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수원에서 청장년기를 보낸 뒤, 평창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자연을 소재삼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원로 작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진엽)이 오는 9월 12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기획전시 《먼 산을 머금고》를 개최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2015년 개관 이래 수원미술계의 역동적인 모습을 주제별로 조망하는 프로젝트를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에 기획한 전시 《먼 산을 머금고》또한,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마련된 전시다. 이번 전시는 수원에서 청장년기를 보낸 후, 출향해 자연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원로 작가 박영복, 이선열, 권용택을 소개한다. 전시에선 세 작가의 대표적인 최근 작품 중심으로 46점을 선보인다.

박영복(b.1952-)은 수원에서 태어나 다양한 장르가 교차하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회화를 중심으로 굳건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1990년대 중반까지 수원에서 작가이자 교육가로 활동하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작품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강원도 평창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전시에서 박영복은 꽃과 풀, 높고 낮은 언덕과 계절이 함께 어우러진 정감 가득한 일상 풍경을 생동감 넘치는 색채로 담아낸 <일상일기>(2022)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선열(b.1952-) 또한, 수원지역 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 후학 양성과 창작활동을 병행해 오다가 2008년 교편을 내려놓고 평창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이선열은 평창에서 우리나라의 명승지와 자연, 특히 산의 생동하는 정취에 집중해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전통 재료인 화선지와 먹을 이용해 연한 담채로 그린 작품을 비롯해, 도판(도자 패널)과 청색 안료를 자유롭게 혼용해 제작한 <설악>(2021) 등의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권용택(b.1953-)은 수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1990년대 국내외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겪으며 수원에서 시민사회운동과 환경운동에 참여했고 이러한 경험을 작품에 녹여 생태적인 작품으로 나아갔다. 권용택은 평창 이주 후 작업실 주변에 즐비한 돌(청석)의 굴곡 위에 우리나라의 산하를 담는 작업에 천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 생태계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가시화한 <백두대간>(2022) 등의 신작을 선보인다.

수원시립미술관 김진엽 관장은 “1970년대 수원미술계에 등장한 청년 작가였던 세 원로 작가가 자연 속에 체류하며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을 통해 고요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으로 가득 찬 풍경을 만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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