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이나연 제주비엔날레위원장/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 사람‧예술‧자연 조화 지원할 것”
[Special Interview] 이나연 제주비엔날레위원장/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 사람‧예술‧자연 조화 지원할 것”
  • 이은영 발행인‧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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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개막 제주비엔날레, 안정적 운영 목표
2020 제2회 비엔날레, 코로나19와 함께 아카이빙 할 것
글로벌 스탠다드 맞춰 제주 미술 확장 바라
비엔날레 존치, 제주 작가들 뜻 모여 결정
직책은 변할 수 있는 것, 자리에 의미부여 하지 않아
VR뮤지엄 구축, 글로벌 스탠다드 맞춰 ‘제주미술’ 세계 향해 문 열고자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이지완 기자] ‘제주’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다채롭다. 누군가는 한국 관광지의 최정점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천혜 자연의 보고라고도 얘기한다. 또 몇 년 전에는 ‘문화예술섬 제주’라는 캐치프라이즈가 나타나기도 했다. 2017년 제 1회 제주비엔날레 개막 당시 원희룡 前제주지사가 한 “제주비엔날레는 제주가 문화예술섬으로 나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인사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제주비엔날레는 5년 동안 개최되지 못했다. 2020년 제 2회 제주비엔날레가 코로나19와 겹쳐 여러 내부 문제들로 취소됐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나연 제주비엔날레위원장/제주도립미술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고,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주비엔날레’를 향한 불안의 시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 3회 제주비엔날레는 올 11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박남희 예술감독을 선임하고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이라는 주제로 팬데믹 이후 인류가 맞이한 변화를 현대 미술의 시선으로 접근해본다. 코로나 이후 우리가 마주해야 할 변화와 세계는 어떤 것일지, 제주비엔날레는 지난 2020년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며 질문하고 있다.

제주비엔날레를 주관하고 있는 제주도립미술관은 어떠할까. 지난 1일 제주도를 직접 찾아,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을 만났다.

이 관장은 2020년 임명 당시 ‘최연소 여성 신임관장’이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았다. 서귀포 출신으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 관장은 제주의 정서를 알고 있으면서,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서 미술비평을 전공한 미술 전문가였다. 2018년 버드하우스 프젝트 제주디렉터, 등을 기획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문화예술잡지 「씨위드」를 운영하는 등 전시, 비평, 행정을 모두 아울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라고 말하는 이 관장은 ‘최연소 여성 신임관장’이라는 타이틀로는 모두 설명될 수 없는 면면을 지니고 있었다. 제주비엔날레의 역사, 제주의 정서를 아는 이 관장은 어떻게 제 3회 제주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공)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공)

2020년 임명 당시, 30대 신임 관장으로 주목받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로 기관장에 임명됐는데 부담은 없었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초대 관장이었던 이경성 선생님도 일본 유학을 다녀오고, 30대 초반의 나이에 관장을 맡았다. 당시 한국에 미술관 기반이 거의 전무했고, 그런 토대를 함께 만들어 나갈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본다. ‘미술관장’이라는 직책이 기관장이라는 개념보다는 책임지고 일을 맡아 줄 수 있는 사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완만하게 조직을 끌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이해됐던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직책에 있어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관장도 하나의 직책이라는 생각이다. 외국에서는 관장을 ‘뮤지엄 디렉터’라고 칭하지 않는가.

사립이든 공립이든 30대 중후반의 디렉터는 언제나 존재해 왔고, 최근에는 비엔날레 예술감독도 20대 후반의 기획자가 선정되기도 한다. 작년 바다미술제 예술감독도 1995년생 리티카 비스와스 감독이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도 40대 초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다면, 직책은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내가 관장을 하고 있지만, 다시 큐레이터가 될 수 있고, 예술감독이 될 수도 있다. 프로그램 규모에 따라서 코디네이터를 맡게 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관장’이라는 자리 자체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다. 2년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생각이었다. (웃음)

오는 11월 16일에 제 3회 제주비엔날레가 개막한다. 5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제주비엔날레인데, 어느 정도 준비가 돼가고 있는지.

