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레드룸: 러브 이즈 인 디 에어》展,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전시리뷰] 《레드룸: 러브 이즈 인 디 에어》展,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05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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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시소 서촌, 11월 6일까지
사진‧영상‧일러스트로 ‘사랑, 연애, 섹스’ 다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우리 삶 속에 당연한 듯 자리 잡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희귀하기도 한 ‘사랑, 연애, 섹스’를 MZ세대 시선을 갖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만나보는 전시가 열렸다.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오는 11월 6일까지 개최되는 《RED ROOM: LOVE IS IN THE AIR》다. 지난해 《요시고 사진전》, 《우연히 웨스 앤더스》 전시를 기획해 선보이며 많은 관람객을 끌었던 전시기획사 ㈜미디어앤아트가 주최하고 제작했다.

▲Martina Matencio, Endos, 2020 (사진=미디어앤아트 제공)

《레드룸: 러브 이즈 인 디 에어》는 그라운드 시소 서촌의 3개 층을 이용해 세 가지 섹션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전시에는 민조킹, 스텔라 아시오 콘소니, 마르티나 마틴시오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과 유럽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들로 일러스트, 사진,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각각의 층마다 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스텔라 아시아 콘 소니의 대표 시리즈 <Love Me>의 사진과 필름을 선보이고, 두 번째 파트는 스페인 사진작가 마르티나 마틴시오의 사진 100여 점을 사랑과 이별이라는 상반된 두 주제로 전시한다.

마지막 세 번째 파트는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가장 은밀한 소통 방식인 ‘섹스’를 다룬 민조킹 작가의 일러스트 작업과 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평면 회화와 더불어 사랑하는 두 사람만의 시간을 연상케 하는 설치 작품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RED ROOM: LOVE IS IN THE AIR》 두 번째 파트 전시 전경 (사진=미디어앤아트 제공)

익숙한 듯 개별적인 ‘사랑’ 특성 활용

‘사랑, 연애, 섹스’라는 한 가지 주제를 다룬다는 큰 흐름 안에서, 층마다 작가가 가진 독특한 시선과 ‘사랑’에 대한 각자의 정의를 느껴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이는 가장 보편적이고 익숙하면서, 은밀하고 개별적인 사랑의 다층성을 감각하게 한다.

전시 구성 상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전시가 ‘토크룸’이라는 프롤로그 섹션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토크룸’ 섹션에선 3명의 아티스트들과 나눈 인터뷰를 화면 위로 띄워,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의 영상으로 선보인다.

▲《RED ROOM: LOVE IS IN THE AIR》 프롤로그 '토크룸'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질문에 대답을 하는 작가들은 이모티콘을 사용하거나, 굉장히 편안한 톤의 답변을 전한다. 마치 작가와 관람객이 대화를 하는 듯한 방식을 구현하는 콘텐츠는 전시 관람을 시작하는 관람객과 작가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준다. 이 거리 좁힘은 자신의 서사를 활용해 사랑과 연애를 바라보고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전시는 작품을 선보이는 일방적인 방식의 전시 구성에서 나아가,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참여하고 느껴볼 수 있는 몇몇 지점들도 제안한다. 첫 번째 섹션 마지막 공간에선 는 타로 리딩을 기반으로 연애 관계 속 진정한 ‘나’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관객 체험존이 마련돼 있고, 세 번째 섹션에선 QR코드를 통해 상황별 ‘나’라면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작성해볼 수 있는 온라인 페이지를 운영한다. 우리 모두의 ‘사랑’을 얘기하는 동시에 ‘나’의 사랑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찾아들어간다.

▲Stella Asia Consonni, Love Me Pier, Agnes and Lupo, 2019 (사진=미디어앤아트 제공)

“사랑의 본질, 연애의 양면, 연인의 은밀한 대화” 3명의 개성 넘치는 작품 담아

첫 번째 파트 스텔라 아시아 콘 소니는 사랑과 연결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랑에는 피부색, 성적 취향 등이 아무런 영향 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연인의 모습을 통해 말한다.

