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류의 예술로(路) Interview] 김주영 성북문화재단 도서관기획팀장 "성북문화재단 구립도서관, 지역연결망 허브로 자리하다"
[장석류의 예술로(路) Interview] 김주영 성북문화재단 도서관기획팀장 "성북문화재단 구립도서관, 지역연결망 허브로 자리하다"
  • 장석류/예술경영비평·연구자(행정학Ph.D)
  • 승인 2022.07.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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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문화재단 구립도서관의
사서들은 어떻게 도서관 문턱을 넘어 지역주민을 만날 수 있었을까?
도서관을 허브로 지역연결망을 만들어낸 힘은 어떻게 나왔을까?
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연결망은 개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나?

서울의 집값이 많이 올랐다. 증여자산 없는 일반 직장인이 평생 구매하기 어려울 만큼 가격이 올랐다. 사유공간의 격차는 삶의 질의 격차를 만들고 있다.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정책만큼, 공간의 양극화로 인한 삶의 질의 차이를 완화할 수 있는 잘 조직된 ‘공공의 공간’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공간은 개인의 삶을 담기도 하지만 서로 간의 관계를 담기도 한다. 각자의 사유공간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담기 어려운 시대라면, 공공의 공간에서 그것이 가능할 수 있어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연대를 통한 우리 삶의 행복을 키울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주영 성북문화재단 도서관기획팀장 (사진=장석류 제공)

이러한 관점에서 성북문화재단 지역 구립도서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에 주목하게 되었다. 고립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동시대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대해 도서관의 몫을 고민하면서, 이를 실행하고 있었다. <마을in수다>, <도서관 네트워크:온>, <성북구 한 책 읽기>이라는 사업명 뒤에 도서관을 허브로 하는 지역연결망이 펼쳐져 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주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었는지 궁금했다. 해당 과정의 주요한 좌표에 있는 김주영 성북문화재단 도서관기획팀장을 만나보았다.

스스로 생각하는 직업정체성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대학 졸업 후 출판사에서 약 6개월간 번역 일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공이었던 문헌정보학을 살려 지금까지 도서관 운영, 도서관 정책 수립 및 세부 사업 등을 해왔습니다. 제가 해온 일의 핵심은 사람과 정보, 더 나아가 지역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을 적극적으로 ‘잇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일들을 반추해 보면 저의 직업 정체성은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서로를 ‘잇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영 팀장은 본인의 직업정체성을 ‘잇는’ 것으로 설명했다. 어떻게 잇는다는 것인지 좀 더 이해해보고 싶었다. 성북 도서관에서 진행했던, 2017년 <공공도서관 동행원탁> 지역조사 인터뷰를 보면, 성북구 9개 공공도서관에서 180일 동안 마을의 공공기관, 단체,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 214개 단체, 526명을 만났던 기록이었다. 또한, 2019년 <내 삶의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도서관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이주 여성, 마을 활동가, 사서, 청소년, 작가분들을 3개월간 86명을 만나 인터뷰했던 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을 살피면서, 이 인터뷰 프로젝트가 성북 도서관 연결망이 생성된 주요한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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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책 운영위원회' 모임 현장 (사진=장석류 제공)

왜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게 필요했나요. 도서관 사서직에서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 대출률이 높아지고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 성장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용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내부적으로 사서들의 아쉬움은 우리는 정보를 생성하거나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배웠는데, 도서관에 오시는 분들은 단순한 질의를 한다거나 공간이용에 대한 민원 정도만 주시는 거예요.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을까. 외국 도서관들의 사례를 보면 지역주민하고 많은 것을 해내고 있는데 우리 상황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적 기반의 도서관 통계를 통해 본 것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배움이 짧을 수밖에 없었던 분들은 도서관에 기대하는 것도 없고, 가깝지 않으면 못 오신다는 걸 확인했어요. 도서관을 많이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격차는 나아지지 않았어요. 도서관이 지어졌다고 이분들을 모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끼리는 답이 안 나올 것 같다. 그러면 동네에 이런 정보들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자고 시작했어요. 개개인의 수요 조사라기보다 마을을 알고 있는 단체들과 사람들을 만나러 도서관 관장들과 직원들이 나가기 시작한 거죠. 저희가 모르는 것도 많았고, 자신감도 얻게 된 거예요.