사무국이 모두 구성돼서, 비엔날레 팀 직원이 모두 출근하고 있는 상태다. 큐레토리얼 팀은 박 예술감독 주도하에 꾸려졌다. 작가 계약도 거의 다 마친 상태다. 작가들이 안전하게 제주에 도착해서 리서치를 하고 전시 공간도 확인하고 있다. 이제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잘 들어오기만 한다면, 바로 행사 개막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올해 제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으로 자연공동체로서의 인류 생존에 대한 예술적 실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주제는 예술감독의 영역이기 때문에, 관장으로서 세부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나 또한, 비엔날레 주제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다. 주제에 관한 이야기는 박 감독님의 구상과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박 감독이 발표한 수준으로 설명하자면, ‘움직이는 달’은 자연의 시간과 변화의 속성을 포착해 순환의 매커니즘을 상징한다. 그리고 ‘다가서는 땅’은 자연에서 호흡하는 객체들의 생기 있는 관계적 겸손함을 함의한 행위로 이해해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 하에 비엔날레는 자연, 인간, 신화, 우주 등을 동등한 객체로 보고 그 사이 만남과 떨림, 소통과 공존의 경험을 제안하고자 한다. 나는 이 주제에 공감하고, 박 감독이 주제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작가들을 찾아 비엔날레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돕고 있다.

‘자연’이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주요 키워드로 느껴진다. 제주는 이미 천혜의 자연을 가진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주와 자연’은 익숙한 키워드인데, 비엔날레만의 새로운 시각이 있다면.

제주와 자연을 연결시켜 바라보는 제주 외부인의 시선이 새로운 지점일 것 같다. 올해 비엔날레 주제인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은 기후위기, 인류세를 경험하고 있는 현 시점에도 잘 어울리고, 제주와도 잘 어울리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제주 사람들에게도 ‘자연’은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제주에서 실제로 일을 하고 삶을 살아나가다 보면, 제주 사람들 또한 도시에서 살아가게 된다. 직장과 집을 차로 오가면서 도시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자연에 파묻혀 산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제주는 바다와 산을 품고 자연을 지니고 있다.

제주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가까워서 잘 인식하지 못했던 자연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외부인에게는 알 수 없었던 제주의 자연을 선보이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익숙하지만 낯선 자연, 원래 낯선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본다. 미술관 또한, 박 감독의 시선으로 제주를 즐겨보려 한다.

▲인터뷰 질문에 집중하고 있는
▲인터뷰 질문에 집중하고 있는 이나연 제주비엔날레위원장/제주도립미술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비엔날레 예술감독의 역할과 운영 조직 간에 선명한 선을 그은 듯하다. 비엔날레 운영 방향성이 느껴진다.

올해 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을 기획 공모 같은 형식으로 진행했다. 미술관 내부 비엔날레 자문위원회에서 총 6명의 후보를 추천받았고, 그분들이 비엔날레 주제에 대한 기획서를 제출했다. 기획서를 토대로 후보자 PT과정을 거쳤고 재심사를 통해 최종 감독을 선정했다. 총 3번의 선발과정을 거쳐 예술감독이 위촉됐다. 주제가 먼저 정해지고, 주제에 따른 예술감독이 선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절차로 운영됐기 때문에 관장의 자리에서 비엔날레 주제나 기획에 관여 할 일은 없다. 미술관은 예술감독이 기획한 주제를 구현하고, 비엔날레에 집중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제주비엔날레는 광주, 부산비엔날레처럼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를 따로 구성하고 있지 않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처럼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국제행사라고 보면 된다. 업무적으로 보면 미술관 내부에 비엔날레 조직이 있고, 미술관이 조직위원회의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구조이지만, 위원들이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조직위원회’라고 볼 수 없다. 앞으로 점차적으로 제주비엔날레도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미술관과 비엔날레 운영을 분리해나가고자 하는 게 계획이고 목표다.

이번 비엔날레에 어떤 작가들이 참여하는가.

