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국립극단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설립”…문체부 계획에 문화예술계 ‘갈등 고조’
[핫이슈]“국립극단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설립”…문체부 계획에 문화예술계 ‘갈등 고조’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7.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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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현 국립극단 부지에 임대형 민자사업 추진
연극계 집단 반발 vs 무용계·뮤지컬계 기대…입장 대립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극단 부지인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고 공연장 건립을 위한 사업을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에 공연예술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용산구 청파로373(현 국립극단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자본 약 1,240억 원이 투입되는 민자사업(BTL)방식으로 내부에 대극장(1200석), 중극장(500석), 소극장(100·200·300석) 등 공연시설과 문화시설, 민간 수익시설(식당·카페 등)을 갖춰, 2026년까지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373에 위치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
▲서울 용산구 청파로373에 위치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

그런데 이 발표내용은 물론, 과정에 대해서도 모든 연극인들이 크게 분노하는 모습이다. 6월말 건설 우선업체 선정을 코앞에 두고 정보공유가 이루어졌다는 점과 서계동 부지를 지켜온 연극계를 무시하고 타 장르와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현 사업 계획에서 변경, 보완할 의지가 없다는 결과로 연극계는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문체부가 2013년 실시했다고 하는 ‘서계동 열린 문화공간 복합문화관광시설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은 당시 한국관광개발기금을 활용할 계획으로 ‘관광, 복합’에 목적을 두고 실시한 ‘경제적 타당성 평가’ 통과를 위한 연구였으며, 해당 연구 자료에서 연구자들은 ‘본 보고서는 서계동 국립극단의 공식 입장과 상이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라며 “이는 문체부가 현장 혹은 국립극단이 납득 못하는 방향성으로 용역발주 했다는 반증이며, 이 과정에 현장 의견을 경청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광기금 지원 불가 확정 이후 문체부는 현 부지의 사용 및 활용에 있어 관광(경제)이 아닌 ‘정책적 타당성 평가’를 위한 새로운 목적과 계획을 수립했어야 한다. 하지만 문체부는 2013년 발행된 연구보고서 내용으로 현재까지 진행하고, 2022년 공연장을 건립하며 동시대가 요구하는 상징성 및 미래지향적인 공연장의 형태를 전혀 담을 수 없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라고 지적했다.

국립극단은 이명박 정부(문체부 장관 유인촌) 시절 장충동의 국립극장에서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2010) 하면서 극단원들을 정규직화 하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지금의 서계동(옛 기무사 수송대 부지)에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 등 공연시설을 조성했다. 이후 10여년을 리모델링 된 공간에서 문체부 직원들과 함께 사옥을 공유해왔다.

비대위는 “2010년 국립극단은 자기 팔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단원제 등을 폐지하고 재단법인의 모습으로 남산 국립중앙극장에서 이곳(서계동)으로 왔다. 블랙리스트, 미투 등 동시대적 난제 속에서도 깨어있고자 노력하며, 관객이 인정하는 공연으로 진정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극단이 되고자 진보하고 있다”라며 “나아가, 2011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연구소를 설립하고 청소년과 영유아들을 위한 작품개발 방법을 연구해 내는 등 민간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다각도의 창·제작 개발을 시도해오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그것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도시 재개발에 발맞춰 새로운 극장을 세우고자 한다면, 현장예술인들과 여러 논의와 협의는 필수 전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2014년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오다, 올해 처음으로 현장예술인들과의 공청회를 열었다. 연극인들은 “이러한 통보식 진행은 국립극단의 공공성과 현장 예술인을 전부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노했다. 

반면 다른 공연예술 분야는 정부 계획을 반기는 기색이다. 공연계의 이런 동상이몽은 지난 24일 문체부가 마련한 3차 공청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2월 1차(연극계), 지난달 25~26일 2차(연극/무용ㆍ음악ㆍ뮤지컬계)에 이어 세 번째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무용계 인사는 “무용계는 올림픽 등 세계적 행사 때마다 참여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단 하나의 전용 극장도 없다. 이번 기회에 서계동 혹은 다른 곳에라도 무용 전용극장 건립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뮤지컬 관계자는 “콘텐트 공급자 입장보다 수요자인 관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게 공공의 역할 아닌가 싶다”라며 “해당 공간이 연극인들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문화적 다양성을 향유할 수 있는 공공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립극단 앞마당에서 열린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건립’ 계획 항의 집회 현장

상황이 이렇자 문체부가 장르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거세다. 연극인들은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은 예술가들을 예술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전락시킨다”라며 “예술 장르 간에 벌어질 대립과 갈등과 암투를 조장하고 방조하면서 공간배당의 권력을 틀어쥐려는 문체부의 오만과 독선만이 두드러질 뿐이다. 마치 예술 생산의 주체가 문체부인양 예술가들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치부한다. 권력과 금력의 힘으로 문체부 스스로 예술에게 정치의 시녀 되기를 강요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서계동 국립극단 앞마당에서 열린 문체부의 공청회에 대한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항의 집회에 참석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는 “국립극단 극장의 리모델링이 아닌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다목적 수단의 복합문화공간을 건립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수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민간 자본 건물에 ‘국립’ 극단이 들어간다니, 세계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남 전 교수는 “문체부는 현재 점유권한이 가장 큰 국립극단이나 연극계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용계, 뮤지컬계 등과 동시다발 간담회를 개최하며 이간계를 쓰고 있다”라며 “국가중기문화예술 비전도, 서계동 재개발 발전방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코로나로 처참한 문화예술계 위기를 해소할 방안도 뒷짐 지고 있으면서, 민간업자 배불릴 재개발사업을 핑계로 잔먹이 던져주듯 문화예술계를 이간질하는 행태가 매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2013년 국립극단이 실시한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복합문화관광시설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통한 전문가 의견 수렴부터, 예비타당성 조사(2014년), 국방부에서 문체부로의 국유재산 유상관리 전환(2016), 민자 적격성 검토(2018년), 국회 한도액 승인(2020년) 등을 거쳐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다는 입장이다. 연극계가 우려하는 BTL 방식에 대해서는 “민간에서 건설에 돈을 투입하는 것뿐이지 실질적으로 문체부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