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展, 미술관-덕수궁정원 속 현대미술
SeMA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展, 미술관-덕수궁정원 속 현대미술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29 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소문본관, 오는 8월 7일까지
프랑스 대표적 중견작가, 최근 10년 조명
꽃, 물, 불꽃, 영원으로 표현한 희망 전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서소문본관,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에서 오는 8월 7일까지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展을 개최한다.

▲《장-미셸 오토니엘_정원과 정원》  덕수궁 전시 전경 © CJY ART STUDIO
▲《장-미셸 오토니엘_정원과 정원》 덕수궁 전시 전경 © CJY ART STUDIO

장-미셸 오토니엘(1964년생)은 ‘유리구슬 조각’으로 잘 알려진 현대미술가로, 유리, 스테인리스스틸, 금박 등의 다양한 물질과 풍부한 의미를 엮어 아름다움과 경이의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전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는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세계를 구성한 주요 작품 74점을 선보이며, 작가가 최근 10년 간 발전시킨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오토니엘은 2000년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역을 비롯한 베르사유궁전과 프티 팔레(Petit Palais) 같은 공공 공간에서 예술과 퍼블릭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 역시, 작가가 2000년 초반부터 이어온 공공 야외 설치작업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푸른 강〉(부분), 2022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사진=SeMA 제공)

전시 제목 《정원과 정원》은 미술관, 야외조각공원, 덕수궁정원을 아우르는 여러 개의 전시 장소를 지칭하면서 예술로 다시 보게 되는 장소의 의미, 그리고 관객의 마음에 맺히는 사유의 정원을 포괄한다. 작가의 주된 영감의 원천인 ‘정원’을 장소적 의미, 사유의 의미로 접근해 미술관을 넘어선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관 측은 덕수궁 관람 후 서소문본관 야외조각공원을 거쳐 전시실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오토니엘은 2000년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역에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한 공모작으로 <여행자들의 키오스크>를 설치한 바 있다. 공공의 공간에서 현대 미술을 선보이며, <여행자들의 키오스크>는 마법의 공간에 들어서는 듯한 폴리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오토니엘은 “나에게는 미술관을 나서서 거리로 나가는 비전과 열망이 있다. 예술과 작가는 퍼블릭을 만나기 위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세계는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이 어우러진 공공 공간에 조응하며 이들을 연결하는 매듭 같은 형태로 전개되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

▲〈오라클〉,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사진=SeMA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 덕수궁정원을 아우르는 이번 서울 전시에서 오토니엘은 팬데믹 이후 대중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녹여낸다. 그는 이번 서울 전시에서 꽃과 물, 불꽃과 영원을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로 고통을 이겨낸 부활과 새로운 희망을 염원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덕수궁 정원에 설치된 <황금 연꽃>, <황금 목걸이>가 있다. 오토니엘은 자연과 서사, 상징이 어우러진 한국의 고궁과 정원에서 프로젝트 진행을 바라던 중, 연잎으로 덮인 수면과 작은 섬을 지닌 덕수궁의 연못을 보고 즉시 덕수궁을 전시 장소로 결정했다.

오토니엘은 덕과 장수의 뜻을 지닌 궁에서 펼쳐진 역사를 사색하고 고행과 깨달음의 상징으로 스테인리스스틸 구슬 위에 손으로 금박을 입힌 <황금 연꽃>을 설치한다. 또한, 섬의 나뭇가지에는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황금 목걸이>를 걸었다. 나무에 걸린 목걸이는, 영험한 나무에 소원을 비는 인류의 오랜 풍습을 떠올리게 하며 ‘위시 트리(wish tree)’처럼 우리 안에 있는 열망과 미래의 희망을 상징한다.

▲〈프레셔스 스톤월〉, 2021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사진=SeMA 제공)

미술관 1층 전시장에는 이번 전시 작품 중 최대 규모를 가진 <푸른 강> 작품이 설치된다. <푸른 강>은 인도의 유리 장인들과 협력해 제작한 유리 벽돌 7,500여 장으로 구성된 바닥 설치작품이다. 오토니엘의 유리 벽돌은 멀리서 보면 빛나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미세한 기포와 불순물이 있어 아름다움의 현실적 취약함과 꿈의 상처를 표현한다.

유리벽돌을 사용한 다른 설치작 <프레셔스 스톤월>도 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리 벽돌을 육면체 부조로 설치한 <프레셔스 스톤월>은 성소수자운동의 시발점이 된 1969년 뉴욕에서의 스톤월 항쟁과 관련한 오마주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 시기 경험을 연장한 시리즈다. 시간과 목표가 상이한 두 개의 사건은 힘없는 개개인이 발휘한 극복 의지와 해방감을 공유한다. 작가는 이를 미니멀한 형태와 불꽃처럼 일렁이는 반사광으로 표현했다.

전시 후반부 작품은 관람객들이 오토니엘의 세계를 만나고 휴식하며, 그의 세계에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한다. 2,750개의 스테인리스스틸 벽돌로 만들어진 움막 형태의 조형물 <아고라>는 관객이 들어가 앉아 쉬거나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시공간대를 융합한 오토니엘의 세계에서 작가는 <아고라>가 각자의 내면에 방치된 꿈과 상상의 세계를 되찾는 묵상과 대화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전시 끝에선 코로나로 황폐해진 꿈과 희망의 부활을 전하는 작품 <오라클>(신탁)을 선보인다.

▲〈아고라〉, 2019 © Othoniel Studio  Jean-Michel Othoniel Adagp, Paris, 2022 (사진=SeMA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팬데믹으로 지친 관람객에게 작품과 관람객, 전시 장소가 상호 관계를 맺고 공명하는 이색적인 전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라고 이번 전시가 갖고 있는 의의를 말했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다. 전시 해설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또한 미술관은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와 자료를 순차적으로 미술관 공식 SNS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