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이달의 유물, ‘고종과 명성황후 혼례 당시 기록물’
국립고궁박물관 이달의 유물, ‘고종과 명성황후 혼례 당시 기록물’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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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지하층 왕실의례 전시실서 선봬
혼례 당시 사용한 비녀 목록 기록물 ‘보잠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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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잠발기(寶簪件記)’ 표지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선 왕실 의례 때 사용했던 비녀의 목록을 적어둔 기록이 국립고궁박물관 이달의 유물로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은 ‘7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 때 사용한 비녀 목록을 적은 기록’(이하 ‘기록물’)을 정해, 4일부터 왕실의례 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유물은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 때 사용한 비녀 목록을 적은 기록’이 담긴 기록물은 ‘보잠발기(寶簪件記)’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보잠은 ‘보배로운 비녀’를 의미하고, 발기는 주로 왕실 의례에 소용(所用)되는 물품, 인명 등을 나열해 작성한 목록을 뜻한다. 한자로는 각 건(件)에 대한 기록[記]이라는 의미의 ‘件記’라고 표기하는데, ‘件’은 우리 옛말로 ‘ᄇᆞᆯ’로 불러 ‘발기’라고도 했다. 내용은 한글로 작성돼 있다.

이 기록물은 두툼한 붉은색 종이를 아코디언 식으로 접어 직사각형 형태로 만든 첩의 형태를 갖고 있다. 첩의 표지는 직물로 만들어 기록물의 품격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종이의 표면에는 물품의 목록을 바르게 쓸 수 있도록 표시를 해뒀다. 상당부에 기준점이 되는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아래 세로로 홈을 낸 칸을 마련해 흐트러짐 없이 글을 쓸 수 있게 했다.

발기는 업무상 확인을 위한 용도부터 최종 보관 용도까지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확인된다. 그중 도톰한 색지와 직물로 된 표지를 갖춘 이 기록물은 여러 번 작성을 거친 최종 보관용으로 보인다.

내용을 보면, 비녀는 큰머리와 조짐머리 장식으로 나눠 작성했다. 큰머리는 국가의 가장 큰 의례를 행할 때 입는 대례복에 갖추는 머리 모양이며, 조짐머리는 궁중 머리 모양 중 가장 약식의 머리 모양이다.

기록물은 별도로 부착한 작은 쪽지를 일컫는 첨지를 통해서 작성 시기와 배경을 파악할 수 있다. 부착된 종이에는 ‘병인년 가례 때 보내오실 때 본래 아니 보내오신 것’라이고 기록되어 있다. 병인년 가례인 1866년 고종과 명성왕후의 가례에 쓰였던 비녀이며, 처음에 도착하지 않았던 비녀를 다시 마련하면서 목록이 작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해당 유물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층 ’왕실의례‘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gogung.go.kr)과 문화재청 ․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에서 국·영문 자막과 함께 해설영상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