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미술관의 시간을 기록하다”
[현장리뷰]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미술관의 시간을 기록하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28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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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건축가(조호 건축) 프로젝트, 「시간의 정원」
미술관 3층 옥상 공간 재생 프로젝트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 시각적 다채로움 전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빛, 바람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재생 프로젝트 결과물이 공개됐다. 이정훈 건축가(조호건축)의 <시간의 정원Garden in Time>이다. 열린 캐노피(canopy/덮개) 구조의 지름 39m, 대형 설치작품으로 과천관 3층에 자리한 옥상정원에서 2023년 6월 25일까지 약 1년간 만나볼 수 있다. 그간 관람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술관의 옥상정원이, 새로운 미술관의 명소로 발돋움한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전시 전경 (사진=MMCA 제공)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전시 전경 (사진=MMCA 제공)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2026년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앞두고, 과천관 특화 및 야외공간 활성화를 위해 MMCA 과천프로젝트(MMCA Gwacheon Project)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중장기 프로젝트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면서 미술관 곳곳을 재생해 예술적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여러 공간을 제안한다.

지난해에는 과천관 3곳의 순환버스 정류장에 <예술버스쉼터>를 조성했고, 올해는 두 번째 공간재생 프로젝트로 미술관 3층 최고층에 있는 옥상 정원에 <시간의 정원>을 설치했다. 28일에는 언론공개회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야외에서 원만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옥상정원을 주제로 기획된 2022 MMCA 과천프로젝트 작가는 추천위원 10인의 1차 후보군 18인(팀) 심사이후, 최종 후보군 5인(팀)을 선발하는 과정으로 선정됐다. 이 절차를 통해, 이정훈 건축가(조호건축)의 작품이 선정됐다.

옥상 정원 진입구에는 최종 선정된 설치작 외 후보에 올랐던 4팀(김이홍, 박수정 & 심희준, 박희찬, 이석우)의 옥상정원 제안작이 아카이브 영상을 통해 선보여진다. 옥상정원이 가진 공간을 다양하게 해석한 시도들을 만나볼 수 있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시간의 정원>을 설명하는 이정훈 건축가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미술관 개관이후 36년의 시간을 담아내

최종 선정된 이 건축가의 <시간의 정원>은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자연, 공간과 어우러지는 점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의 정원>은 옥상정원의 원형 산책로를 덮고 있는 열린 캐노피(canopy/덮개) 형태를 띠고 있다. 옥상정원에 들어선 관람객은 거대한 구조물을 따라 360도를 돌면서 작품을 만나게 된다. 열린 캐노피 형태의 구조물은 일정 간격으로 늘어선 파이프로 조성됐고, 이는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새로운 그림자를 바닥에 만들어낸다. 그날그날의 빛과 날씨, 바람에 따라 공간에 새로운 이미지와 감각들이 입혀진다.

이 건축가는 이번 프로젝트가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는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의 리모델링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태수 건축가가 설계한 MMCA과천관의 맥락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고, 1986년에 개관한 미술관이기에 도면과 실측이 맞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어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이 같이 병행돼야했다”라며 “선배 건축가의 작품을 후배로서 리모델링한다는 것이 뜻 깊은 경험이었고, 지금 현장에서 실행해볼 수 있는 가장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의미가 남달랐다”라고 말했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동시에 옥상정원에 작품이 설치돼야 했고, 산책로 바닥의 방수 문제 등으로 기존 건축물을 훼손하지 않고 작품을 덧입혀야하는 공정이었다. 때문에 이 건축가는 3D 스캔을 통해 옥상정원의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해 오차범위를 최소화하고, 공장에서 파이프라인을 모두 제작해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시간동안 설치만 진행했다.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작업을 완성시킨 것이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옥상정원》 전시 전경 (사진=MMCA 제공)

이 건축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옥상정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높낮이가 다른 핸드레일(난간)에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MMCA 옥상정원에는 90cm높이의 난간과 1.2m 높이의 난간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다. 이는 건축법규의 변화 때문이다. 기존에 90cm 난간을 설치하고, 법규 변경 이후 난간을 중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난간은 방수의 문제로 바닥에 고정할 수 없어, 첫 번째 설치된 난간에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증축됐다. 이 과정에서 1m 간격의 핸드레일이 배열됐는데, 이 건축가는 이 두 개의 겹쳐진 난간과 1m 간격의 핸드레일에서 발상을 얻게 됐다.

