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체계적 교육 커리큘럼 및 정책 기반 지원 필요”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체계적 교육 커리큘럼 및 정책 기반 지원 필요”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7.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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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교육 위해 예술중고교 및 대학에 전문학과 개설 절실”
고급 인재의 ‘유치’보다 ‘활용’에 초점 둬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여러 클래식 예술 가운데 ‘발레’는 현재 전 세계에서 인기가 매우 높은 장르 중 하나다. 단순히 관람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몸으로 행위하며 예술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아동기를 제외하면 제대로 발레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한, 성인이 되어 취미로 발레를 배운다고 해도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된다.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사회를 맡은 문영 국민대학교 교수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사회를 맡은 문영 국민대학교 교수

이에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 제주지회(지회장 김길리)는 지난 2일 오션스위츠제주호텔에서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를 맞아 제주에서 ‘스페셜 발레갈라 공연’과 함께 『무용예술과 문화예술의 섬 제주- 발레를 통한 제주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레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의 사회는 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인 문 영 국민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김길리 대한민국발레축제 제주지회장은 “그동안 제주에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제주 애월읍 상가리의 문화곳간 마루,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제주의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제주문예진흥원과 함께하는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초청 공연까지 발레 활성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라며 “제주도민이 발레를 즐기고 제주에 대학 무용과가 생기고, 제주에 발레단이 설립돼 도민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큰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라고 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전했다. 

발제는 장광열 숙명여대 무용과 겸임교수, 김태관 제주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정옥희 비평가가 맡았다.

전 세계적으로 무용작품 속에 문화 다양성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 간 협업 및 레지던시 작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무용음악의 확장과 함께 순수무용과 대중무용의 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무용예술을 접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예술을 통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교육으로서의 무용교육의 중요성이 입증되고, 무용의 영역이 사회 각 부문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무용 대중화를 위한 토양이 조금씩 형성되어 가고 있다.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발제를 맡은 장광열 숙명여대 무용과 겸임교수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발제를 맡은 장광열 숙명여대 무용과 겸임교수

장광열 숙명여대 무용과 겸임교수 ‘춤추는 섬, 제주’와 문화도시로서의 경쟁력을 주제로 “국제도시 제주도 역시 천혜의 자연환경과 무수한 신화를 문화예술과 접목, 차별화된 인프라와 소프트웨어의 구축으로 그 경쟁력을 배가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오늘날 세계의 선도도시들은 도시 브랜딩, 도시 마케팅, 도시재생 등의 접근 방법을 통해 끊임없이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문화도시 또한 창조도시와 함께 도시경쟁력 확대를 위한 하나의 모형이 되고 있다”라며 “국제도시를 표방한 제주도에 국제학교 운영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과 더불어, 대한민국 발레계의 현안인 국립발레학교의 설립이 제주도에서 이뤄진다면 이 또한 문화도시로서 제주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제주도에 무용예술을 위한 거점이 조성된다는 것은, 새로운 공간 조성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새로 들어선 제주 정부는 과시형의 요란한 정책보다 이 같은 고부가가치의 문화예술 정책에 눈을 돌려야 한다”라며 “제주의 자연환경이 무용예술과 엮어져 ‘춤추는 섬, 문화도시 제주’에서 창조적인 문화로 꽃 피워지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발제를 맡은 김태관 제주대 겸임교수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발제를 맡은 김태관 제주대 겸임교수

김태관 제주대 겸임교수는 제주 발레의 현황을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2017 문예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문화예술 활동 건수는 2016년 4만6천101건으로 2015년의 4만 2,968건에 비해 7.3% 증가했다. 2016년 제주지역 문화예술활동 건수는 855건으로 2015년 688건에 비해 24.3%나 확대됐다. 인구 10만 명당 문화예술 활동 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제주로 133.3건으로 나타남. 뒤를 이어 서울(124.4건), 강원(93.1건), 광주(87.4건), 대구(87.1건), 전북(79.3건), 부산(74.0건), 대전(65.9건) 순이었다. 전국 평균은 66.4건이다.

제주도내에서는 현재 480여개의 문화예술단체 약 15,000명의 예술가가 활동하고 있으며 전문예술가 단체인 제주도립예술단 5개 단체에 약 270명의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는 등 문화예술 인프라는 양호한 편이다. 예술단체는 서양음악분야가 약 50%를 차지하고, 연극뮤지컬 약 15%, 국악 및 크로스오버 약 15%, 콘서트 및 대중 약 10%, 무용발레 분야 약 10%의 순으로 활동분야는 서양음악분야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이외의 단체는 10% 이내로 장르 간 불균형적임을 알 수 있다.

제주에서 본격적인 예술활동은 1962년 한국예총제주도지회가 발족되면서 시작되고 그 뒤를 이어 문인협회, 음악협회, 미술협회 등이 창립되면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무용 분야 또한 1960~70년대 당시 제주무용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송근우(1930~1980, 표선출생, 제주여중고 교사) 선생의 노력과 80~90년대 제주무용 2세대라고 하는 이창훈, 김희숙, 이연심 등을 거치며 발전하였고, 1990년대는 제주도립무용단(당시 제주도립민속예술단)이 창단되면서 현재까지 오고 있다.