제주 지역작가들로는 강요배, 백광익 작가를 현재 컨택 중에 있고 거의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여작가는 계약이 완전히 완료되기 전에 언급할 수가 없어서, 정확한 리스트는 공유하기 어렵다. 현재 외국 작가로는 한국 출신으로 캐나다에 거점을 두고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포 작가인 자디에 사, 케냐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게치 무투 이외에 레이첼 로즈, 리크릿 티라바니자 등이 참가한다.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해외 작가 중에 깜짝 놀랄 만한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기대해주길 바란다.

제주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인만큼 제주 지역작가들이 많이 참여할 것 같다.

비엔날레를 기획할 초기에 미술관에서는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미술행사이니 제주 출신 작가 참여 비율을 높이고자하는 뜻이 있었다. 예술감독 공모를 할 때에도 기획에 지역작가 배분을 30% 이상할 것을 명시해뒀었다. 그런데, 오히려 제주 지역작가들과 자문위원회에서 30% 이상 배분율 항목을 없애자는 제안이 있었다.

작가를 선정할 때 제약이 생기면 예술감독이 비엔날레를 구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감독이 기획적으로 좀 더 자유롭게 구상하고, 구현하길 바라는 뜻이 담긴 결정이었다. 그 조항이 없어지면서 확실히 예술감독도 좀 더 편안하게 작가들을 컨택하고 찾게 됐다. 그럼에도 박 감독이 제주 지역작가에 대해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2017년 비엔날레 첫 개막 이후, 실행되는 행사로는 두 번째에 해당한다. 일부 언론에선 이번 비엔날레가 ‘제주비엔날레’의 존폐를 결정지을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올해 행사에 임하는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안정적인 행사 운영이 가장 큰 목표다. ‘비엔날레’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제주가 처음이다. 1995년도에 광주비엔날레보다 몇 달 앞서서 제주프리비엔날레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후 20년 넘게 정식 비엔날레를 열지 못했다. 그리고 2017년에 제 1회 비엔날레를 선보였지만 잡음이 있었고, 2020년 제 2회 비엔날레는 코로나와 겹쳐 취소됐다.

‘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어떤 실험의 장이다. 그런데 과거, 일련의 과정 때문에 제주도 내에서는 ‘비엔날레’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국제 미술 행사일 뿐인데, 어떤 큰 문제가 있는 행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비엔날레’가 ‘비엔날레’ 고유의 이미지로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올해 비엔날레의 성취라고 보고 있다.

▲2022 제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자디에 사 Zadie Xa, 1983, 캐나다, Moon Poetics 4 Courageous Art Critters and Dangerous Day Dreamers, 2021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공)
▲2022 제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자디에 사 Zadie Xa, 1983, 캐나다, Moon Poetics 4 Courageous Art Critters and Dangerous Day Dreamers, 2021 (사진=제주도립미술관 제공)

제 2회 제주비엔날레는 예술감독 선임, 작가 선정을 이미 마쳤지만 팬데믹과 더불어 예술감독 측과의 갈등으로 취소됐다. 2회 비엔날레는 열리지 못한 것과 같은데, 올해를 3회로 명명하고 추진한 이유가 있는가.

