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확 달라질 한강변, 한강의 다리들은?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확 달라질 한강변, 한강의 다리들은?
  • 백지혜 디자인 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 승인 2022.06.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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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샌프란시스코의 오크랜드 베이 브릿지 Oakland Bay Bridge는 1930년대에 세워진 다리로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금문교보다 더 크고 웅장해서 처음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금문교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 길이가 14km에 달해 주탑도 4개이고 2층 복층이어서 웅장함이 금문교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베이브릿지를 먼저 보고 금문교를 나중에 본 사람들은 대부분 금문교에 실망하곤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 관광에 있어서 꼭 가보아야 할 관광지 일순위로 꼽혀 왔고 지금도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이미지의 주인공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 등장한 또 하나의 이미지는 베이브릿지의 야경이다. 비영리 예술 단체인 ILLUMINATE가 세계적인 아티스트 Leo Villareal과 협력하여 베이 브리지 건축 75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아트를 기획, 2013년 3월 공개하였는데 “전 세계에서 반드시 보아야 할 최고의 명소”로 선정될 만큼 성공적이어서 주변 레스토랑의 수익이 30%이상 증가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당초 영구 설치가 아닌 단기 설치물로 기획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효과를 거두어 - 맥킨지, 딜로이트 등 주요 분석 기관에서 베이 브릿지의 조명이 지역경제에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키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내 놓았다고 한다. - 영구설치물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지금 우리가 보는 베이브릿지의 조명은 당초 조명기구를 제거하고 2016년 재시공된 결과물이다.

미국 보스톤의 번커힐 브릿지 -본명은 Leonard Zakim Bunker Hill Memorial Bridge - 는 보스톤의 악명 높은 프로젝트 big Dig의 일환으로 지어져 2003년에 완공되었는데 오래된 찰스타운 하이브릿지를 대신 할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벙커힐 기념비를 디자인모티브로 건설되 이 다리는 설계단계에서 부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 시민운동가 Leonard P. Zakim를 넣어 다리의 이름을 짓고 주변에 공공 오픈 스테이스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공공 조명예술 “Five Beacons for the Lost Half Mile.”을 설치하여 자전거를 주로 이용하는 보스톤의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안전한 밤을 선사하였다.

당초 메탈할라이드 조명으로 하얗게 비추어지던 주탑이 파란빛을 갖게 된 것은 2013년, 보스톤으로의 상징적인 게이트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당초 다리에 담으려 했던 평화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파란색 조명의 주탑과 흰색으로 비추어진 케이블이 연출하는 야간경관은 이제 보스톤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Lawn on D 프로젝트와 함께 보스톤의 새로운 명소로 꼽히고 있다.

일전에 언급했었던 몬트리올의 쟈끄 카르띠에 브릿지 Jaques Cartier Bridge 역시, 당초 도시의 팽창으로 빅토리아 하버 브릿지의 증가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하여 계획되었다.

 

한강다리 서울 대표 상징 경관으로 포괄적 공간구성 돼야

 

1930년대 건설된 이 다리는 기능에 충실한 ‘구조적으로 튼튼한’ 철골조로 지어져 오랜 시간 사회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덤덤히 해오던 차에, 2017년 캐나다 150주년을 기념하며 설치한 조명으로 이제는 몬트리올의 랜드마크가 되었을 뿐 아니라 매년 열리는 국제 불꽃축제의 장이 되어 전세계 사람들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모멘트 팩토리라는 미디어 아트 그룹이 계획한 조명은 빛이 도시와 소통 한다는 LIVING CONNECTION 개념으로 날씨나 교통량에 대한 정보 뿐 아니라 시민들의 SNS에 나타난 감정들, 도시의 이벤트 등을 색으로 연출하여 강을 물들인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한강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층고 규제를 풀어 수변 스카이라인 다양화를 예고했고 소하천·실개천을 정비해 지천 주변을 ‘수(水)세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리고 이어 6월에는 한강변 공간구상 용역을 내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강변을 관광에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며 공공성과 자연성의 회복에서 나아가 국제도시 서울로의 경쟁력을 키운다고 한다.

한강변에 대한 도시 경관적 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강변북로나 88올림픽도로에 의해 접근성이 떨어져 버렸고 향유할 경관도 도둑 맞앗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 낸 서울시의 의지가 아님을 알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는 바가 크다.

다만 한구석에 걱정으로 남는 것은 한강을 가로지르는 31개의 다리들이다.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내기 위하여 한강변 어디에서나 조망되는 다리들의 모습들..

물론 그것들을 부수고 다시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크게 부조화 스럽지 않은 다리가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 스러운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것들이 세심한 조명계획을 통해 야간에 다른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포대교가 무지개분수로 그 가치를 찾은 것처럼 하나하나의 다리들이 이야기를 담고 그 나름의 정체성을 갖을 수 있도록 나아가 이들이 통합적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 경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도록 한강변 공간구상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