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교육청  폐교문화예술공간 활용정책 문제
[남정숙 칼럼]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교육청  폐교문화예술공간 활용정책 문제
  • 남정숙 본지 문화정책기획위원
  • 승인 2022.06.0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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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서의 예술활동은 유휴공간 점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창조인재와 창조공간은 지역의 창조경제를 견인한다.  
폐교 활용 예술센터 일괄매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과 다름없다.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의 이유로 농어촌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폐교가 증가했고, 폐교의 증가는 농어촌 지역의 슬럼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 도시화, 디지털화, 글로벌화 등의 급속히 진행되었던 1970년대 당시 같은 고민을 하던 미국 뉴욕에서도 1971년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국제적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PS.1 사례를 참조하여, 1997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도 논산과 강화에 폐교를 활용한 창작공간을 조성하였다. 

폐교의 관리는 지역 교육청에서 관리하며 주로 창업연구센터, 문화예술시설, 체육시설, 노인쉼터 등의 공공시설이나 개인에게 매각되어 캠핑장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폐교를 활용한 문화예술공간도 성공사례가 제법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9년 대부도 폐교를 리모델링한 경기창작센터는 현재도 50명이 넘는 작가들이 모여 시각예술, 공연, 음악, 문학, 건축 등 다양한 장르의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있고, 전시•창의예술(Crea+Art) 학교 등을 운영하는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성남시 ‘꿈꾸는 예술터’는 2018년 문체부의 ‘유휴공간 활용 문화예술교육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87억 원을 투입해서 구 영성여중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대표적인 지자체 문화예술교육센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꿈꾸는 예술터에는 손기술랩, 미디어랩, 움직임랩, 뭐든지클래스, 스튜디오, 통합랩, 소리스튜디오, 1인 미디어실, 과제형 활동공간 연구개발실 등 시민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창작공간이 있으며, 융복합 교육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가진 전임강사 10명을 채용하고 있다.

▲성남시 ‘꿈꾸는 예술터’
▲성남시 ‘꿈꾸는 예술터’

경기창작센터와 꿈꾸는 예술터가 공공영역에서 예산을 들여서 만든 폐교활용 문화예술공간이었다면 강원도 원주의 ‘후용공연예술센터’와 충남 당진의 ‘아미미술관’은 폐교를 민간이 임대하여 운영하는 공간이다. 

▲충남 당진 ‘아미미술관’
▲충남 당진 ‘아미미술관’

후용리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후용공연예술센터

강원도 문막에는 ‘노뜰’이라는 연극단체 단원들이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다. 2000년 3월 1일 폐교한 후용초등학교를 임대해서 후용리마을에 들어 온 이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연극도 만들면서 마을사람들과 완전히 동화되어 살고 있다. 후용리 ‘노뜰’에서는 일상이 연극이고, 연극이 곧 일상인 곳이다. 마을에 들어온 지 벌써 22년이 되었으니 아이들은 ‘노뜰’의 정기공연과 축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고, ‘노뜰’의 공연장과 운동장이었던 야외무대에서 뛰어놀고, 책방에서 책을 읽으면서 자라서 성인이 된 셈이다. 

노림폐교에 있는 화가들이 후용리 마을회관과 창고를 리모델링해서 ‘아트팩토리 후’를 만들어 입주하자 인구감소로 폐교가 되었던 후용리는 후용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트랜디한 예술창작마을이 조성되었다. 

후용리예술창작마을은 22년이 된 ‘극단 노뜰’과 그들이 공연과 축제, 전시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폐교를 개조한 ‘후용공연예술센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입주해 있는 레지던스와 상설전시가 열리는 ‘아트팩토리 후’, 그리고 ‘아트팩토리 후’ 입주작가들이 지상전시라고 자부심을 느낄 만큼 수준 높은 벽화작품들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마을의 상징이자 자부심이 되고 있다.

▲강원 원주 ‘후용공연예술센터’와 ‘아트팩토리 후’
▲강원 원주 ‘후용공연예술센터’와 ‘아트팩토리 후’

그런데 2021년 7월 강원교육청은 폐교재산매각계획에 의해 도내 폐교 23곳을 일괄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며 ‘극단 노뜰’에 약 12억여원에 매입을 하거나, 장소를 비우고 나갈 것을 통보하였다. 22년 간 동거동락을 했던 마을주민들은 분노하였고, 갑자기 12억 원을 마련할 수 없는 ‘극단 노뜰’과 배우들은 졸지에 길로 나앉을 판이다. 1993년 설립된 ‘극단 노뜰’이야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겠지만, ‘후용공연예술센터’는 해체될 것이고, ‘아트팩토리 후’와 입주작가들은 해산될 것이고, 후용리 예술창작마을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강원교육청은 무슨 결정을 이렇게 하는가?

우선, 2021년 7월 발표한 ‘2021년도 폐교재산 매각 계획’에 의하면, 도내 총 208개의 폐교 중 23곳의 매각을 결정한 이유가 1) ‘폐교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나 활용 방안을 찾기 어려워서’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2) 매각하는 폐교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활용 폐교재산을 ‘자자체 공익사업, 주민 복지 및 소득증대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3) 폐교가 매각되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행복한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괄적인 이유로 강원교육청은 ‘극단 노뜰’에게도 2023년 6월까지 폐교를 비워주거나, 12억여원에 매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원교육청의 매각조건에 어떤 것도 후용초등학교는 해당되지 않는다.

