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은 국민의 자부심”…연극계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지속적 반대 표명
“국립극장은 국민의 자부심”…연극계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지속적 반대 표명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7.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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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창·제작 환경 발전을 견인할 국립극단의 건립 요구”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연극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부지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계획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주최, 한국연극협회 주관으로 지난 5월 25일 용산구 청파로373(현 국립극단 부지)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든다는 내용의 설명회를 연극인들과 가진 바 있다. 민간자본 약1240억 원이 투입되는 민자사업(BTL)방식으로 지하 4층 지상 15층, 건물 내부에 극장 5개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용산구 청파로373에 위치한 국립극단 백성호장민호극장
▲용산구 청파로373에 위치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그런데 이 발표내용은 물론, 과정에 대해서도 모든 연극인들이 크게 분노하는 모습이다. 6월 말 건설 우선 업체 선정을 코앞에 두고 정보공유가 이루어졌다는 점과 서계동 부지를 지켜온 연극계를 무시하고 타 장르와도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현 사업 계획에서 변경, 보완할 의지가 없다는 결과로 연극계는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법인으로 독립하여 2010년부터 현재까지 서계동에 머물고 있는 국립극단은 국립극장(National Theater)에 국립극단(National Theater)이 없다는 오명 속에서도 새로운 창·제작의 기틀을 만들고자 장충동에서 서계동 가건축 공연장 시설로 이사 한 이래 ‘3월의 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소년이 그랬다’, ‘죽고싶지 않아’ 등 관객에게 사랑받는 작품들을 배출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5월 25일 한협과 문체부가 함께 조성한 설명회 이후 문체부의 특별한 조치 없는 상황에 반발하여 서울연극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공연예술인노조 등은 잇단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한국연극협회에서는 6월 13일자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본 사안에 적극 대응하기에 나섰다.

6월 24일 서계동 국립극장 방문 시위 150여명 연극인 집결하여 성명서를 낭독하고, 연극계의 입장문을 문체부에 전달했다. 이어 27일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국립극단이 장충동에서 쫓겨난 이후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이 시작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검토와 해외 국립극장 건립 및 운영 사례 발표,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해결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극인 대토론회를 가졌다. 

7월 5일 문체부와 비대위 1차 회담을 통해 비대위는 문체부의 사과를 요구하였고, 현장의 요구사항을 문서가 아닌 설명을 통해 전달하고 문체부의 답변을 듣는 과정에서 양쪽의 시각차를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문체부는 사과와 함께 BTL은 결정된 사항이라 변경 불가하지만 공간 구성을 포함한 연극계 의견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했다. 반면 비대위는 국민적 공감대와 자부심, 예술적 가치, 국립의 위상과 역할을 담을 수 있는 국립극장의 건립을 요구했다. 또한 국립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극장의 객석 수를 포함한 일부 공간 조정만으로 연극계를 설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7월 18일 비대위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과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위해 ‘선 사업 중지’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협상을 중단했다.

한국연극협회 범 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2차 성명서를 내고 “문체부의 일방적 행정과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진행을 규탄한다”라며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와 계약을 즉시 멈추고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던 박보균 장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어 “현장 연극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국립극단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발전 방안 구상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라며 “서계동 공간으로 부족한 창제작 지원 공간에 대한 추후 확보방안을 약속하라”라고 촉구했다.

이하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 2차 성명서 전문.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에 대한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 2차 성명서(2022.07.19.)

대한민국 연극인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 행정과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진행을 규탄한다!!!

문체부는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와 계약을 즉각 멈춰야 한다. 정해진 일정이라는 핑계로 계약을 강행한다면 7월 5일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와의 회담에서 표명했던 일방적 사업 진행에 대한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체부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사업 계약을 즉시 멈추고,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던 박보균 장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연극계의 요구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한국연극협회는 현장의 모든 관련 주체들과 총궐기에 돌입할 것이다.

문체부는 “그간의 일방적 진행에 사과한다”, “서계동 국립극장 건립에 연극인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본인들이 정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6월,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공고 전, 이미 연극인들은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건립 계획에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했고 모든 일정을 멈추고 원점에서 재논의 할 것을 주장했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공고를 강행하고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을 강행했다. 이제 일정 변경이 불가하다면서 정해진 기간 안에 사업자와의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지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행동이며, 협상에 임하는 예의가 아니다. 협상 상대자 간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협상은 의미가 없다.

현장의 요구는 명확하다. 국민과 연극인의 자부심을 담을 수 있는 국립극장의 건립, 현장 연극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국립극단을 만들자는 것이다. 새 건물의 공간 구성은 논의의 일부이기에 추후 논의는 더욱 확대되어야 하지만 문체부와 현장과의 신뢰 구축의 시작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문체부가 명확히 이해하길 바란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국립극장 창·제작 전용공간 구성을 위한 민간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고 새로 지을 서계동 건물의 공간 구성에 있어 현장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가장 우선시할 것.
행복주택을 포함한 19일 현재까지 문체부가 제안한 공간 구성안은 현장이 요구하는 창제작 전용 공간 구성과는 너무 큰 격차가 존재한다. 시대적 고민과 국민적 자부심을 담기에, 또한 모든 극장을 최대한 운영할 수 있는 연습실과 창작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일부 조정이 아닌 디자인과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 

2. 건물 건축 시, 현장에서 추천하는 전문가 그룹에게 설계, 시공, 감리의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 한다.
제대로 된 전문 극장, 창·제작 지원 공간을 만들기 위해 현장 추천 전문가 그룹의 설계 시공 감리 권한은 상호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다. 

3. 현장 연극의 발전을 견인할 국립극단 발전 방안 구상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라.
현장 연극의 발전을 견인할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국립극장이 연극인과 연극을 사랑하는 또한 공연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시민의 자부심이 될 수 없다. 국립극장은 우리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국립극단의 역할과 위상을 세우기 위한 정책적 보완은 필수 요건이다.

4. 서계동 공간으로 부족한 창제작 지원 공간에 대한 추후 확보방안을 약속하라.
국립극장이 한곳에 모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공간을 국립으로 편입하고 운영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21세기 문화강국의 국립극장으로 부족함이 없는 국립극장의 건립이 우리 시대의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디자인 공개 공모와 같은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대한 문체부의 가시적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5. 확보된 모든 공간의 명칭은 국립극장이며, 운영 주체는 국립극단이 되어야 한다.

한국연극협회 범 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8) 
위원장 손정우(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부위원장 박정의(서울연극협회회장) 이종승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 위원 윤진영(대전연극협회장) 전명수(울산연극협회장) 신택기(한협 이사) 이훈경(한협 이사) 장은수(한국연극 편집주간)
  
한국연극협회 전국 16개 지회, 사)한국연극배우협회, 사)한국연출가협회, 사)한국여성연극협회, 공연예술인노동조합,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 사)한국연기예술학회, 한국연극교육학회 /한국대학연극학과교수협의회 (회장 및 협의회장 이하 이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