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톰 삭스 대규모 개인전 개최, “예술가는 패러독스를 얘기하는 사람”
[전시 리뷰] 톰 삭스 대규모 개인전 개최, “예술가는 패러독스를 얘기하는 사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7.1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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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프로그램, 붐박스 회고전, 로켓팩토리 등 중요 작품 선봬
아트선재센터(~8.7), 하이브 인사이트(~9.11), 타데우스팍(~8.20)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톰 삭스의 세계관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한국에서 대규모로 개최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하이브 인사이트,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각각 개별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 것이다. 톰 삭스는 국내에서 나이키와 협업해 신발을 한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고, 전시 개막 이후엔 GD, 제이홉, 슈가, 효민 등 셀럽들이 전시장을 찾아 대중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하이브 인사이트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에서 전시를 설명하는 톰 삭스 (사진=하이브 인사이트 제공)

톰 삭스(Tom Sachs/b.1966)는 뉴욕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뉴욕을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미국의 DIY 문화와 브리콜라주(bricolage)의 방법론을 독창적으로 재맥락화한 조각가이자 공상가로 설명된다. 그는 장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혼합 매체 조각을 통해 일상적 소재를 이용한 현대적 아이콘의 재창작을 시도한다.

오브제의 구성 과정 전반에 걸친 인간 손길의 흔적을 작품에 남겨, 산업 생산과 예술 제작 내부의 근대적 노동과 자본 구조를 조명한다. 깔끔하고 단순하며, 마감이 완벽한 생산물을 지향하는 근대화의 경향들을 반전시키고,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시대에 죄책감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오늘날의 과소비 방식과 우리가 사들이는 물건의 짧기만 한 수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Indoctrination Center, Screw Sorting 2021 (사진=아트선재센터 제공)
▲Indoctrination Center, Screw Sorting 2021 (사진=아트선재센터 제공)

톰 삭스의 작품과 세계는 명쾌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되기 어렵다. 김장언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톰삭스는 조각가이기도 하지만,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건축가이기도 하다. 한 편 그는 모험가이기도 하다”라며 “그는 근대성의 유산에 대해서 비판적이지만 그것을 통해 유머를 만들어내고, 자본주의에 대해서 찬미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새로운 희극으로 각색한다. 산업화가 양산한 기계주의를 경외하면서도 한편 그것을 조롱하고, 그는 매우 냉소적인 듯하지만, 한편 매우 긍정적이고 심지어 영적이기까지 하다”라며 쉽게 정의되지 않는 톰 삭스의 세계를 말한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3개의 전시는 그의 세계관으로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들을 제안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은 오는 8월 7일까지,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전시되는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은 9월 11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선보이는 《톰 삭스: 로켓 팩토리 페인팅》은 8월 20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붐박스 Phonkey
▲하이브 인사이트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 전시작 Phonkey (사진=하이브 인사이트 제공)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展, 톰 삭스 스튜디오 가치관 선봬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하는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전시는 단순히 관람을 제안하는 전시가 아니라, 톰 삭스가 제안하는 세계관 속에 함께 들어가서 경험해보는 순간을 선보인다. 부제로 사용된 인독트리네이션(Indoctrinaton)’의 사전적 의미는 가르침, 주입, 교화, 세뇌 등을 뜻하며, 지나친 혹은 잘못된 신념을 믿고 그것을 강요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번 전시는 톰 삭스 스튜디오의 가치관을 제시하는 ‘인독트리네이션 센터’ 그 자체가 된다. 전시에선 톰 삭스의 회화, 설치, 영상 등 총 50여점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제 1전시실에서는 아폴로 프로그램의 새턴 5호 달 탐사선(Saturn V Moon Rocket)의 브리콜라주 버전과 각 탐사에서 사용됐으나 이제는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톰 삭스의 역사적 여정에 대한 토템적 헌사로 전시된 ‘특수효과(Special Effects)’ 작품들을 비롯한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지난 6월 전시 개막 당시 전시장을 직접 찾아 작품들을 설명한 톰 삭스는 로켓이 발사되는 작품들을 실제로 작동시키며, 새로운 세계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 톰 삭스와 그의 스튜디오의 지향성을 보여줬다. 톰 삭스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열망에 대해 “우리가 다른 세계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가 지구를 망쳐버렸기 때문이 아니다. 지구에서의 자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진귀한 지구들(Tom Sachs Space Program: Rare Earths)》전시 가이드에 인쇄된 인용문 중)라고 말한다.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전시 전경, 2022, 아트선재센터 (사진 제공=톰 삭스 스튜디오)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전시 전경, 2022, 아트선재센터 (사진 제공=톰 삭스 스튜디오)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미국 항공 우주국(NASA) 달 탐사 계획의 홈메이드 버전이자 재구성 버전으로 조각(Sculpture)을 통해 실현된다. 지금까지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새로운 자원을 찾아 새로운 환경을 탐사하고 식민화하는 과정을 엿보고 경험하는 수준의 프로그램 목적을 추구해왔다. 그런데 이번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이는 ‘스페이스 프로그램’은 우주 탐사를 위해 필요한 것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합판과 테이프, 용접 등으로 만들어진 교육센터로 변화했다.

