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담은 대구교육박물관, 기획전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
현재를 담은 대구교육박물관, 기획전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16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층 기획전시실, 6.24~10.30
고현학(考現學)적 방법으로, 동시대 기록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박물관은 과거 유물만을 보관하고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곳일까. 이 질문에 대해 대구교육박물관이 새로운 답을 만들어냈다. 따라잡기 힘든 속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 속,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가치가 있었는지 찾아보는 전시를 기획했다. 대구교육박물관이 개관 4주년을 맞이해 기획한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부제: 보통 사람들이 채워가는 대구의 24시)전시다.

통념상 박물관이라면 어느 집 다락방, 고미술품 가게창고에서 발견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물건을 전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고고학(考古學)적 접근이 행해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싶다. 대구교육박물관 이 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현재 살아있는 것, 보이는 것 등 현대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학문 고현학(考現學)적 접근법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가치를 찾아보는 전시를 기획했다.

▲기획전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의 24명 주인공 (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기획전《그 시간, 그 곳, 그 사람》은 ‘바라보다’, ‘도전하다’, ‘지키다’라는 주제로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24명의 주인공들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첫 번째 ‘바라보다’에서는 MBC-FM의 DJ 김묘선씨와 초등학교 교사 등 아홉 명의 주인공들이 누군가를 향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웃을 챙기는 시간이 담겨져 있다. 두 번째 ‘도전하다’는 만학도 오서남씨와 60여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 온 최동칠씨 등 여섯 명의 주인공들이 늘 새롭게 개척하고 도전해온 삶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펼쳐 놓는다.

세 번째 ‘지키다’에서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대구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응급실 의사 전재천씨와 소방관 김영진씨 등, 시민들이 쉽게 인지할 수 없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키고 있던 아홉 명의 이야기가 담긴다. 세 번째 전시 공간은 그들 스스로가 선정한 실감나는 소품들과 함께 전시해 삶의 생동감을 전할 예정이다.

▲기획전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 기획 과정 (사진=대구교육박물관 제공) 

고현학(考現學)적 접근법은 ‘존재의 본질을 재미있게 드러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박물관이 전시 기획을 위해 24명의 주인공들을 만나러 다녔을 때, 모든 이가 “뭐 특별한 게 없는데…”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 말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나름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대구교육박물관은 “이번 기획전은 연예인의 화려한 삶이나 정치인의 스펙타클한 이야기 못지 않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평범함의 가치를 생각하며 한자리에 모신 24명의 삶의 스승들은 관람객들에게 ‘당신은 몇 시의 주인공입니까’ 라고 넌지시 물으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치와 존재의 이유를 떠오르게 할 것이다”라고 전시가 전할 의미를 설명했다.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는 전시에 소개되는 24명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나의 삶과 가장 비슷한 한 지점을 기획전《그 시간, 그 곳, 그 사람》에서 찾게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의 감정은 관람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