3층 옥상 정원은 중앙부가 뚫려 있어서, 2층에 마련된 원형 정원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2층 원형 정원에는 청계산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 수목들이 자라고 있는데, 이 나무들이 성장해 3층 옥상 정원의 난간에 닿거나, 몇몇 나무 가지는 난간을 휘감고 있기도 하다. 이 건축가는 이 광경을 마주하고, 시간이 흘러서 덧대어진 핸드레일이 2층 원형정원의 나무처럼 성장해 공간에 덧입혀진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했다.

그는 ‘만약 시간성을 두고 덧붙여진 핸드레일이 더 자라나서 이 공간이 입체적으로 성장한다면 어떠한 형상으로 드러나게 될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간의 정원>이라는 건축물을 기획하게 됐다. 법규에 의해 자라나게 된 인위적인 물질과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통해 생장한 자연물의 성장이 건축가의 상상을 통해 연결고리를 갖게 된 것이다.

▲3층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2층 원형 정원 (사진=서울문화투데이)

‘MMCA 과천관’이라는 김태수 건축가의 건축물과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증축하게 된 구조물, 미술관 안의 식물들을 모두 아우르면서, <시간의 정원>은 과거의 시간을 품고 또 새로운 미술관의 시간을 상상하게끔 한다.

<시간의 정원>은 미술관이 품고 있는 시간을 드러내면서, 관람객에게 즉각적인 시간의 흐름을 느껴볼 수 있게 한다.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배열된 파이프는 빛의 변화,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를 만든다.

이 건축가는 “‘만약 시간에 물성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 드러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시간의 정원>에선 시간은 빛을 통해 공간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형체로 자신을 드러낸다. 관람객들이 이곳에 가만히 앉아 머무르다 보면, 점점 달라지는 그림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그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존재를 떠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공간이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시간의 정원> 조망점에서 바라본 청계산 산맥 풍광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무한한 풍광 속,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

이 건축가가 옥상정원에서 또 하나 주목한 것은 무한하게 펼쳐진 풍광이었다. 옥상정원은 관악산의 끝자락과 청계산의 산맥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MMCA 과천관최상층의 공간이기 때문에 미술관 주변부와 조각공원을 모두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다. 이 건축가는 관람객 눈앞에 한 번에 열려 버리는 어마어마한 자연의 풍광이 되레, 경치의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봤다.

<시간의 정원>은 일정 간격으로 배열된 파이프 난간을 통해서, 옥상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풍광 사이사이에 제동을 걸어준다. 선명하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통로를 따라 걸어서 중앙부로 나아가면, 관람객들은 과천관 앞에 펼쳐진 탁 트인 산맥을 마주 할 수 있게 된다.

이 건축가는 “풍광 장치란 의도되지 않은 공간에 기획된 시퀀스와 심상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열어서 많이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좋은 감성을 전달하진 않는다”라고 기획에 담은 의미를 밝혔다.

4m정도로 열린 조망점은 MMCA 과천관이 품고 있는 자연의 정취를 극적으로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이 풍광장치는 외경의 원 파이프와 내경의 원 파이프의 교차로 완성된다. 진입부에서 내경의 원 파이프는 2층 원형 정원을 볼 수 있는 조망점을 열어주면서, 외경의 원 파이프는 외부 풍광을 차단한다. 때문에 진입부에서 관람객들은 2층에 마련된 정원에 더욱 집중하며,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시간의 정원> 설치물의 높이가 서서히 달라져 각기 다른 풍광을 볼 수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관람객이 진입부에서 나아가 원형의 통로를 따라 걷다보면, 외경의 원 파이프가 서서히 열리는 지점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관람객은 4m정도의 외부로 열린 조망점을 마주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내경의 원 파이프는 닫혀서 2층 원형정원을 차단하고 있다. 걸음에 따라서 볼 수 있는 풍광의 모든 이미지가 각기 다르게 연출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옥상 정원은 관람객들이 미술 전시 관람이후, 휴식을 위해 찾아오는 공간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한 배수현 학예사는 “미술관 전시에서 느낀 감각과 여운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옥상정원을 새롭게 꾸미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옥상정원에 마련된 <시간의 정원>은 미술관 실내에서 느꼈던 감각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인간과 자연의 힘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낼 수 있는 순간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시간의 정원>은 기존 건축물의 맥락을 이해하면서, 조경을 건축 장르로 끌어들여 색다른 공간의 해석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