김태관 교수는 “제주도내의 무용과 발레, 국악 등은 활동이 저조할 뿐 아니라 청소년과 무용교육과 이후의 대학의 전문교육을 할 수 있는 학과가 없는 상황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조차 육성되고 있지 못하여 매우 빈약하다”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제주도의회와 제주예총이 공동주최한 ‘무용예술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제주무용인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무용분야 전문예술교육 기관의 필요성과, 행정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안했다”라며 “제주도립무용단이 창단된 지 30년이 흐르고 있으나, 전문 무용수를 양성할 대학의 무용학과가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전통에 국한된 무용 장르 활동, 민간 무용단의 노쇠화와 공연활동 부족 등은 제주 무용계의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발레 교육은 유아기-청소년기-청년기-장년기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예술중고교 및 대학에 전문학과 개설 및 운영이 필요하다”라며 “언론과 공동기획을 통한 발레프로그램 제작, 제주 소재의 창작 발레 지속적 개발 육성, 상설 공연장 및 대학과 연계한 전문 발레단 창단 운영 등의 구체적인 실천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발제를 맡은 정옥희 무용연구자/비평가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발제를 맡은 정옥희 무용연구자/비평가

정옥희 무용연구자/비평가는 ‘글로벌 시대’ 발레 예술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발레계에서 <빌리 엘리어트>의 서사는 익숙하다. ‘변방’에서 재능을 빛내던 무용수가 오디션이나 콩쿠르를 통해 발탁되어 ‘중앙’으로, ‘세계’로 진출하는 이야기이다. 강수진, 서희, 김기민 등 해외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약해 온 이들의 이야기는 비슷한 구조를 가졌다.

더 나은 교육과 활동 기회를 위해 개인이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발레는 오래 전부터 국제적인 공연 양식이었기에 무용수들은 더 나은 학교와 교사를 찾아 이주했다. 더구나 1990년대 이후 국제이주가 활발해지고 국내 발레계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발레무용수의 유학과 해외취업도 증가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동의 방향성이다. 모두가 지역에서 서울로,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려 한다. 반면 서울에서 지역으로,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교육 단계에선 더욱 드물다. 이렇게 볼 때 글로벌 발레교육의 의미를 개인의 유학 및 해외취업에만 한정할 수는 없다. 한 방향으로의 이동만 중첩된다면 국내, 그리고 지역의 교육환경은 황폐해지기 때문이다.

정옥희 비평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발레 학생들이 최근 국제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서구에서 아시아로의 유학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이는 유학의 유인요인이 개인의 테크닉 향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지닌 국제적 명성, 그리고 유수 발레단으로 입단할 수 있는 기회가 밀접한가의 문제가 작용함을 알 수 있다”라며 “한국의 발레교육은 직업 발레단의 수준이 향상되고 학교와 발레단의 연계성이 강화되지 않으면 교육단계에서의 해외 인재의 유입은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발레교육에서 인재유출은 국내 차원에서도 발생한다. 발레의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인재들은 서울로 몰릴 수밖에 없다. 제주도처럼 거점 예술 중ㆍ고등학교나 대학 무용과가 없는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정 비평가는 “인재유출을 막기보다는 인재유입을 활성화하려는 방향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인재유입은 유치, 유지, 활용을 모두 포괄한다. 좋은 인재를 유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안정적이고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때 지역 전체의 수준이 높아지고 자생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급인력을 끌어들이는 유인요인은 복합적이기에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정책 너머 전반적인 인프라 개선이 요구된다. 균형 있는 발레교육을 위해선 고급 인재의 '유치'보다 '활용'에 초점을 두고 그들이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옥희 비평가는 “지역에 발레의 생태계가 충분히 크고 활발하여 할 일이 많고, 세계적인 예술가 및 기관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며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을 때 인재가 육성되고 유입되며, 유지되어 지역 전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토론(라운드테이블) 장면
▲2022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제주 포럼 토론(라운드테이블) 장면

발제 후 이어진 토론은 각각의 발제 이슈에 따라 3개의 테이블로 나뉘어 진행됐다. 그룹 1은 ‘무용예술을 통한 문화도시 제주의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토론했으며 모더레이터로 장광열, 토론자로 기은주ㆍ박수현ㆍ이소현ㆍ최길복이 참여했다. 그룹 2는 ‘제주 발레의 발전 방향 모색과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모더레이터로 김태관, 토론자로 강경모ㆍ김하월ㆍ손민호ㆍ홍인숙이 참여했다. 그룹 3은 ‘글로벌 시대의 발레 예술교육’에 대해 토론했으며 모더레이터 정옥희, 토론자 김나영ㆍ문영ㆍ부혜숙ㆍ이애리가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