어떤 과정으로 만나셨을지 궁금하다. 526명, 80명 만난다고 했을 때, 도서관의 문턱을 넘어야 지역주민을 만나잖아요. 리서치를 통해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도 찾아야 하고, 조직 문화적으로 문턱을 넘는 게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진짜 어려웠죠. 농담처럼 말씀드렸지만, 도서관 쪽 사람들은 거의 MBTI의 I에요. 도서관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가라 했었을 때 어려움을 느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게 현실이었거든요. 그런데 성북구가 민선 5~6기 동안 했던 시도들에서 우리도 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분위기를 통해 얻은 부분이 있었고, 명분도 저희가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뭐 활동가냐" 이런 비판도 있었어요. 도서관 사서는 전문지식을 전하는 사람인데, 우리가 마을을 속속히 알아야 할 이유가 뭐냐부터 시작해서 갈등도 많았습니다. 저부터도 음료수를 들고, 가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무슨 얘기를 하지 그래서 전화를 드리면, "근데 왜 오세요." 이런 질문을 하시니까. 그래서 “동네 얘기를 좀 나누면 여기 주민들한테 좋을 것 같아서, 한번 뵙고 싶어요.”라고 하면, 그래도 이 사람이 뭘 요구하러 오는 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전 조사를 하고, 질문을 만들어서 만나게 됐었죠.

▲도서관 앞 행사 (사진=장석류 제공)

인터뷰를 하다 보면 초반에는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중간에 데이터가 쌓이면서 질문의 흐름이 변하는 시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더 보이는 게 있잖아요.

맞아요. 첫 번째 분을 만났을 때는 그분한테 더 많은 정보를 듣잖아요. 그런데 두 번째 만나는 분에게는 제가 들은 정보가 이쪽 분한테 전달이 되니까 대화가 더 풍성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 했던 분하고 지역에 대한 연결 고리가 가장 없었고요. 두 번째 만난 분한테는 이것을 받아 상호 간에 주고받는 게 더 있었어요. 마지막에는 저희가 더 많이 알게 된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죠. 그런 다음 함께 모이는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저희는 이전에 만나 정보를 받은 거잖아요. 도서관이 거점이 될 수 있는 흐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성북에 있는 도서관들은 인터뷰의 과정에서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어갔다. 지역주민들에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환승역 위치가 되어 가면서, 신뢰감을 얻게 된다. 도서관은 서로와 서로를 연결해주는 매개자가 되어갔고, 지역의 연결망은 세포가 분열하는 것처럼 주민들의 힘으로 커갔다. 인터뷰를 통한 지역주민과 만남은 도서관을 홍보하는 일이었고, 도서관을 매개로 지역주민 연결망이 커가는 과정이었다.

▲성북구립도서관 - 일상속 세대의 만남
▲성북구립도서관 - 일상속 세대의 만남

도서관에 계시는 관장님, 사서분들과 지역주민과의 친밀감이 확실히 달라졌을 것 같아요?

동네는 사람이 사람을 몰고 와요. 도서관에 대해 알게 되고, 관장을 알게 되고, 거기에 팀장을 알면서 도서관이 친근해지는 거예요. “관장님, 한번 오라고 하셔서 우리 왔어요.” 이러시며 오시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아는 게 없다고 했었을 때 도서관에 왔더니 가르쳐주잖아요. "우리 애가 요즘에 방과 후에 어디 갈 데가 없는데, 학교 말고 또 없나요"라고 물어보면, 거기 지역조사를 했던 관장이나 직원이 “저기 옆에 어디에 있으니 가보세요. 제가 전화 드릴게요.” 이렇게까지 해두니까 신뢰가 쌓이는 거죠. 이전에 도서관을 오시는 분들은 공간과 책만을 요구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도서관에 오지 않으셨던 분들이 기대하시는 게 “정보를 줘. 마을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해줘. 내 삶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이런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인터뷰를 정량적으로 몇 건을 했다가 아니라, 주민들을 만나서 기록하고 핵심 키워드를 뽑아내고 직원들과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거죠.

성북 구립도서관의 대표적인 지역주민 네트워크로는 <성북구 한 책 읽기>라는 사업이 있다. 1998년 미국 시애틀에 한 책 사업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충남 서산시에서 가장 먼저 도입을 추진했고, 서울에서는 2011년 성북이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이었다. 성북에서 한 책이 선정되는 프로세스는 주민 추천을 통해 300여 권의 후보 도서를 선정한다. 그러면 사서들이 서지 정보나 책을 조사하고, 참여하는 주민들이 함께 만든 기준에 따라 10권을 선정한다. 이렇게 10권이 되면, <한책추진단> 운영위원들이 나눠 읽고 토론한다. 문학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주민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냐, 내 이웃하고 이야기하고 싶냐 이런 질문이 오간다. 이런 과정에서 4권으로 추려지고, 최종 투표를 통해 한 권이 선정된다. 2021년 <한책추진단>에 들어온 사람은 1,301명이었고, 운영위원은 34명이었다.

▲성북구립도서관 - 일상의 공론장

참여해 주시는 분들의 성별과 연령대가 궁금합니다. 특별히 쏠림은 없는지요?

