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한국 아방가르드 운동 중심인물로 ‘김구림’ 소개
뉴욕타임즈, 한국 아방가르드 운동 중심인물로 ‘김구림’ 소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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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트페어 TEFAF, 전시 참가로부터
영화, 음악에 대한 김 작가 깊은 관심 주목
김구림 작가 “NYT인터뷰 놀라운 경험이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미국 뉴욕타임즈에 김구림 작가가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 아방가르드 운동의 중심인물’로 소개됐다. 지난 15일 발행된 David Belcher(데이비드 벨처) 기자의 “A Founding Father of Korean Multimedia(한국 멀티미디어 창시자, 마스트리히트에 오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김구림의 예술 생애와 그의 최근작까지 심도 있게 다룬다.

▲김구림 작가 (사진=가나아트갤러리 제공)
▲김구림 작가 (사진=가나아트갤러리 제공)

이번 인터뷰는 김구림 작가가 지난 24일 시작해 오는 7월 1일까지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리는 유럽 아트페어 테파프(TEFAF/The European Fine Art Fair)에 참가하게 되면서 진행될 수 있었다. 이번 테파프에서 가나아트 갤러리는 김구림, 예수경, 심문섭을 포함한 7명의 한국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김구림은 이번 전시에 최근작 3점을 선보인다.

NYT 보도 이후, 김구림 작가와 직접 통화해 어떻게 인터뷰가 성사됐는지 물어봤다. 김 작가는 ‘인터뷰 의뢰에 정말 깜짝 놀랐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NYT측은 김 작가와의 통화 이후, 직접 그의 집을 방문해 작품과 작업실을 함께 둘러보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작가는 “당초 NYT측에서는 가나아트 전시로 테파프에 소개되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으로 나를 소개하려 했던 것 같고, 나 역시 짧은 인터뷰 정도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영화 <1/24초의 의미>를 촬영하는 김구림 작가 (사진=김구림 제공)

하지만 김 작가의 집을 방문한 기자는 김구림이 집 안에 보관하고 있던 기계와 악기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김 작가의 이야기를 더욱 듣고 싶어 했다. 특히, 벽면에 걸려있는 바이올린과 영화 <1/24초의 의미>를 촬영했던 영사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NYT 기사에도 밝혀져 있다. 기사에는 “지난달 서울 부촌 평창동 언덕에 있는 자택과 스튜디오에서 김 씨는 한국 실험영화사의 중요한 작품인 1969년 영화 <1/24초의 의미>의 영사기, 카메라, 릴 등 평생의 기념품에 둘러싸여 자신의 삶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선반에는 예술과 역사에 관한 먼지투성이의 책들이 놓여 있었고, 스튜디오 바닥에는 붓, 캔버스, 얼룩진 페인트들이 있었다. 그가 모아놓은 오래된 악기들의 잡동사니가 벽에 걸려 있었고, 때로는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이 표현돼 있다.

NYT 기자는 회화, 설치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김구림이 음악과 영화에도 상당한 조예를 지니고 있음을 알고, 이에 대한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김구림은 군복무시절 겪었던 자신의 경험이 어떻게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전했다.

김 작가는 “분량 상 NYT기사에는 내가 전한 이야기 전부가 담기진 않았지만, 당시의 경험이 어떻게 작품으로 이어지는지 자세히 전했다”라며 “당시 정식 군복도 부족할 정도로 가난한 한국 군대에서 병에 걸리게 되면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았다. 실제로 복무 중에 잠을 자고 아침이 되면 죽어있는 동료를 몇 번이나 봤었다. 그 때의 경험이 녹아든 작품이 <태양의 죽음>이었고, 인터뷰에선 그 내용을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YinandYang8-S.146,2008,acryliconcanvas,194x395cm (사진=가나아트 제공)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NYT측은 김구림의 화집으로 그간 접할 수 없었던 그의 작품 세계를 보고 많은 관심을 표했다. 김 작가는 “기자가 화집을 확인하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당신 같은 작가가 아직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의문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라며 기자와 나눴던 대화를 전달했다.