1 전시실에서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인지한 후, 2전시실의 ‘인독트리네이션 센터’로 올라가면, 관람객들을 이제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새로운 일원이 될 시험을 치루게 된다. 2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은 시험을 치루고 ‘나사 정리하기’ 과제를 수행하며 톰 삭스 스튜디오의 교리와 의례를 배우게 된다. 톰 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새로운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시험에 통과하면 관람객들은 모두 코드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 코드는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표식이다. 그의 스튜디오에서 모든 집기와 사물에는 코드가 부여된다. 톰 삭스 본인에게도 코드가 부여돼 있는데, 그는 자신의 입 안 쪽에 코드를 타투로 적어뒀다.

코드를 부여받으면, 커튼 뒤에 마련된 <TV 요다(TV Yoda)>가 전시된 공간으로 들어설 수 있다. 톰 삭스의 신작 <TV 요다(TV Yoda)>는 백남준의 <TV 부처(TV Buddha)>를 오마주 한 작품이다. 톰 삭스는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를 상징하는 존재는 ‘요다’라고 생각한다. ‘TV 요다(TV Yoda)’ 속의 요다는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당장이라도 쇼핑을 하러 나가기 위해서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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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톰 삭스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전시작, TV요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붐박스, 로켓팩토리… 톰 삭스 “합판과 테이프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가 톰 삭스 스튜디오에 대한 전반의 이해를 제공한다면 하이브 인사이트의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과 타데우스 로팍의 《톰 삭스: 로켓 팩토리 페인팅》은 그가 창조하고 있는 합판과 테이프로 만들어진 세계의 면면을 볼 수 있는 전시가 된다.

《톰 삭스: 붐박스 회고전》에서는 작가가 20여 년간 발전시켜온 ‘붐박스(Boombox)’ 시리즈 초기작부터 가장 최근 작품까지 아우르는 1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붐박스 시리즈는 톰 삭스만의 재치와 독창성을 바탕으로 음악을 재생하고 공간을 활성화해 사운드 환경으로 바꾼 작품들로, 평범한 일상의 재료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톰 삭스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톰 삭스: 로켓 팩토리 페인팅》은 톰 삭스의 NFT 프로젝트 로켓 팩토리(Rocket Factory)를 중점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톰 삭스가 지난 2021년 여름 출범한 ‘로켓 팩토리’는 블록체인을 통해 세 개의 로켓 부품을 조합해 NFT 로켓을 만들 수 있는 장이다. 실재 공간과 디지털공간을 연결하는 초차원적 컬렉션을 선보인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톰 삭스: 로켓 팩토리 페인팅》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톰 삭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톰 삭스 ‘로켓 팩토리’에선 로켓을 만들 수 있는 부품을 판매하고, NFT 로켓은 뉴욕 맨해튼 남쪽에 소재한 삭스의 스튜디오에서 실제 모형 로켓으로 만들어진다. 모든 로켓은 디지털 NFT와 완벽히 일치하게 제작되고, 발사된 이후 회수된 로켓은 NFT 작품 소유자에게 발송된다.

세 곳에서 진행되는 톰 삭스의 개인전은 톰 삭스가 추구하고 있는 어떤 세계에 대해서 전달하고 있다. 지난 6월 전시 개막 전 만난 톰 삭스의 전시 설명은 그가 구축해오고 있는 긍정의 세계와 확장의 세계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전시를 돌아보면 선명한 메시지는 남지 않고, 무엇으로 확실하게 정의되지 않는 형체가 불분명한 메시지를 읽어볼 수 있게 된다. 톰 삭스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완벽하게 코드로 정리된 ‘인독트리네이션 센터’를 운영하고, 자본주의를 긍정하진 않지만 자본주의로 돌아가고 있는 세계를 인정하고, 희극화 한다.

Tom Sachs, Admiral Achbar 아크바 제독, 2022, Synthetic polymer and Krink on canvas, 182.88 x 152.4 cm ©Artist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Photography by Genevieve Hanson

전시는 분명하게 결정되지 않는 모순과 양면성, 역설 위를 오가며 그가 지향하고 있는 정의되지 않는 세계를 보여준다. 우린 그 과정을 톰삭스가 추구하고 있는 세계의 ‘패러독스’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패러독스’의 세계는 정의되지 않는 동시에, 생각지 못한 확장성을 얘기하기도 한다.

톰 삭스의 작품과 전시는 그가 전하고 있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탐구해보고자 접근하지 않아도, 충분한 새로움과 독특함을 제공한다. 그의 작품 면면에는 그가 믿고 추구해 온 세계의 규칙이 적용돼 있어, 그 작은 순간순간을 잡아내 즐기는 것만으로 새로운 세계로의 확장을 느껴볼 수 있다.

한국에서 열리게 된 톰 삭스의 대규모 개인전은 그의 작품관을 경험해보고, 동시대 가장 핫한 예술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동시에 지금의 인류가 지구에서 더 잘 살기 위해 나아가는 긍정의 태도도 배워볼 수 있는 전시로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