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22 김세중조각상 시상식 “김세중 조각상 36년, 한국 조각계의 성장 시간”
[현장스케치] 2022 김세중조각상 시상식 “김세중 조각상 36년, 한국 조각계의 성장 시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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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김세중조각상), 오종(김세중청년조각상), 다할미디어(한국미술 저작•출판상) 선정
24일 김세중미술관서, 조각상 수상자 및 역대 수상자 참석
김남조 이사장 맺음말 “거룩한 우리의 삶 잘 살아가길”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조각가들을 위한 가난한 상을 만들자” 광화문 이순신 동상 작가로 잘 알려진 김세중 조각가의 뜻을 기리고자 제정된, 김세중 조각상이 올해로 36회를 맞이하게 됐다. 김세중 조각가의 부인 김남조 시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김세중기념사업회는 조각상 제정 이후, 청년 조각상과 한국 미술 출판물을 위한 출판상을 제정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어려움이 많은 조각가들을 응원하던 김세중기념사업회가 역경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미술책을 편찬하고자 하는 출판계까지 아우르는 뜻 깊은 취지가 담겼다.

▲(좌측부터) 박기원 작가(김세중조각상), 오종 작가(김세중청년조각상), 다할미디어 김영애 대표(한국미술 출판상) 수상자 (사진=김세중기념사업회 제공)
▲(좌측부터) 박기원 작가(김세중조각상), 오종 작가(김세중청년조각상), 다할미디어 김영애 대표(한국미술 출판상) 수상자 (사진=김세중기념사업회 제공)

24일 용산구 효창동에 자리한 김세중 미술관에서 제 36회 김세중조각상, 제 33회 김세중청년조각상, 제 25회 한국미술저작·출판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시상식에는 올해 수상자인 박기원 작가(김세중조각상), 오종 작가(김세중청년조각상), 김영애 대표(한국미술저작·출판상)가 참석했고, 김남조 (재)김세중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제 1회 김세중조각상 수상자인 심문섭 작가가 각각 맺음말과 축사를 전했다.

김세중 조각가의 자택 부지에 건립된 김세중미술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한국 미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함께 자리해 인사를 나누고, 김세중의 작품 세계를 떠올리며 과거와 현재의 한국 조각을 잇고 기억하며 미래를 떠올리는 자리를 가졌다.

시상식의 사회는 제19회 김세중 청년조각상 수상자인 노준 작가가 맡아, 30여 년의 시간동안 김세중 조각상과 함께 머물고 성장한 한국 조각가들을 떠올리게 했다. 여는 말을 전한 이용덕 서울대 미대 교수는 김세중 조각상이 거쳐 온 36회라는 시간은 한국 조각계가 걸출한 36명의 조각가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과 같다며 상이 가진 의의를 다시 한 번 짚었다.

▲시상식에 참석한 (좌측부터) 김남조 이사장, 심문섭 작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시상식에 참석한 (좌측부터) 김남조 이사장, 심문섭 작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어진 심문섭 작가의 축사는 자신이 제1회 김세중 조각상을 받게 됐던 때를 회상하면서 시작됐다. 심 작가는 “1987년 조각상 제정 이후, 수상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후보에 오른 이들까지 떠올리면 약 90명에서 100명 가까이 되는 작가들이 이 조각상을 왔다가 갔다고 볼 수 있다”라며 “김세중조각상은 한국 조각사에 새로운 기운을 북돋는 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36년의 시간동안 전통적 조각 기법의 붕괴, 공간과 장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조각들의 등장을 언급하며, 한국 조각계의 변화까지 아우르는 축사를 전했다.

끝으로 심 작가는 “김세중 조각가 자택 터에 지어진 이 김세중미술관은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다. 이곳을 더욱 뜻 깊게 활용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라며 “언제나 한국 조각가들을 생각하고, 정성과 사랑으로 작가들을 격려해 준 김남조 이사장에게 정말 깊은 감사를 전한다”라며 오랜 시간의 인연을 떠올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 김세중조각상과 김세중청년조각상은 엄태정 서울대 명예교수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원인종(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용덕(서울대 교수), 이수홍(홍익대 교수), 김영호(중앙대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심사가 진행됐다.

