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초연 같은 사연’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변화한 시대정신·사회분위기 반영”
[현장프리뷰]‘초연 같은 사연’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변화한 시대정신·사회분위기 반영”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7.05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인우’ 기혼 설정 삭제…“인우 아내, 기능적 캐릭터로 소모”
전 세계 154개국 메타씨어터 실시간 송출
8월 2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4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났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병헌, 故이은주의 열연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원작 영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붐을 이뤘던 한국 멜로 영화사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특히 전형적인 멜로물의 구도에서 벗어나 성별과 죽음을 뛰어넘는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를 선보이며 주목받았으며, 2017년과 2021년에도 재개봉된 바 있다. 뮤지컬로는 2012년 초연되어 2018년까지 세 시즌을 거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새로운 프로덕션인 신스웨이브와 손을 잡고 지난 6월 22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연습 장면

지난달 30일 프레스콜 현장에서 신스웨이브의 신정화 대표는 “처음엔 ‘번지점프를 하다’를 새로 개발해서 만들까도 고민했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름답고 좋은 작품이라 아시아에서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존 프로덕션에서 저작권을 가져오게 됐다”라고 이번 시즌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을 처음 탄생한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변화한 젠더 의식이나 여성 인식을 반영해 각색했다. 이번 프로덕션을 통해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야기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서인우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던 국문과 대학생 인우의 인생에 어느날 사랑스럽고 당돌한 미대생 태희가 뛰어든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은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오랜 세월 마음 속에 태희를 간직하고 살던 인우 앞에 그녀와 같은 버릇, 같은 행동을 하는 남학생 현빈이 나타나면서 인우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번 시즌은 배우들도 모두 뉴캐스트로 진행되면서 새로움을 더했다. 운명적인 사랑을 잊지 못하고 마음 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남자 ‘서인우’ 역에는 이창용과 조성윤·정택운이, 사랑스럽고 당돌한 인우의 첫사랑 ‘인태희’ 역에는 최연우·이정화·고은영이, 인우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남학생 ‘임현빈’ 역에는 정재환·렌(뉴이스트, 최민기), 현빈의 같은 반 여자친구 ‘어혜주’ 역에는 이휴·지수연(위키미키)이 캐스팅됐다. 이밖에도 작품에는 인우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자 국문과 동기인 ‘나대근’ ‘윤기석’ 역에 최호중·박근식·김대호·장재웅을 비롯해 박민성·이준용·반예찬·서은지·이자영·한정임·박상민·이재희 등이 출연한다.

심설인 연출은 “프로덕션이 바뀌면서 대본과 음악, 콘셉트 등을 듣고 이번 시즌에 맞는 새로운 배우들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비공개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그 과정들이 굉장히 재미있었고 짜릿한 흥분들이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심 연출은 “이번 프로덕션에서 가장 큰 목표나 의도했던 것은 기존 영화가 베이스인 작품에서 관객에게 어떤 내용이 설득력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있었던 인물도 재구성해보고 빼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관객들의 관점에서 보면 (많이 바뀌어) 놀랄만한 장면들도 있겠지만, 초연 창작이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라며 “영화를 아는 분들은 훨씬 더 영화적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을 이끄는 개성 넘치는 각각의 캐릭터와 더불어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대 세트다. 심설인 연출은 작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대 세트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하며 “시간의 흐름과 역행에 따라 턴테이블의 순환 방향이 달라진다. 과거로 가는 시점과 현재로 가는 시점을 오르골로 담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를 보시면 인우는 오르골 바깥쪽에서 움직인다. 안쪽은 인우의 마음 속 태희가 됐든, 인우가 기억하는 태희가 됐든, 현빈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전 프로덕션의 버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로 서인우의 ‘기혼’ 설정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큰 줄기라 할 수 있는 설정이 변한 것에 대해 심설인 연출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요청했다. 

심설인 연출은 “아마 원작이 되는 영화에서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인우’ 캐릭터가 이성애자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또 뮤지컬의 지난 버전들에서는 ‘태희’와의 이별 후 ‘인우’가 어렵게 가꿔온 현재의 안정적인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시선과 압박, ‘인우’의 괴로움을 가중시키기 위해 기혼의 설정이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라고 밝혔다. 

심 연출은 “그러나 벌써 영화가 나온지 20년, 뮤지컬로 첫 선을 보인지 1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동성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나 포용력은 이미 많이 달라졌고, 작품 안에서 아내 역할이 너무 기능적인 캐릭터로 불필요하게 소모되고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번 시즌에는 ‘인우’와 ‘태희’, ‘현빈’의 이야기와 정서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운명과 사랑, 그 감정을 관객들에게 조금 더 오롯이 전달하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시즌은 메타씨어터를 통해 전 세계 154개국에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신정화 총괄 프로듀서는 “앞서 ‘태양의 노래’ 등 다른 작품들을 통해 선보였던 것처럼 실시간으로 8월부터 공연이 전 세계로 송출된다”라며 “그동안 라이브 스테이지를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송출하면서 작품이 한국을 넘어 해외에도 빠르게 알려질 수 있었고, 해외 관객들도 서울의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번지점프를 하다’ 역시 전 세계 관객을 만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오는 8월 2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