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깨어있는 예술, care 있는 예술
[문화예술IN 트렌드 탐구생활]깨어있는 예술, care 있는 예술
  • 예술도서관/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재학생 김지윤
  • 승인 2022.07.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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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예술

만약에 예술이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면 어떨까? 창작자로서 예술의 주제나 콘텐츠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용자로서의 예술은 감각적인 즐거움에 그칠 것이다. 최근 들어 시사성 있는 예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부쩍 늘어남을 느껴 ‘깨어있는 예술’을 트렌드로 제시해보았다. 

깨어있는 예술은 주로 사회에서 외면받거나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로 치부된 ‘무거운’ 주제(젠더, 장애, 아동 청소년, 노인, 환경, 빈곤, 근현대사 등)를 다룬다. 깨어있는 예술의 창작자는 해당 사회 문제를 직접 경험하거나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쳐 거대한 사회 문제를 개인화, 파편화한다. 이후 예술적 도구를 통해 이를 직간접적으로 재현하여 고발 혹은 연대, 나아가 치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사회 문제를 주제로 다루지 않아도 이를 의식하는 예술 전달 방식을 취했다면 넓은 의미에서 깨어있는 예술로 간주한다.

잠자던 예술

예술은 언제나 사회와 맞닿아 있었지만, 과거에서 지금만큼의 노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국립극단의 2012년 공연 리스트를 보면 <돈키호테>, <3월의 눈>, <한꺼번에 두 주인을> 등 시의성을 띠기보다는 서사가 중심이 되는 해외 극이 대부분이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대체로 잔잔한 느낌을 띠며 유난히 ‘삶’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사용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은연중에 예술가들의 사회적 담론을 저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깨어나는 예술

이제는 수용자들도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기보다는 가치 있고 사유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하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더해져 깨어있는 예술이 점점 더 저변을 넓히고 있다. 연극과 문학에서의 반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듯하다. 국립극단의 올해 작품을 보면 <이것은 어쩌면 실패담, 원래 제목은 인투디언노운(미지의 세계로, 엘사 아님)>, <금조 이야기>,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등 장애, 한국전쟁, 환경 등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 2022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는 각각 여성, 불평등, 젠더, 동물권 등을 다룬 작품이 실렸다.

깨우는 예술, care 있는 예술

깨어있는 예술은 예술로 사회적 가치를 전파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움직임이며 앞으로 더 큰 흐름이 될 것이다. 사각지대에 있던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꺼내오면 소수성은 옅어지고 ‘그들의 문제’로 치부되던 것이 ‘우리의 문제’로 인식되도록 한다. 깨어있는 예술이 ‘깨우는 예술’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문화예술 기획자들은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한 매체나 방식,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기민함을 갖추어야 한다. 창작자들에게는 현시대의 소수성과 결핍을 읽고 이를 예술적인 언어로 공론화하는 역량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수용자들은 실천 없이 깨어있는 예술로 가장한 Woke Washing을 경계해야 한다. 알람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깨어나는 꿈’만 꾸게 하는 작품은 깨어있는 예술로 인정할 수 없다. 수용자는 스스로 척도를 마련해 작품이 시류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생산과 수용 모두에서, 깨어있는 예술은 어디까지나 care 있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