스텔라의 작품 중 <Jodan and Luca>는 작가 SNS상에 공개됐을 당시, 큰 이슈가 됐었다. 오랜 연인이었던 조단과 루카의 입맞춤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두 사람’이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작품이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비정상적이고, 변태적인 외설’이라고 말했다. 조단과 루카가 동성의 연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스텔라는 이러한 사건을 겪고, <Love me>라는 프로젝트를 더욱 확장 시켜 사랑의 젊음과 다양성, 평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피부색과 성적취향은 사랑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라는 스텔라의 말은 첫 번째 공간을 이룬 작품들을 통해 부드럽지만 아주 또렷한 방식으로 전달된다. 특히 이슈가 됐었던 <Jodan and Luca> 작품에는 불투명한 커튼을 쳐놨는데, 커튼 걷어야 온전하게 보이는 작품을 마주하면서 우리가 일상 속 어렴풋하게 지니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장막을 깨닫게 한다.

▲Stella Asia Consonni, Jodan and Luca, 2018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두 번째 파트에선 스페인 사진작가 마르티나 마틴시오가 자신의 연인과의 일상을 토대로 진행한 <A couple from Barcelona>와 이별과 무애(無愛)의 과정에서 경험한 혼란스러움과 고통을 담은 <Martina, we have to talk>를 선보인다. 달콤한 사랑과 고통스러운 이별의 병치는 자칫 현실을 벗어나려 하는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다시 온전히 우리의 곁으로 가지고 온다.

특히 두 번째 파트는 연인과 나눴던 메시지와 대화가 함께 시각적으로 전시되는데, 사진으로 완벽하게 전달될 수 없었던 서사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별의 과정을 다룬 전시 공간에선 닳아가는 사랑을 밧데리가 소모되는 형식의 아이콘으로 암시하며 작품을 선보인다. 사랑이 적어질수록 작품의 크기가 커지고, 붉은 색이 강조되는 작품들은 이별의 상흔과 고통을 막연하게 연상하게 만든다.

▲Minzo King, 너와 함께 보내는 시간, 2021
▲Minzo King, 너와 함께 보내는 시간, 2021 (사진=미디어앤아트 제공)

세 번째 파트는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것 중 활동의 범위를 한정하고 싶지 않아 항상 ‘그림 그리는 민조킹’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민조킹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주로 남녀의 사랑, 특히 육체적 사랑을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섹스로 나아가는 단계별 상황을 설정하고 각자의 방, 각자의 관계를 다양한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특정 상황을 전제하고 제작된 작품들이기에 자칫 제한적인 장면만 연출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되지만, 연인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은밀한 대화법은 더 개인적이고 다채로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일러스트 작품을 통해 서사 또한 생각하게 해 작품의 결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진다.

전시 공간 중앙부에 설치된 거대한 시소 설치 작품과 진짜 방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조형물들은 연인과의 관계성과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은유하고 있다. 외부와 연결되는 통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도 전시의 생동감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RED ROOM: LOVE IS IN THE AIR》 세 번째 파트 전시 전경 (사진=미디어앤아트 제공)

《레드룸: 러브 이즈 인 디 에어》 전시는 주제 특성상 아동‧청소년이 관람할 수 없는 전시다. 전시가 시작되고, SNS상에는 ‘사랑, 연애, 섹스’라는 날 것의 주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금까지 ‘사랑, 연애, 섹스’라는 주제로 기획된 전시가 드물었던 것만큼 전시가 전하는 새로움과 흥미로움은 주목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사랑-연애-섹스로 이어지는 ‘사랑’과 ‘연인’의 대한 색다르고 도전적인 시도나 정의가 전시 내에서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전시는 사랑의 환희, 열정, 고통, 갈등 등을 다루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사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레드룸》 전시 만이 가지고 있는 색다름이 녹아있는 발화는 아닐지라도, 한동안 서로가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던 시대를 지나 다시금 ‘사랑’을 떠올려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 입장료는 18,000원으로 네이버, 인터파크에서 예약 가능하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오후 6시에 입장 마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