현장인터뷰가 진행된 이후에도, 국제전화를 이용한 유선인터뷰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김 작가는 “내가 인터뷰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다. 다만,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심층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기존 NYT에서 준비한 기사의 방향과 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라는 당시의 느낌도 전했다.

실제로 NYT 기사에선 김구림의 생애와 예술관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현재 김구림이 준비하고 시도하는 작품관까지 아우르고 있다. NYT기사 인터뷰에서 김구림은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지구상의 생명체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 속에서 작품을 창작해왔다며, 이번 마스트리히트에서는 오래된 작품보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음양7-S.125,2007,Acryliconpaper,100x74.5 cm
▲음양7-S.125,2007,Acryliconpaper,100x74.5 cm (사진=가나아트 제공)

NYT는 김구림에 대해 “김 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여겨진다.1937년에 태어난 이승택, 곽덕준과 함께, 김씨는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탄생한 한국 미술의 새로운 비전을 열었다”라며 “‘삶의 반대 요소는 어디에나 있다. 혼돈의 시대에 욕망을 그리고 싶고, 혼돈은 제가 평생 겪어온 모든 모순에서 비롯된다’라고 김 씨는 말했다. 그의 인생은 모순과 조국의 역사를 증언하는 삶이었다”라고 설명한다. ‘김구림’이라는 작가를 통해, 한국의 시대상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김구림 작가는 자신의 작품 경향을 고정시키기보단, 시대와 함께 살아가며 시대의 고통과 혼란, 역사를 화폭 안으로 끌어온다. 이러한 김구림의 특징을 NYT 인터뷰는 “그 고통(군복무시절 일화)은 2016년 테이트 모던이 영구 소장품으로 구입한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태양의 죽음>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남한과 수십 년간의 남한의 군사 통치를 묘사한 그의 초기 작품들은, 그가 지난 2년 동안 집중해 온 주제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번 테파프에서 선보이는 김구림의 <음과 양(Yin and Yang)>은 최근 그의 감정과 그의 나라의 감정을 더 잘 보여준다”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9월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김구림은 현 시대상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팬데믹 시기를 상징하는 마스크와 당시 신문 스크랩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왔었다. NYT 기자 역시, 전 세계를 흔들어 놓은 팬데믹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해석한 작품들에 관심을 보였다.

▲YinandYang21-S.66,2021,Acryliconpaper,45.5x59 cm
▲YinandYang21-S.66,2021,Acryliconpaper,45.5x59 cm  (사진=가나아트 제공)

NYT의 해당 기사는 김구림을 조명하고, 내년에 예정돼 있는 미국 뉴욕 구겐하임에서 열리는 《아방가르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 전시 소식까지 전했다. 또한, 이번 테파프에서 김구림과 함께 선보여지는 예수경, 심문섭도 조명했다.

김 작가는 이번 인터뷰에 대해 “신문 발간 소식을 듣고, 런던에 있는 딸아이에게 뉴욕타임스 지면 신문을 사달라고 요청했다. 정말 작은 쪽기사 수준으로 보도될 줄 알았는데, 면 전체를 할애해서 내 인터뷰를 실은 것을 보고 놀라움과 감동을 느꼈다”라며 “작가는 언제나 작품으로 알려지고, 나와 내 작품에 대한 평은 먼 훗날에 결정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해 나갈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시대와 함께 아픔을 느끼고, 생동하는 작가의 진솔함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경험을 가진 이를 끌어당긴 듯하다.

 


“A Founding Father of Korean Multimedia(한국 멀티미디어 창시자, 마스트리히트에 오다)”

기사 원문: https://www.nytimes.com/2022/06/15/arts/kim-kulim-tefaf-maastrich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