참여해 주신 분들이 다양하세요. 처음에는 40, 50대 여성이 다였으면 다음 단계는 어르신들이 들어오셨어요. 더 긍정적인 요인으로 30, 40대 남성들이 많이 들어오셨고, 그다음에 직장인 여성들도 들어오면서 굉장히 다양한 세대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여성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남성이 20% 정도는 되세요. 그다음 <한책추진단> 운영위에서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저희가 당연직처럼 마련한 게 대안학교들을 지역하고 연결하고 있어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서 <한책추진단> 운영위는 10대부터 90대까지가 같이 있는 거예요.

여러 세대를 함께 만나기 힘든 시대이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낼 때, 세대의 유유상종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토론할 때, 세대가 다양해서 갈등은 없었나요.

주제가 페미니즘이나 젠더 문제가 나타날 때, 처음에는 엄청났었거든요. 근데 최근에는 이런 차이들이 서로 인정됐었고, 어떤 어르신은 딸에 대한 이해를 전혀 하지 못했대요. 20대 여성에 대해. 그런데 3년 동안 <한책추진단> 운영위를 하면서 지금은 어떤 이유인지 아시게 돼서 가정이 행복해졌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런 것들이 이 안에 쌓여 있고 입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분이 참여하시게 된 것 같아요.

이런 네트워크가 쌓이려며 자발성을 가진 서로 간의 마찰을 만들어내는 만남의 빈도가 확보되어야 한다. <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는 월 1회 만나고, 분과별로는 수시로 만나 평균 1주일에 한 번은 만나고 있었다. 비슷한 지역에 거주한다는 유유상종이 있지만, 세대가 다양해 함께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도서관이 지역연결망의 허브로서 매개자 역할을 잘했다고 보이는데, 어떤 요인이 매개 역할에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했다.

▲도서관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주영 팀장
▲도서관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주영 팀장 (사진=장석류 제공)

도서관이 가진 어떤 태도가 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연결망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고 사서들의 기본 성향 중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있어요. 그러니까 일을 진행할 때, 다양한 걸 받아들일 자세로 세팅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민들한테도 말씀드리는 게 이 자리는 누가 옳고 그르고 흑백을 가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듣고 그다음에 내 생각도 말할 수 있는 장이라는 얘기를 사전에 많이 하죠. “얻으러 오는 게 아니라 주려고 오셔야 한다.”라는 말씀을 꼭 드리거든요.

이쪽과 저쪽을 매개하는 공간이 되려면, 다정함을 가진 포용력으로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도서관의 사서분들이 가진 다양성을 포용하는 매개적 태도에서 네트워크의 요인을 설명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주민들 간의 관계에서 환승역에 있는 분들의 핵심적인 성향은 ‘동네를 사랑하는 분’이라는 공통적 특징을 보였다. 지역을 아끼고, 이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분들이 <한책추진단> 사업의 허브 위치에 있었다. 느슨한 사회연결망에서 경제적인 기회나, 사회자본의 상승, 혹은 사회적 유대감을 통해 자존감이 회복되었다는 연구들이 많다.

▲감사콘서트 현장
▲감사콘서트 현장 (사진=장석류 제공)

<한책추진단>을 통해 참여했던 분들이 느끼는 경제적, 사회적 관점에서 ‘삶의 질에 변화’가 있었던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경제적으로 얘기해 보면 <한책추진단> 운영위를 열심히 하셨던 분의 경우 ‘독서 관련된 사회적 기업’을 만드셔서 마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연극을 기반으로 하시는 배우들이 성북에 많이 사시는데요. 연극 기반으로 지역아동센터로 연결하여 직업적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어요. 습작을 해보겠다는 작가분들도 저희가 한예종 교수님들과 연결해 드린 일도 있어요. 사회적 가치로 봤었을 때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것은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하세요. 내가 무용(無用)하지 않다는 것, 나의 이야기가 무용하지 않다는 것, 무용함이 그분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가족이 들어줄 수 없는 제삼자가 들어주는 게 있잖아요. 엄마들이 집에서는 "야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렇게 얘기하다가 여기서는 객관적으로 되는 거죠. 그리고 여기 청소년들이 대학을 가잖아요. 축하 메시지와 응원들이 정말 대단해요. 한 책의 청소년분과였던 친구가 이번에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고, 주민분과로 왔어요. 자기는 이제 한 책 사업에 대학생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왔어요. 이런 순환이 만들어지는 거죠. 이런 게 저희는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성북의 도서관에서는 책을 기반으로 고립의 시대를 지나는 우리에게 나의 존재가 무용하지 않을 수 있는 지역주민 간의 연대와 연결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사업은 일로만 바라보면 사서들에게 힘든 업무 강도를 요구할 수 있다. 사서들의 근무 여건에 대해 정책적으로 더 세밀하게 살피는 게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주민과 함께 하는 도서관에서 보람과 감동이 있음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성북 도서관의 사서들은 지역의 광장에서 지역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