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프랑스 조형 예술가 ‘다니엘 뷔렌’ 개인전 개최
대구미술관, 프랑스 조형 예술가 ‘다니엘 뷔렌’ 개인전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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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 7.12~23.1.29
공간을 닫거나, 열고, 확장시키는 ‘인-시튜(In-Situ)’ 작업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작품과 공간 사이 경계의 조화를 추구하는 ‘인-시튜(In-Situ)’ 작업을 꾸준히 확장해오고 있는 세계적인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다니엘 뷔렌이 한국을 찾았다.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프랑스 출신의 조형 예술가 다니엘 뷔렌 (Daniel Buren, 1938-)의 개인전을 지난 12일 시작해 2023년 1월 29일(일)까지 개최한다.

▲대구미술관 다니엘뷔렌 전시전경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다니엘뷔렌 전시전경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이번 대구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다니엘 뷔렌展에서는 그의 회화, 영상, 설치 등 작품과 공간의 특정 관계에 주목한 최근작 29점을 어미홀 및 1전시장에 걸쳐 소개한다.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최초로 뷔렌의 대표작인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설치 작과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 영상 작품이 공개된다.

다니엘 뷔렌은 1960년대 초부터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자유롭게 다루며 급진적인 작업을 선보인 작가다. 1986년 파리 팔레-루아얄(Palais-Royal)의 안뜰에 소개한 대규모 설치 작품 <두 개의 고원(Les Deux Plateaux)>은 그의 예술적 깊이를 보여주는 진수로 평가받고 있다. 뷔렌은 같은 해 개최한 제42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뉴질랜드, 슈투트가르트, 일본 등에서도 권위 있는 미술상을 수상했다.

뷔렌은 정형화된 미술 제도를 비판했으나, 세계 미술계는 상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그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The reconstituted cube, black and red, haut-relief N°10, 2015, 200x241cm
▲The reconstituted cube, black and red, haut-relief N°10, 2015, 200x241cm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뷔렌 작품관의 중요한 키워드인 ‘인-시튜(In-Situ)’는 제자리에 혹은 본래의 장소라는 뜻으로, 20세기 초 고고학자들이 주위 환경의 맥락과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사물을 가리키는 뜻으로 처음 사용했다.

작가는 ‘인-시튜(In-Situ)’ 본래 의미에서 본인만의 해석을 더해 작품으로 표현한다. 뷔렌이 추구하고 있는 ‘인-시튜’는 관점, 공간, 색상, 빛, 움직임, 환경, 분절 혹은 투영 현상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작품과 공간의 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2014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처음 공개한 <어린아이의 놀이처럼>(2014)은 작가가 설치를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그의 최근 ‘인-시튜(In-Situ)’ 작업 중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록 쌓기 놀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사면체, 정육면체, 원통형, 아치 형태의 104점이 최대 6m 높이까지 쌓아 올려진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40m 길이의 긴 어미홀에 배치됐다.

▲대구미술관 다니엘뷔렌 전시전경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작가는 2014년 다니엘 뷔렌, 패트릭 부샹, 에스텔 피에트슈크, 조엘 피죠디에-가보와의 대화를 통해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에 담긴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뷔렌은 “나에게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이라는 표현은 흥미롭다. 그 이유는 노고와 고통 또는 직업과 연관된 비극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파토스(pathos)가 드러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마티스의 색종이 작품이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보일 수 있다. 분명 어린아이가 아닌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임에도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작품에서는 어떠한 수고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은 차라리 기쁨에 가깝다.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사실은 아이들의 그림이 순수하고 천진하지만 한편으론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점이다. 마티스가 동심의 눈을 되찾는다는 것은 동시에 가장 고도의 복합성을 되찾는다는 의미와 같다. (중략) 이는 대다수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선천적인 복합성이다. 재능도, 천진무구함도, 순수함도 아닌 ‘형’과 ‘색’에 대한 감각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고도의 놀이처럼’이라는 말과 같다”라고 말한다.

▲대구미술관 다니엘뷔렌 전시전경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아시아권 최초로 상영되는 뷔렌의 장편 필름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2017)은 1968년 스위스 베른에서 예술적 시도를 과감하게 실행했던 뷔렌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하는 영상물이다. 작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형 장편 필름으로 6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걸어왔던 시간과 여러 에피소드들을 집약적으로 담은 자서전과 같다.

영상은 1968년 하랄드 제만(Harald Szeemann, 1933-2005)의 전시가 있었던 스위스 베른을 배경에서 시작해, 뷔렌의 회고전을 이끌었던 파리 퐁피두센터 베르나르 블리스텐(Bernard Blistène, 1955-) 관장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비교적 시간의 흐름에 맞춰 영상을 편집한 필름은, 뷔렌의 주요 행적과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들을 포함해 그가 얼마나 도전적이고 전위적인 작가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The grid with 49 squares, situated work, Seoul No. 9, 2015, 217.5x217.5cm
▲The grid with 49 squares, situated work, Seoul No. 9, 2015, 217.5x217.5cm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이어지는 1전시장에서는 뷔렌이 2015년 이후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 대부분은 거울 혹은 플렉시글라스(Plexiglass) 등, 사물을 비추거나 확대, 파편화하는 재료들로 구성돼 있다. 뷔렌에게 거울은 관람자와 공간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되,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제3의 눈’으로 기능한다. 거울을 사용하는 것은 관람자와 같은 외부적인 요소를 포함해 비로소 작품을 완성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다니엘 뷔렌은 내용과 형식의 한계에 대한 거부와 틀 짓기 그리고 그에 따른 제한을 인지하는 경계의 넘나듦을 통해 작품과 공간의 관계에 따라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인-시튜(In-Situ)’ 작업을 통해 공간을 닫거나, 열고, 둘러싸거나 해체하면서 자신의 개념과 행위를 무한히 확장하고, 이러한 행위들은 장소 속의 장소, 공간 속의 공간을 구축하여 안과 밖의 경계를 자유롭게 왕래하도록 한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관람자가 각자의 시점에 따라 자신의 인-시튜 작업을 회화 설치 조각, 건축 등의 작품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작품과 공간 사이의 상대적 관계의 폭을 확장한다.

▲Séoul 313, situated work, haut-relief N°1, 2019, 231x99x39.15cm
▲Séoul 313, situated work, haut-relief N°1, 2019, 231x99x39.15cm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전시를 기획한 마동은 팀장은 “다니엘 뷔렌은 모더니즘적 미술 제도를 비판하거나 미술사조의 틀을 거부하며 인-시튜(In-Situ) 개념을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라며,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미술의 천진한 본성에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료는 대구미술관 통합 입장권 1,000원이며, 자세한 정보는 추후 대구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