▲수상소감을 전하는 수상자들 (좌측부터)
▲수상소감을 전하는 수상자들 (좌측부터) 박기원(김세중조각상), 오종(김세중청년조각상), 다할미디어 김영애 대표(한국미술 출판상)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김 중앙대 교수는 심사평을 통해 “심사 기준은 작가의 역량과 작품의 일관성에 중점을 뒀고, 심사에 오른 작가들은 자신의 개성적 조형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작가들로 추려졌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번에 심사에 오른 청년 작가 8명의 기량이 매우 좋아, 앞으로의 한국 조각계의 미래를 기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선정된 박기원 작가와 오종 작가는 공간의 본래 구조와 형태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면서 공간에 들어온 관객의 심리적 체험을 극대화시키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조형 방식을 지니고 있는 창작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워낸 공간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충만하게 채워내는 두 작가의 작업에서 유기적 관계를 중시하는 현대조각의 또 다른 가능성과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며 선정 이유 밝혔다.

올해 한국미술저작·출판상은 이기웅 열화당 대표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윤범모(미술평론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최태만(미술평론가, 국민대 교수)가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평을 발표한 최 교수는 “다할미디어는 화집출판이 거의 사양산업이 되다시피 한 현실에서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과 같은 출판계의 난제에도 굴복하지 않고, 한국미술 연구의 심화와 확산, 출판을 통한 정보와 지식의 보급을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해줬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남조 이사장과 수상자들
▲김남조 이사장과 수상자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어진 시상은 김 이사장이 맡아 진행됐다. 박기원 조각가는 “부족한 작업을 좋은 관점에서 평가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짧은 수상소감을 전했다. 오종 작가 역시 담백하고, 짧은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오 작가는 국내외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이어 온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작가는 “작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구상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상을 받게돼 큰 용기와 힘을 얻게 됐다. 더 열심히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는 건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영애 다할미디어 대표는 수상소감에서 코로나시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출판을 이어왔던 시간을 떠올리고 그 시간을 이해해준 가족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대표는 『한국의 채색화』Ⅱ를 출판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코디네이터’에 불과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책의 완성은 정병모 경주대 교수의 기획을 바탕으로 사진작가, 색채전문가, 디자이너, 직원, 인쇄소 등 모두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며 벅찬 심정을 밝혔다.

끝으로 김 대표는 “근간에 사업이 위기를 맞고,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런 시기에 받게 된 상이어서 더욱 감사하다”라며 “위기 속에서 다시 출판으로 일어서고, 출판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진정의 인사를 전했다.

한국 조각계와 미술출판계를 격려했던 시상식의 끝은 김세중기념사업회 김남조 이사장의 맺음말로 마무리됐다. 김 이사장은 시상식 내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곤 했는데, 맺음말을 통해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이준 선생, 최만린 조각가, 이어령 선생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생전 이어령 선생과 지냈던 일화를 전하며, 김세중조각상을 제정하게 됐던 시간을 설명했다.

▲2022 김세중 조각상 시상식 참석자, 김남조 이사장과 수상자, 심사위원 등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김 이사장은 휠체어에 앉아 연로한 몸으로 차분하고 또렷하게 맺음말을 이었다. 인간의 생(生)이 가지고 있는 귀중함과 거룩함을 언급하며, 먼저 떠난 시대의 지성과 예술인들의 영혼에 평안함을 전한 말은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삶은 귀중하고, 중요하고, 거룩하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거룩한 삶, 거룩한 생명, 거룩한 아픔, 거룩한 영혼을 떠올리자. 우리 모두가 나의 소중함을 잘 품고 살아가길 바란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자 한다”라며 기도와도 같은 말로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 이사장의 맺음말 뒤에는 꽤 오랜 시간의 박수가 이어졌다.

행사 이후에 참석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 한국 조각계와 미술 출판계를 향한 따뜻한 응원과 격려들이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