2020년 제주비엔날레는 5월에 개막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3월에 최종적으로 개막을 취소했다. 2020년 2월에 코로나 상황이 너무 심각해졌고, 3월에는 5월에 비엔날레를 도저히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해가 가장 코로나가 창궐했고, 미술관은 360일 중 180일을 문을 닫았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행사 개최는 불가능했다. 모두의 공감을 사서 비엔날레 연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행사가 연기되면서 비엔날레에 참여하려 한 작가들과 예술감독이 서명운동을 벌였다. 1월부터 3월까지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기약 없이 행사가 미뤄졌다는 문제제기였다. 그 문제 제기가 사실상 2020년 비엔날레가 취소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행정적으로 대응구조를 잘 짜지 못 했던 것이 도화선이었다고 본다. 당시에 이 문제 제기로 소송이 진행됐고, 비엔날레가 취소됐으니 예산은 다시 반납해야 했다. 그 와중에 1년 연기예정이었던 비엔날레의 예산이 삭감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 이렇게 3년 넘게 지속됐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그것을 다시 구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 자체로 취소된 행사로 코로나와 함께 아카이브 하기로 결정했다. 2회라는 명명을 올해 다시 쓴다면, 앞으로의 비엔날레 역사에도 혼선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회에 이미 선정된 작가와 감독이 있었는데, 이중으로 선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팬데믹’이라는 시대를 담아 기록해두고자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제주비엔날레를 다시 기획하고 추진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미술관이 주최하는 비엔날레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광주비엔날레처럼 조직위원회가 갖춰지고, 국비를 받으면서 전시공간을 두고 운영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미술관이 기존에 해왔던 전시, 기획 업무를 하면서 국제행사를 운영하는 것이기에 인력과 예산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엔날레 개최를 결정한 것은 제주 작가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비엔날레 존치를 결정할 때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전문가 간담회, 지역작가 간담회, 도외 전문가‧작가 간담회 등 정말 여러 논의를 펼쳤다. 국내에는 이미 다른 비엔날레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제주비엔날레를 유지하고자 했던 것은 ‘제주’에도 미술 국제행사가 있어야 한다는 제주 작가들의 열망 때문이었다. ‘제주’라는 공간 안에서 비엔날레 규모의 미술 국제행사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제주’에 비엔날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결과였다. 제주의 작가들도 국제적인 작품을 보고, 국제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힘이 모였다.

지금 제주도립미술관이 제주비엔날레 운영을 맡은 이유도, 미술관이 제주 내에서 유일한 미술 전문 인력 기관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주비엔날레를 운영할 수 있을 만한 인력과 조직이 성장할 때까지, 당분간만 미술관이 이 일을 맡아달라는 부탁과도 같은 것을 미술관이 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부탁에 미술관 또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로 받아들였다. 언젠가는 제주비엔날레도 조직위원회가 생기고 예산도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나연 제주비엔날레위원장/제주도립미술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제주도립미술관장으로서 제주비엔날레의 안정적인 운영까지 책임지게 됐다. 이번 비엔날레 개최로 전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비엔날레의 주제적인 측면은 박 감독이 잘 구현해줄 것이고, 행정적이고 운영적인 면에서 바람이 있다면 ‘조화’를 얘기하고 싶다. 올해 제주비엔날레는 자연과 인간의 공생, 공명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제주가 자연으로 상징된다면, 이는 제주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가와 사람들의 조화와 공존을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예술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자연의 소재를 사용하든,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영감을 얻어도 결국 사람이 기술로 구현하는 일이다. 그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제주도민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미술관이 매개자 역할을 잘해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조화와 공존을 만들어내고, 앞으로 이러한 방향이 제주비엔날레의 기반이 되길 바란다.

또 한 가지는 제주미술이 국제적인 동향과 발맞춰 나갈 수 있게끔 비엔날레가 교두보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관장으로 추진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온라인 제주도립미술관 플랫폼 구축이었다. 가상의 공간에 ‘제주도립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가상 세계 속 ‘제주도립미술관’의 전시는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미술관의 야외 풍광도 실제로 미술관에 방문한 것처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VR뮤지엄이다.

이 VR뮤지엄을 구축한 이유는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제주에 있다고 해서, 제주 도민만을 상대할 것이 아니라 ‘시각예술’이라는 언어를 가지고 세계에 통용돼야 한다고 봤다. 앞으로 세계는 ‘문화’라는 언어 수단을 가지고 점점 더 평평한 지구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 변화 속에서 제주는 좀 닫혀있었던 것 같다.

제주 내부 문제에 분주했었고, 제주 작가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나가는 시간이었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역사도 12년 밖에 안됐다. 이전의 시간은 미술관의 체계를 잡고, 소통의 방식을 찾는 것만으로도 바빴을 것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과거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됐다. 이제는 그 체계와 방법을 가지고 문을 열 때라고 생각한다.

제주비엔날레와 온라인 제주도립미술관 플랫폼은 어떠한 연결지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서 제주 작가들의 역량을 확인하고, 발전 방향성과 경쟁력을 알아갈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이미 많은 제주 작가들이 그렇게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미술관과 제주비엔날레가 그 걸음걸음에 힘을 싣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