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 뮤지컬계, 1세대 배우 최정원·남경주·박칼린 호소문 발표…“책임 통감”(성명서 전문 포함)
‘아사리판’ 뮤지컬계, 1세대 배우 최정원·남경주·박칼린 호소문 발표…“책임 통감”(성명서 전문 포함)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6.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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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캐스팅 논란…배우 간 고소전으로 번져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내 1세대 뮤지컬 배우로 불리는 박칼린과 최정원, 남경주가 최근 논란이 된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 캐스팅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들은 배우·스태프·제작사가 지켜야 할 정도를 언급하며,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엘리자벳’은 캐스팅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 타이틀 롤인 엘리자벳 역에는 옥주현과 이지혜가 각각 캐스팅됐다. 지난 10년 동안 ’엘리자벳’을 이끌어온 김소현, 신영숙, 조정은 등 배우들이 전부 제외된 상태에서 옥주현과 절친한 이지혜가 뉴캐스트로 합류했다는 사실에 많은 뮤지컬 팬들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와 더불어, 김호영이 SNS에 현 상황을 겨냥한 듯한 글을 게재해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이젠 옥장판”이라는 글에 대해 옥주현은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20일 김호영과 악플러 2명을 고소한 바 있다.

지난 22일 박칼린, 최정원, 남경주는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냈다. 이는 최근 고소전으로 번진 ‘인맥 캐스팅’ 논란에 대한 입장 발표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 뮤지컬이 관객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된다”며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배우·스태프·제작사가 지켜야 할 정도 3가지를 제시했다.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지 말아야 하며 스태프는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도록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이 동참해주시길 소망한다”라며 “우리 스스로 자정 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소문이 발표된 후, 김소현, 신영숙, 최재림, 정선아, 조권, 정성화, 박혜나, 차지연, 이건명, 손승연, 이상현 등은 SNS로 상기 내용을 공유하며 “동참합니다”라는 문구를 덧붙이며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뮤지컬 ‘엘리자벳’의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처음 논란이 일었던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은 2022 EMK 프로덕션 오디션(2021년 12월 8일 공고)을 통해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포함하여 국내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치뤄진 강도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하여 VBW 원작사의 최종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됐다”라고 밝히며 “라이선스 뮤지컬의 특성상, 뮤지컬 '엘리자벳'의 캐스팅은 주·조연 배우를 포함하여 앙상블 배우까지 모두 원작사의 최종 승인이 없이는 불가하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2일 성명서에 대한 추가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하 호소문 전문.


최근 일어난 뮤지컬계의 고소 사건에 대해, 뮤지컬을 사랑하고 종사하는 배우, 스태프, 제작사 등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뮤지컬 1세대의 배우들로서 더욱 비탄의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큰 재앙 속에서도 우리는 공연 예술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유지해왔고 이제 더 큰 빛을 발해야 할 시기이기에, 이러한 상황을 저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습니다.

한 뮤지컬이 관객분들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됩니다.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습니다.

1. 배우는 모든 크리에이티브팀의 컨셉을 무대 위에서 제대로 펼쳐내기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역량을 갈고닦아야 합니다. 뮤지컬의 핵심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배우 간의 앙상블이기 때문에 동료 배우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배우는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찬사를 대표로 받는 사람들이므로 무대 뒤 스태프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됩니다.

2. 스태프는 각자 자신의 파트에서 배우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 진행은 물론 무대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에 홀로 선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공연 환경이 몇몇 특정인 뿐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 배우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참여하는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가장 선봉에 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의 이 사태는 이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우리 선배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어온 뮤지컬 무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습니다. 뮤지컬을 행하는 모든 과정 안에서 불공정함과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직시하고 올바로 바뀔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들이 동참해 주시길 소망합니다. 우리 스스로 자정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고 멋진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 최정원,

배우, 연출 및 음악감독 박칼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