는 “혜린이 영웅이 아니어서 좋았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큰 사건, 큰 시련은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모두가 그 상황에서 앞장서서 영웅이 되길 자처하진 않는다. 혜린이라는 역할이 영웅이 아닌 이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바로잡을 용기가 있다면 누구나 역사 속에서 바르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저 역시 매번 올바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역할을 하면서 개개인의 삶에서 공통된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22 모래시계 공연사진, 우리 같은 걸림돌, 최재웅(우석 역), 김수연(영진 역)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최재웅은 지난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검사 우석 역을 맡았다. 주·조연 배우 중 유일하게 <모래시계>로 돌아온 초연 배우다. 최재웅은 “저도 초연 배우가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하다 보니 참여하게 됐다”라며 “개인적으로 창작 뮤지컬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해온 공연을 쭉 보더라도 창작을 많이 했고, 제게 선택권이 있다면 창작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왔다. <모래시계> 역시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초연 때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재연을 통해 마무리를 잘 지어보려고 출연을 선택했다”라며 “초연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극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원작이 같기 때문에, 원작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방법이 바뀐 거지 큰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몇 만 편, 몇 십 만 편의 <햄릿>이 있듯, 이제 두 번째로 표현되는 <모래시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모래시계'는 지난 26일 개막해 오는 8월 14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