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국악인 직업만족도와 국악 일자리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국악인 직업만족도와 국악 일자리
  •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 승인 2022.07.13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습지의 재정비로 더 이상 찾지 않았던 철새들이 다시 되돌아오는 것처럼 국악계에서도 생태환경을 바꿔 국악인을 꿈꾸는 어린아이들이 많아지길”

우리나라 직업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은 무엇일까? 2012년 언론에서 직업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꼽았다. 이어서 성우, 상담전문가, 신부, 작곡가, 학예사, 대학교수, 국악인, 아나운서 순으로 국악인이 전체 8위에 해당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759개 직업 현직 종사자 2만6,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국악인이면서 작곡을 하거나 국악을 전공해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문화재청 국립무형문화유산원 등 학예직 공무원은 더욱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실제 필자는 고등학교부터 국악을 전공해 대학 졸업 후 학예직공무원에 임용되어 국립민속국악원(남원), 국립국악원(서울), 국립부산국악원(부산)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였다. 한양대, 이화여대 등 대학에서도 전공분야를 20년 가까이 강의하고 있다. 국악인으로 학예직과 교수를 직업으로 하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직업만족도는 최상이다. 

학예직 공무원으로서 좋은 것은 국가예산을 통해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이었다. 국악박물관을 담당하고 있을 때 어린아이들을 위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만파식적 이야기를 국내 최초 3D입체국악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다. 2007년 문화체육부에서 근무할 때 덕수궁, 창덕궁 등 고궁에서 고궁음악회를 기획하여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당시 문화재청에서 고궁훼손에 대한 우려로 난색을 표하였지만 이제는 ‘창덕궁 달빛기행’ 등 문화재청 간판 사업으로 자리매김되었다. 2011년에는 프랑스외규장의궤 반환으로 국내 큰 이슈가 되었을 때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출품되었던 국악기 13점을 서울로 가져와 2002년 국악박물관에서 전시를 가졌다. 다음해에는 1983년 시카고만국박람회에 악공들이 가져다 두고 온 국악기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를 하기도 하였다.

2019년 4월. 21년간의 학예직 공무원을 그만두기까지 원없이 보람있게 많은 일들을 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국립국악원이나 국공립국악단체를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일로 생각되었으며 한번도 직업과 관련해서 후회한 적도 없고 오히려 자긍심이 아직도 샘솟고 있다.

그렇지만 국악계 현실을 살펴보면 아직도 변화 혁신해야 할 것도 많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초등학교 때 아이가 국악이 좋다고 하여 좋은 선생님을 찾아, 전문중고등학교를 찾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하여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시켰지만 일자리가 없어 후회가 든다고 하는 부모님의 말을 들었을 때 국악인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전국 대학 가운데 국악과 관련학과가 20여개 남짓 되면 한해 졸업생 수는 약 800여명으로 파악된다. 전통무용 포함 국악 관련 국공립공연예술기관은 전국적으로 약 42개 기관 및 단체가 설립 운영되고 있으며 단원수는 사무원 포함 약 3,300여명에 달한다. 졸업생 수에 비하여 단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공립예술기관의 단원으로 입단하면 공무원의 예우를 받으며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대학으로 이직을 하거나 특별한 개인사정이 아니면 정년까지 근무를 하게 됨으로써 국악청년들에게는 기회조차 없이 20대를 보내며 점차 국악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사라지고 다른 직업으로의 모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정보원에서 2021년 한국직업전만연구를 하였는데 향후 10년간 국악인 및 전통예능인의 일자리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현 국악 일자리가 유지할 것으로 보는 요인으로는 현대인의 취향에 작품을 국악화, 국악을 타장르와 현대식으로 결합, 전통예술의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정부와 지자체의 전통예술창작활동 지원 증가, 예술인고용보험 등 예술인의 고용안정 제고 등이다.

이와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대다수의 국악인은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 개별적 만족도를 조사하면 과히 높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국립국악원을 비롯한 정부기관에서는 전반적으로 국악인들의 만족도를 실시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조사를 통하여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공립단체들과의 상생방안, 제도적 정책적 지원사항등이 시급하게 정리되어 국가정책 수립과 실행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점점 갈수록 국악중학교에 지원자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제는 학부모들도 국악계의 현황과 전망을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습지의 재정비로 더 이상 찾지 않았던 철새들이 다시 되돌아오는 것처럼 국악계에서도 생태환경을 바꿔 국악인을 꿈꾸는 어린아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