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애도: 상실의 끝에서》展, 전세계 상실과 애도 다룬 작품 선봬
전남도립미술관 《애도: 상실의 끝에서》展, 전세계 상실과 애도 다룬 작품 선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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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획 전시, 오는 9월 12일까지
미래를 향한 발걸음으로써 ‘상실‧애도’ 조명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인간이 감당할 수 없었던 팬데믹 이후, 인류는 급격하게 달라진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재앙, 기술 발전의 양극화로 발생한 무기 개발과 전쟁, 아직은 이른 일이라고 생각했던 글로벌 전염병 등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불어 닥친 거대한 세계의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 것일까.

▲시프리앙 가이야르 Cyprien Gaillard, 가상 전쟁의 실제 잔재 Ⅳ, Real Remnants of Fictive Wars Ⅳ, 2004, 35mm 필름비디오 컬러 무음 4분15초, Spruth Magers 소장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시프리앙 가이야르 Cyprien Gaillard, 가상 전쟁의 실제 잔재 Ⅳ, Real Remnants of Fictive Wars Ⅳ, 2004, 35mm 필름비디오 컬러 무음 4분15초, Spruth Magers 소장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제공)

기후 변화, 팬데믹, 전쟁 등 수많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시시각각으로 삶의 터전과 수많은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에 벌어졌던, 그리고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우리는 매일을 ‘상실’이라는 슬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상실에 익숙해져야만 하고, 상실 다음의 애도를 우리 삶의 태도로 익숙하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전남도립미술관이 현 시대의 상황을 짚고, 상실과 애도를 시대의 감정으로 삼아 전시를 기획했다. 지난달 30일 개막식을 열고, 오는 9월 12일까지 개최되는 하반기 기획 전시 《애도: 상실의 끝에서》전이다. 전시는 상실을 애도하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 승화할 수 있는지 찾아본다. 작가들이 겪은 다양한 상실을 어떻게 애도로써 표현했는지 시각적인 방법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전시는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Bill Viola), 1970년대 자신의 사적인 사진을 작품화해 반향을 일으켰던 낸 골딘(Nan Goldin), 프랑스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시프리앙 가이야르(Cyprien Gaillard),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작품을 포함한다.

이 중 비올라의 대표 작품 <트리스탄의 승천(Tristans Ascension)>과 <불의 여인(Fire Woman)> 두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으로, 빌 비올라 스튜디오와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양측 협의를 통해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다. 도립미술관은 빌 비올라의 작품이 상실과 부활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작품에 투영해 풀어낸 시적인 작품이라며, 전시의 의미와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빌 비올라 Bill Viola, 불의 여인 Fire Woman, 2005, 비디오사운드설치, 빌 비올라 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Kira Perov
▲빌 비올라 Bill Viola, 불의 여인 Fire Woman, 2005, 비디오사운드설치, 빌 비올라 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Kira Perov (사진=전남도립미술관 제공)

그뿐만 아니라 안젤름 키퍼와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로 이들은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두 종류의 전체주의를 각각 경험하면서 자신이 체득한 것을 양식화해 표현해낸다.

국내 작가 중에서는 뉴욕, 파리 등 국제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수자, 한국의 1세대 페미니즘 사진작가 박영숙, 젊은 시각에서 상실과 애도를 바라보는 이재각, 박정선, 유벅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 세계의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타인과 연결하려는 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등 국내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회적인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을 포함한다.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작품의 해외 운송이 힘든 만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CNCITY마음에너지재단, 국립현대미술관과 우양미술관 등 국내의 다양한 기관에서 협조를 구해 만들어졌다. 전시를 지원해준 각 기관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잃은 것을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갈지를 묻는다. ‘애도’가 주로 과거의 경험에 대한 것이라는 개념에서 한걸음 나아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생각해보길 바란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