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 여러분들의 예술작품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 여러분들의 예술작품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 예술도서관/국제예술대학교 공연기획 재학생 손하은
  • 승인 2022.06.15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팬데믹이 바꿔 놓은 국내 인디씬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지 어언 2년째. 팬데믹 시대 속 음악씬은 공연장이 아닌 비접촉의 방향으로 음악이 행해지는 장소를 옮겼다. 특히 대중음악 페스티벌이나 홍대 공연장 등에서 진행되며 아티스트와 관객의 현장 호흡이 중요한 인디 음악의 경우 불가피하게 라이브 공연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관객들을 만나야 했다. 이제 온라인 공연은 공연예술을 즐기는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경험인 만큼, 코로나 이후 인디 음악과 사람들의 만남이 팬데믹으로부터 안전한 정도 내에서 최대한 가까이 느끼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인디 음악을 키워온 홍대 인디 문화

코로나 이전 인디 음악은 음원과 더불어 주로 공연으로 사람들과 마주했다. 특히 인디 음악은 홍익대학교의 미대와 예술학과의 명성, 그리고 신촌과 가까우면서도 과거 신촌에 비해 상업화의 피해를 덜 받았던 배경을 바탕으로 홍대 앞에 하나의 인디씬 문화를 만들었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 취향을 중심으로 홍대에 사람들이 모이자, 홍대는 버스킹 문화나 인디 음악을 위한 소규모 공연장, 라이브 클럽 등이 발달하게 되었다. 홍대다운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은 신인 아티스트가 잔나비나 혁오 같은 스타 뮤지션으로 자리 잡게 해주는 기회의 터전이자 인디 음악 애호가들이 음악성 높은 인디 뮤지션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코로나 전 홍대에서 열린 인디 음악 공연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2가지 공연 사례가 있다.

먼저 핼러윈, 크리스마스이브와 더불어 홍대 3대 명절이라고 불리는 ‘경록절’은 국내 인디의 시작이자 살아있는 역사인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의 생일인 2월 11일을 기념해 홍대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로, 인디 음악의 매력이 듬뿍 담긴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공연이다. ‘경록절’은 코로나 기간에도 2년 연속 온라인 공연을 열며 음악인들을 연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문화의 거리인 홍대 클럽과 공연장을 살리기 위한 무경계 음악 축제 ‘라이브클럽데이’는 매주 마지막 주 금요일 열리던 행사이다. 홍대 인근 9개의 공연장이 설립한 인디 문화 부흥 콘텐츠 중 하나인 ‘라이브클럽데이’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홍대 ‘클럽 데이’의 연장선으로서,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뮤지션들을 만나게 해 생생한 인디 음악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온라인 공연을 마주한 인디씬의 현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홍대에서 열리던 공연이 하나씩 취소되고 2020년 초 이후 홍대 인근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자 더 이상 인디 아티스트가 설자리가 사라지게 되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현회와 라이브클럽현동조합에 의하면 최근 에반스라운지와 무브홀, 퀸라이브홀, DGBD(구 드럭), 샬롱 노마드 등 홍대의 터줏대감이던 20여 개의 홍대 인근 소규모 공연장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했으며, 홍대 인디씬을 지켜온 공연들도 잇달아 취소되었다. 특히 작년 거리두기 2.5단계 기준 연극 및 뮤지컬 공연장과 영화관은 좌석 띄어 앉기만 하는 반면에 대중음악 공연장은 50인 이하만 운영할 수 있는 상황에 관계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갔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어 다양한 콘서트가 쏟아지고 있지만, 지난 팬데믹 기간의 아픈 현실을 위로해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인디 음악이 가진 상업으로부터 다소 독립적이라는 특징은 온라인 공연 유로 관람객을 정착시키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퀄리티 좋은 온라인 공연을 제작하기에 비교적 자본과 장비가 부족해 공연을 직접 촬영해 온라인으로 송출하기 턱없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인디인 그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수익을 내기 힘든 이유 때문이다. 이에 작년 3월, 인디 음악 공연장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 공연 ‘#우리의무대의지켜주세요’가 70여 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온라인 공연으로 기획되기도 하였다. 해당 공연은 비대면 공연 플랫폼 ‘프레젠티드 라이브’의 무상 서비스 제공으로 진행되어 온라인 공연 시대에서 인디 뮤지션들이 살아남도록 도왔다.

“인디음악?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음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절대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속 인디 뮤지션을 아버지로 형제가 인디 음악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동생의 인디 음악이 뭐냐는 질문에 형이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음악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다. 인디 음악이 메이저와 인디라는 간격 사이, 노력 중인 음악이 아닐까 하는 감독의 매력적인 정의가 들어간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정의와 같이, 인디 음악은 노력이 계속되는 음악 장르로서 이 노력이 보일 기회가 필수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국 인디계의 산실로서 역할 해온 홍대가 한계에 직면하였고,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다고 하여도 최소 3개월 전 일정이 잡히는 공연 특성상 업계 공연이 하루아침에 자리 잡긴 힘들뿐더러 팬데믹 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인디 뮤지션들이 설 자리가 한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1990년대 이후 자생적으로 자리 잡은 홍대 인디 생태계가 사라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