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책, 마음의 길 내기3 '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타인 지음'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책, 마음의 길 내기3 '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타인 지음'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2.06.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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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타인 지음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책상 정리를 하고 지루한 작업을 하는데 산뜻하게도 연두색 얇은 책 하나가 보였다. 엊그제 선물 받은 책이다. 어릴 적 여러 번 읽어보았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듯 한 그루의 나무가 제 몫을 다하며 사랑을 주는, 감동이 가득한 책으로 기억된다. 글 밥은 매우 간략하지만, 시적인 문장과 흑백 삽화로 감상의 집중도가 꽤 높아지는 동화책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일이 밀려서 오히려 여유를 찾아야 할 때, 인간관계에 제동이 걸렸을 때……. 가볍게 읽으며 마음을 진정할 수 있는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잠시 펼쳐본다. 1964년 출간, 전 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3천만 부 이상이 팔린 매우 인기 있는 작품이다. 미국 시카고 태생 쉘 번스타인은 시인 작가, 극작가, 음악가 등으로 활약했으며 1950년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만화가로 활약한 바 있다. (Shel Silverstein,1930~1999)

나무를 사랑하는 소년과 행복한 나무

옛날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무에게는 사랑하는 한 소년이 있었는데 둘은 날마다 신나게 놀았다. 엄밀히 말하면 소년이 노는 것을 나무가 지켜본 거다. 소년은 그네도 타고 나뭇잎을 줍기도 하고 나뭇잎으로 왕관을 만들기도 하며 그야말로 숲속의 왕 노릇을 경험했다. 소년은 숨바꼭질도 하고 놀다가 피곤해지면 나무 그늘에서 단잠을 자기도 했다. 소년은 나무를 사랑했고 소년을 바라보는 나무는 행복했다.

홀로 있는 나무와 필요한 것이 많아지는 어른

소년이 나이가 들어가며 나무는 홀로 있을 때가 많아졌다. 어느 날 소년이 나무를 찾아왔을 때 나무는 전처럼 “나무를 타고 그네를 뛰고 사과도 따 먹고 그늘에서 놀면서 즐겁게 지내자”라고 말하지만 커버린 소년은 사야 할 물건도 많아지고 돈이 필요했기에 열려있던 열매를 모두 따갔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소년이 다시 나무를 찾았을 때 나무는 반가웠다. 같이 놀고 싶었으나 소년은 가족들이 생겨서 따스하게 지낼 집이 필요하다며 나뭇가지를 홀랑 베어갔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소년은 오랜만에 나무를 찾아왔다. “난 나이가 들고 비참하다. 배 한 척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한다, 멀리 떠나고 싶은 소년은 나무줄기를 베어다가 배를 만들어 타고 멀리멀리 떠나버렸다.

남은 것이 없어도 주고 싶은 마음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소년은 나무를 찾아왔다. 그동안 소년에게 열매를 주고 가지와 몸통을 내어준 나무는 이제 밑동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나무는 “너에게 주고 싶은데 남은 것이 없다”라고 말하고 소년은 “이젠 나도 필요한게 별로 없어. 그저 편안히 앉아서 쉴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답을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진정 행복했을까?

어린 시절 읽었을 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소년에 대한 사랑으로 마냥 가슴이 따스해지는 동화였으나 다양한 사회를 경험하고 많은 이의 정서를 접하고 나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과연 행복했던 것인지 반문을 하게 된다. 나무에게 전폭적으로 지지를 받은 소년은 그 사랑을 느꼈을까? 나무를 찾아와 무엇이든 가져가던 소년의 마음은 좋았을까? 숨바꼭질하고 그네를 탔던 그 나무의 열매를 따서 시장에 내다 팔고 사랑하는 나무의 가지를 잘라 부양하는 가족들의 집을 짓는 소년. 어느덧 삶에 지친 소년은 떠나고 싶어 배를 만들어 타고 멀리 떠나버린다. 멀리 떠났던 소년의 마음은 편안했을까? 소년이 처음 나무를 찾았을 때 얼마나 설렜을까? 나뭇잎을 주워서 나뭇잎 왕관을 만들어 숲속의 왕 노릇을 했을 때 소년을 바라보는 나무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아낌없는 주는 자와 아낌없는 받는 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바쁜 현대인의 삶, 경제력이 없으면 더욱 피폐해지는 세상이다. 이젠 나무도 피로하고 소년도 피로한 세상이다. 누가 누구를 봐주고 누가 누구를 기다려주는가? 당신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누군가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아본 일이 있는가? 또는 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성공한 삶이다. 사실 나무의 밑동처럼 안락함을 제공받는일도 공짜는 아니다. 여유를 갖고 앉을 수 있는 내면의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리 와서 앉으렴. 앉아서 쉬도록 해.” 우리 힘들수록 아낌없이 주고 받는 사랑을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