첫째, 폐교를 매각하는 이유가 활용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면, 현재 활발히 활용될 뿐만 아니라 국내 및 세계적인 작가들이 몰려들고, 22년 동안 24시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폐교를 매각하는 이유가 지자체 공익사업, 주민 복지 및 소득증대시설 중에서 후용초등학교에서는 수시•상설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예술복지 활동과 예술교육이 제공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니 지역 수익증대에 분명히 도움이 되고 있을 것이다. 또한 후용리예술창작마을에 대한 뉴스와 SNS 홍보, 심지어 영화까지 제작되었으니 지역 홍보에 이만한 기여를 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셋째, 폐교를 매각하는 이유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하며,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행복한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22년 전 인구감소로 낙후된 지역이 세계적인 극단과 세계적인 작가들이 수준 높은 작품과 마을사람들과의 공존을 통해 질과 양적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더군다나 22년 간 24시간 공동체생활 덕에 마을사람이 노뜰이자, 노뜰이 마을사람이 되어버린 지 오래 된 탓에 구분하기가 불분명한 행복한 예술마을을 강원교육청이 마을사람과 극단사람을 구분하여 갈라놓으려는 심사는 무엇인가? 

비단 후용초등학교에 입주한 ‘극단 노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폐교 활용 예술센터는 점유 이상의 의미가 있다. 창조경제를 주창한 존 호킨스(John Howkins)는 창조인재가 창조공간을 만들고,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여 창조경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예술인들이 지역에 이주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귀향귀촌을 하는 의미와는 다르다. 예술가들은 창조인재로서 마을을 변화시키고, 공공영역에서 하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대신 충족시킨다. 장기적으로 아이들을 창조인재로 키워내며, 삶의 질을 높여주고 마을과 마을사람들의 질적•지적 수준을 높이고 다양성을 경험하게 하므로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시킨다. 

강원교육청에서 예술인들의 활동을 단지 폐교를 점유하여 수익이 나지 않거나, 괴상한 인테리어 정도만 하고 아무일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예술활동보다는 공산품공장 등 보다 생산적인 수익을 기대해서 폐교 활용 예술센터들을 일괄 퇴출하고 매각하려고 했다면 이는 문화예술의 중장기적 효용성을 모르는 무식한 행동이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 예술센터보다 공장이 들어오면 지역주민들이 행복할까? 관광객들은 어떤 요인이나 계기로 지역을 방문할까?

또한 22년 간 주민들과 잘 지내고, 주민들이 ‘극단 노뜰’과 ‘아트팩토리 후’의 이주를 반대할 만큼 지역주민과 밀착된 공동체화가 잘 진행된 ‘후용창작예술마을’을 예술에 무지한 공무원들의 일방적 결정으로 통보할 것이 아니라 해당 폐교 활용 예술센터에 대한 주민공청회나 폐교퇴출을 위한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서 결정했어야 했다. 현재 강원도에는 어느 지역보다 많은 폐교가 있지만, 어느 지역보다 유명하고 알찬 폐교 활용 예술센터도 많다. 

강원도 폐교활용 유명 예술센터들

폐교 활용 예술센터들은 대부분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자 작업실인 동시에 외부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실이나 공연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교실이자 마땅한 문화예술교육시설이 없는 촌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산실이기도 하다. 
■ 강릉 제비리미술인촌 - 1999년 7월 폐교된 강릉시 구정면 제비초등학교로 7명의 미술인이 만든 미술관과 미술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한다, 7명의 작가가 각자 주민들을 위한 무료미술학교를 운영한다. 
■ 영월 국제현대미술관 - 2001년 4월 폐교된 삼옥초등학교에 프랑스, 덴마크,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세계 70여개국 조각작품 3000여점이 상설 교환 전시되고 있다. 국내외 저명한 조형예술가들을 초대하여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국제현대문화예술축제를 개최하여 예술가와 대중과의 만남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 정선아라리 인형의집 - 2002년 세계 20여개국의 200여 점의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정선아리랑제 공연과 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인형극교실, 대학생 인형극 동아리 세미나 등을 열고 있다. 
■ 양양 갈천문화예술수련원 - 1999년 개관했으며, 시각디자이너와 미술교사들에 의해 시작했으며 이후 미술, 국악 관현악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이루어진다. 야생화와 들풀을 관찰한 뒤 회화, 조소, 디자인, 판화 등의 미술체험교실을 운영한다. 
■ 고성문화마을 - 죽왕초등학교 구성분교장으로 고성출신 조각가의 창작스튜디오, 갤러리, 체험공방, 도서관, 공연장 등을 조성하고 레지던시, 주민들에게 미술전시, 아트 힐링캠프, 영화상영, 각종공연 등을 운영하고 있다. 
■ 강릉예술창작인촌 - 경포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조성한 공예중심 창작공간, 동양자수박물관이 있으며, 주민들에게 전통자수, 도자기만들기 등 다양한 공예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도 언젠가 후용초등학교처럼 일괄매각할 셈인가? 
강원교육청이 지역의 창조인재와 창조공간을 인정하지 않고 퇴출한 채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일괄매각을 강행한다면 황금알을 더 얻기 위해 닭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는 어리석은 우화를 실감나게 보여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