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시 《3cm에 담긴, 금빛 화조도》, 8세기 통일신라시대 금속공예 정수 선봬
특별전시 《3cm에 담긴, 금빛 화조도》, 8세기 통일신라시대 금속공예 정수 선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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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 오는 10월 31일까지
육안으로 판별 어려운, 정교하고 세밀한 문양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통일신라시대 금속공예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유물이 공개된다.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문양이 새겨진 금박 유물들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배)는 2016년 11월 동궁과 월지 ‘나’지구 북편 발굴조사 중에 출토한 금박 유물을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천존고에서 《3cm에 담긴, 금빛 화조도》특별 전시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한다.

▲금박 유물 전체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동궁과 월지 ‘나’지구 북편 발굴조사 중 출토된 금박 유물 전체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전시되는 금박유물은 2016년 당시 건물지와 회랑지 주변 유물포함층에서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구겨진 채, 20m 가량 서로 떨어진 곳에서 두 점으로 출토됐다. 이후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두 점이 당초에는 접합된 한 개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박은 순도 99.99%의 정선된 순금 0.3g(한 돈은 3.75g임)을 두께 0.04mm로 얇게 펴서 만들었고, 가로 3.6cm, 세로 1.17cm 크기의 평면에 새와 꽃을 조밀하게 새겼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0.08mm)보다도 가는 0.05mm 이하 굵기의 선으로 좌·우측에 새 두 마리를 새기고 중앙부와 새 주위에는 단화(團華/여러 문양요소를 원형이나 그에 가까운 형태로 늘어놔 꽃을 위에서 본 형태를 연상시키는 의장)를 조금(彫金/금속 공예기술의 일종, 금속의 정이나 끌 등 도구를 이용해 문양이나 글씨를 새기는 기법)했다.

금박에 새긴 새는 형태나 관련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할 때 멧비둘기로 추정되며, 단화는 경주 구황동 원지 출토 금동경통장식, 황룡사 서편 폐사지 출토 금동제 봉황장식 등에서 확인되는 통일신라시대 장식 문양 중 하나다.

▲동궁과 월지 '나'지구 북편 금박 출토 당시 모습 2
▲동궁과 월지 '나'지구 북편 금박 출토 당시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금박에 담긴 단화쌍조문은 형식화된 서역의 단화쌍조문과는 달리 매우 사실적으로 꽃과 새를 묘사됐다. 연구소 측은 서역의 영향을 받았더라도 문양에 있어서는 신라화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박에 새겨진 두 마리 새의 표현은 매우 사실적으로 평가된다. 오른편에 새긴 새를 왼편의 것보다 깃털 표현을 다채롭게 한 점이나, 몸집의 크기와 꼬리 깃털 형태에서 보이는 사실적인 특징 등으로 보아 암·수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사실적인 묘사는 금속공예의 영역을 넘어 통일신라시대 회화의 영역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이다.

금박에는 매우 가는 철필(鐵筆) 등으로 미세하게 문양을 새겨 육안으로는 문양 판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돋보기나 현미경을 통해서 문양을 확인해야 한다.

▲금박 유물 세부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번에 공개되는 유물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줘,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유물 중에서는 가장 정교한 세공술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금박 문양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장인의 뛰어난 미술적 감각과 함께 마이크로 단위의 세밀한 금속 세공술을 엿볼 수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 실제 유물을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와 함께 일반에 공개한다. 또한, 누리집(https://nrich.go.kr/gyeongju) 알림창 접속이나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기가픽셀 이미지 뷰어를 제공해 금박의 세밀함을 체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유물열람 온라인 서비스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