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갤러리 《칼립소Καλυψώ》展, “시간과 예술에 대한 창조적 고찰”
두산갤러리 《칼립소Καλυψώ》展, “시간과 예술에 대한 창조적 고찰”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0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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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 8.3~31
매주 다른 출판물, 프로그램으로 전시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11회 참가자들의 기획 전시가 개최된다. 8월 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두산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칼립소Καλυψώ》다. 워크샵에 참가한 박유진, 최선주, 홍예지 신진기획자가 공동 기획했다. 전시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총 5 작품을 선보이고, 문소현, 뭎 Mu:p, 박예나, 신 와이 킨(Sin Wai Kin) 작가가 참여한다.

▲박예나, 현혹의 순간, 2022, 흙 더미, 2채널 영상 설치,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8분 30초
▲박예나, 현혹의 순간, 2022, 흙 더미, 2채널 영상 설치,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8분 30초 (사진=두산갤러리 제공)

전시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에 등장하는 님프 칼립소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이방인을 붙잡았던 칼립소에 초점을 맞춘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가 풍랑을 만나 배와 동료를 모두 잃고 세상의 끝에 위치한 칼립소의 섬에 도착했고, 칼립소는 부와 영생을 약속하며 그가 떠나지 못하도록 7년 동안 자신의 섬에 붙잡은 이야기다.

3명의 기획자는 ‘그녀는 어떻게 그의 시간을 붙잡았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칼립소’의 뜻에서 찾아 전시를 풀어나간다. 칼립소는 ‘은폐하다’, ‘덮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칼립토(καλύπτω)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장막을 의미한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진리를 감추는 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신 와이 킨, 오늘의 뉴스, 2020_단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_6분 29초_한영 자막
▲신 와이 킨, 오늘의 뉴스, 2020_단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_6분 29초_한영 자막 (사진=두산갤러리 제공)

《칼립소 Καλυψώ》는 진리를 말하는 대신 ‘은폐’와 ‘장막’을 전시의 방법론으로 택하고,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인물을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찰한다. 문소현, 뭎 Mu:p, 박예나, 신 와이 킨(Sin Wai Kin)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장의 기둥, 매주 다르게 비치되는 출판물, 프로그램 등 모든 구성 요소가 전시의 시공간을 겹쳐 한눈에 파악되지 않도록 만들며, 떠나려는 관람객들의 시간을 지연시킨다.

전시는 칼립소의 방법론을 택하며, 전시를 찾아온 이들에게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에게 했던 질문처럼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우린 모두 『오뒷세이아』의 결말을 알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뗏목을 타고 그의 세계로 나가 자신의 서사를 완성하는 결말이다.

▲문소현, sink, 2022, 5채널 영상 설치,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분 반복 재생
▲문소현, sink, 2022, 5채널 영상 설치,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분 반복 재생 (사진=두산갤러리 제공)

시간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전시 《칼립소 Καλυψώ》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며 지금 이 세계에 머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도착한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붙잡았던 시간은 그의 변신을 돕는 필수적인 지연이었다. 이때 고립과 억류는 소모되고 실패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파헤치는 창조적인 시간으로 전환된다.

전시는 섬의 방문객이 새로운 방법으로 계속 탈출을 시도하며, 그 자신의 삶을 무너뜨렸던 공포와 무기력을 극복한다는 서사를 알고 공간을 조성해낸다. 결국 전시가 종국적으로 닿고자 하는 지점은 장막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다. 진리에 대한 불가능한 이해와 끊임없이 부상하는 불안과 관계없이, 장막을 들추는 힘에 대한 탐구로 나아감이다. 칼립소가 결국 오디세우스에게 뗏목을 만들 나무를 건넸던 것처럼 전시 《칼립소 Καλυψώ》는 관람객들에게 부디 이곳을 나가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뭎 Mu:p, <4p8p : 8번의 연습과 4번의 공연>, 2022, 퍼포먼스
구성, 연출: 뭎 Mu:p / 출연: 손은교 / 사운드 기록: 이한범 / 사진 기록: 최연근 (사진=두산갤러리 제공)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일요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은 한국 현대미술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3명의 큐레이터를 선정해 1년 동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 강의∙세미나∙워크샵으로 현대미술의 이론과 현장을 깊이 있게 다룬다. 1년의 교육기간 후, 두산갤러리에서 3명이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해 봄으로써 1년간의 연구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큐레이팅 기회를 갖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