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푸른 구름의 나라》展, 새로운 형식의 고려복식사연구 발표
[현장스케치] 《푸른 구름의 나라》展, 새로운 형식의 고려복식사연구 발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24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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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양 반비 소개…중국 복식 동북공정 저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다른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료가 부족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려 복식을 어렵지 않게 접근해볼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됐다. 원광대 패션디자인산업학과 최정 교수가 기획해 선보이는 《푸른 구름의 나라-고려복식 고증 일러스트》전시다. 지난 22일에는 전시 개막에 맞춰 오프닝 행사와 함께 최 교수의 전시 소개 시간이 진행됐다.

▲몽수(蒙首)한 여성 (사진=최정 교수 제공)
▲몽수(蒙首)한 여성 (사진=최정 교수 제공)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는 우리나라 전통복식과 한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참석해 자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민속학자인 김명자 안동대 명예교수가 오프닝 사회를 맡았고, 김태훈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이 짧은 축사를 전했다.

이번 전시 《푸른 구름의 나라-고려복식 고증 일러스트》는 최정 교수의 고려복식사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우리 민족이 실제로 착용하고, 사용했던 장신구들을 고증하고 재현해 연구 논문의 형태가 아닌,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러스트로 제작해 선보이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번 전시와 연구 결과 공유가 전통적인 방식이 아닐 수 있다. 관람객의 흥미유발을 위해 고증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 데포르메이션도 시도했다”라며 “학생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대중문화 관련 분야 종사자의 관심 또한 끌고자 기획했고 새로운 시도를 너그러이 봐주길 바란다”라고 전시 기획 방향을 설명했다.

▲전시 오프닝 행사, 김명자 명예교수가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전시 오프닝 행사, 김명자 명예교수가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고려 복식은 다른 시대에 비해 현존하고 있는 실물 자료도 극히 드물고, 연구를 진행하기에도 자료가 풍성하지 않다. 최 교수는 복식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관련 종사자들이 고려 복식을 접할 기회가 드물다는 점을 인지하고, 독자적인 연구 방향을 설정해 치밀한 복식 연구를 이어왔다.

고려의 중심 도시였던 안동에 마련된 태사묘를 찾아, 고려 유물을 살피고 고증을 거쳐 자료가 드물었던 고려 복식사의 새로운 기록은 만들어냈다. 최 교수는 철저한 고증을 위해 다수의 현지조사를 거쳐 작업을 이어나갔다. 최 교수는 고려불화 속 여인의 모습, 고문헌 속 남겨져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고려 복식을 재현했다.

고려 시대 때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1123)이 고려를 직접 보고 기록한 <선화봉사고려도경>을 토대로 고려의 귀부인과 신분이 낮은 여성들의 복장을 재현했다. 당시 치마를 입고, 향낭이나 금방울들을 많이 차는 것을 선호했던 당시의 유행도 반영했다. 이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 장신구들을 조사해 그림 속 인물들에게 착용시키고, 은장도도 표현하는 등 당시의 복식을 살아있는 기록처럼 재현시켰다.

▲작품을 통해 고려 복식을 설명하는 최정교수와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작품을 통해 고려 복식을 설명하는 최정교수와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는 잘못된 방향의 중국 복식 동북 공정을 저지하기 위한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고려 말기 고려와 원의 교류로 중국 원나라에서는 고려의 풍습이 유행했고, 이를 고려양(高麗樣)이라 정의한다. 이 때 원나라 왕실과 귀족은 후궁·궁녀·시첩·시비를 충당하려 고려의 처녀를 자주 요구했다. 고려는 국내의 과부와 처녀들을 원에 보냈고, 이 과정으로 고려의 풍습이 원의 왕실과 일반 사회로 전해지게 됐다. 이 당시의 복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고려양(高麗樣) 반비다.

최 교수는 고려양(高麗樣) 반비를 재현해 선보이면서, 고려복식에서 유래된 복식이 있었음을 밝힌다. <고려양 반비를 입어보는 원(元)의 귀부인>이라는 작품은 원의 귀족부인이 고려양 반비를 착용해본다는 설정을 토대로 창작됐다. 당시 고려와 원의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의미하고, 반비가 명나라의 것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고려 귀부인 복식을 설명하는 최정 교수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고려 귀부인 복식을 설명하는 최정 교수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에서는 역사적으로 쉽게 살펴볼 수 없었던 고려 복식을 재현함과 동시에, 당시 복식의 직물도 추측해볼 수 있게 한다. 최 교수는 일러스트 수작업과 함께 포토샵으로 작업을 재구현해 직물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느껴볼 수 있게끔 제작했다. 또한, 의복의 복식들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고려불화나 고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양을 복식 안으로 녹여낸 것이다. 철저한 고증이 이뤄진 자료들의 결합은 당시 고려의 면면을 상상해볼 수 있게 한다.

짧은 축사를 통해 공진원 김 원장은 “현재 ‘한복’은 한류 문화의 첨병과 같은 존재로 한복이 지닌 선과 색이 우리의 것으로 전달되고 있다”라며 “한복에 대한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바라고,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 고려 복식을 알려준 최 교수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고려양 반비를 입은 젊은 여성
▲고려양 반비를 입은 젊은 여성

전시 설명을 마친 최 교수는 이번 전시가 고려 복식을 알리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달라는 얘기를 전했다. 작품 중 <철릭과 답호를 입은 남성>을 3D로 구현해 보다 섬세하고 다각적으로 고려복식을 소개할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고려복식을 알리는 동시에, 한복과 우리 문화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저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고려 복식을 세밀하게 접해 보고 새로운 연구의 장을 열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