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미술 명맥 잇는, 일섭문도전 《불모(佛母)들의 향연》
한국 불교미술 명맥 잇는, 일섭문도전 《불모(佛母)들의 향연》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30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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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마루아트센터, 8.17~23
송광사 성보박물관, 9.1~10.10
일섭스님 ‘칠곡 대원사 석가모니 후불탱화’ 대중에게 첫 선
㈔일섭문도회 소속 회원 작품 100여 점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선시대부터 이어지는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역사를 지켜오며, 그 전통과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 있는 ㈔불교미술 일섭문도회의 제4회 전시회가 개최된다. 2012년 시작해 2018년 제3회 전시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전시를 열지 못하다가 3년 만에 10주년을 기념한 전시를 기획해 선보인다.

일섭문도전 《불모(佛母)들의 향연》은 총 2회로 구성돼 관람객을 만난다. 먼저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오는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1회 차 전시를 열고, 9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는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2회 차 전시를 개막한다. ‘불모(佛母)’란 ‘부처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불상을 조각하는 조각가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선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이는 일섭스님의 작품 <칠곡 대원사 석가모니 후불탱화>를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일섭 스님의 뜻과 기법을 함께 배우고 이어오고 있는 일섭문도회 회원 90여 명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우리나라 불교 미술의 명맥의 면면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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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섭스님,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243 x 170cm, 綿本/彩色, 불기2986년(서기1959년), 동참화원: 홍원준/ 이 탱화는 현재 칠곡의 대원사로 옮기기 전 대구 남산동 대원사에 모셔졌던 후불탱화로 석가모니와 문수, 보현, 관음, 지장보살 등 4보살을 모시고 사천왕과 제석천왕, 대범천왕을 외호중으로 하여 10대 제자를 위쪽으로 묘사한 영산회상도이다. (사진= 일섭문도회 제공)

전시 작품은 100여 점으로 회화, 조각, 단청, 공예 등 불교미술 전반을 아우른다. 종교와 예술의 사이, 공예와 창작의 사이, 전통과 현대의 사이에 고민했던 불모들의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불교미술 일섭문도회(이사장 허길량)는 일섭 스님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단체로, 불화와 단청, 조각, 공예, 고건축 등 우리나라 불교미술 전반에서 선도자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는 현역작가 3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23명의 회원이 전‧현직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많은 회원들이 문화재수리기능자, 기술자로 구성된 불교미술 단체다.

일섭문도회의 스승인 금용 일섭대불모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금호 약효스님, 보응 문성스님의 전통을 계승해 근대 불교미술을 중흥시킨 불모다. 불화, 개금, 단청, 조각 등 다양한 방면으로 두루 능통해 금어(金魚)라는 명칭을 받기도 했다.

일섭대불모의 작품은 제주부터 북의 함흥 영변까지 대한민국 전역을 아우르고 있다. 일생동안 해인사 사천왕탱화, 조계사 후불탱화, 송광사 시왕가부탱화, 옥천사 팔상탱화, 백양사 사천왕 소조상, 대원사 삼존불 목조상 등을 작업하며, 전국의 주요사찰에 불화, 단청, 불상조각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우리나라 불교미술은 여러 계파가 존재했지만, 조선시대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명맥이 많이 끊겼다. 그런 시간 속에서도 일섭대불모의 제자들은 일섭스님의 뒤를 이어 마곡사 계룡산파의 맥을 이어왔다. 일섭문도는 조계종 제 6교구 본사 마곡사에 ‘불모비림’을 조성하고, 대불모들의 행적비를 세우며 전시회 개최와 학술 세미나를 통해 내실을 다져왔다.

이 과정 속에서 지속적인 계보정리를 하며, 불모계보의 체계적 정리에 힘썼다. 동시에 단체 내부적으로는 문도들의 실력향상과 밖으로는 불교미술의 저변을 확산해 가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일섭문도회 허길량 이사장은 “종교미술에 있어서 전통의 명맥과 기반은 아주 중요한 것으로, 전통이 없는 것은 단순 공예품에 불과하다”라며 “불교미술의 계보를 잘 이어가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여러 장인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라고 일섭문도회가 지켜온 가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시회를 열지 않았던 지난 3년 동안에도 불교미술을 지키고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 허 이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이들이 어려운 가운데서 전통 예술을 배우겠다고 도전한다는 것은 큰 결심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3년 간 새로운 회원들이 단체에 많이 들어왔고, 이번 전시에도 20여 명의 신입 회원들이 참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 기술이라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특히 종교 미술에 임하기 위해서는 마음 자세의 준비부터 있어야 한다. 신심이 바탕으로 자리했을 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종교 미술”이라며 불교 미술을 이어가고 있는 무형문화재와 불모들의 묵직한 의지를 설명했다.

불교 미술은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는 종교적인 의미로 와 닿겠지만, 일반 대중에겐 어떤 의미로 닿아갈 수 있을까. 허 이사장은 불교 미술의 화려한 색감과 세밀한 도상, 구도들이 불교 미술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불상이 지니고 있는 세밀한 조각적 특징이 관람객들에게 불교미술만이 가진 감각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