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 박상언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 “전지연 회장, 35년간의 문화 행정 경험을 증명하는 자리”
[Culture Interview] 박상언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 “전지연 회장, 35년간의 문화 행정 경험을 증명하는 자리”
  • 이은영 발행인‧이지완 기자‧김재성 사진 기자
  • 승인 2022.08.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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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분권‧문화자치 아직 나아가야 할 시점
10년 만의 비(非) 수도권 회장 선출, 전국 문화재단 열망일 것
현장-이론, 예술-행정 상호발전 관계, 평생 과제
‘공약’ 실질적으로 실행하며, ‘각 재단 역량 강화, 연대’ 가장 큰 목표
‘대한민국 문화재단 박람회’ 개최 예정, 10.19~21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이지완 기자‧김재성 사진기자] 36년 이라는 시간은 한 인간이 장성해, 적어도 자신의 일을 찾고, 자신의 가정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간이다. 이 긴 시간동안을 문화행정가로 살아온 이가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면서, 올해 제 7대 ㈔전국지역문화재단 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된 박상언 대표다.

▲지난달
▲지난달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실이 자리한 충무로에서 박상언 회장을 만났다 ⓒ김재성 사진기자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이하 전지연)는 2012년 4월 출범한 전국 115개 ‘기초단위’ 문화재단의 총연합회다. 광역단위 문화재단 연합회로는 17개 문화재단이 함께하고 있는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이하 한광연)가 있다. 박 대표는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2010년에는 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지역문화재단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다. 이후 대전문화재단, 울산문화재단,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4년 12월에는 한광연 회장으로도 선출된 바 있다.

그는 문화예술계 일을 시작하고, 36년 간 현장을 오가며 중앙정부, 광역단위, 기초단위를 모두 경험했다. 한 존재가 유년, 청년을 거쳐 성년으로 설 수 있을 시간동안 박 대표가 키워 온 가치는 무엇일까. 아마 ‘문화예술행정’ 그 자체일 것이다. 문화예술행정가는 애초에 소통할 수 없을 것 같은 예술가와 행정가 사이의 간극을 오가는 이들이다. 여기서 박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듯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115여 개 문화재단의 목소리를 듣고 모아서, 나아가는 자리에 도전했다.

‘문화’라는 단어는 언뜻 유하고,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띠고 있는 단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의견들이 터져 나오고 상충되는 세계다. 115개 기초단위 문화재단 연합회 회장이라는 직무자체도 어마어마해 보이고, 그 자리에서 듣고 이해해야할 목소리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 대표의 얼굴에는 고민보다는 희망과 도전의 느낌이 더욱 많이 느껴졌다.

박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제 7대 전지연 선거에서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감히 섰다”라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박 대표는 자신이 맡게 된 전지연 회장직이 자신이 겪은 36년의 시간을 증명하는 자리라고 강조해 말했다. 지난 시간동안 그가 지켜오고 꿈꿔온 비전들에는 겸손하면서도 단단한 힘들이 느껴졌다. 그 모습은 한 가정 내에서 첫 걸음마를 뗀 아이가, 장성해 세상으로 자신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과 같아보였다. 전지연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마련된 충무로에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키고 있는 박 대표를 만나봤다.

올 3월 (사)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10년 만에 선출된 ‘비(非)수도권 회장’이라는 점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떤 포부를 가지고 출마를 결심했는가.

‘다양한 필요와 역할을 아우르는 통합 리더십’을 발휘해보고 싶었다. ‘지역문화분권 토대 마련’과 같은 원론적인 가치 지향적 단어로도 답할 수 있지만, 좀 더 솔직하고 구체적인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광역문화재단은 대게 예술가와 예술단체 공모지원 사업 중심으로 재단이 운영된다. 기초단위 문화재단은 광역문화재단 비슷한 듯 다른 지점들이 존재한다. 현재 전국의 기초단위문화재단은 문예회관이라는 공연장을 중심으로 설립되거나, 축제나 행사를 운영하기 위해서, 도서관 사업을 하기 위해서 조직이 시작된 경우가 다수다. 근간에는 「지역문화진흥법」을 토대로 한 ‘문화 도시’ 형 조직도 생겨나고 있다. 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지연은 다양한 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을 수용하고 포괄해야하는 책무를 지게 됐다. 그 필요성을 인지했을 때, 결심이 생겼다. 다양한 필요와 역할을 아우르는 리더쉽은 내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이영표 해설가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해설을 하면서 남긴 어록이 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이 조별리그 탈락을 겪고, 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은 ‘경험’이라고 언급했을 때 이영표 해설가가 했던 말이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촌철살인의 말을 남겼다. 그 때 그 말이 내 가슴 깊숙이 남았다.

나아가, 최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지역문화정책을 선한 행정, 선한 의지로 함께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도 담겨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배경, 지향, 과제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겼던 한 지점이 있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로서, 문화정책·문화행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영남, 호남보다도 못한 실질적인 최변방으로 인식돼오던 충북이 지역문화정책의 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나를 추동시키는 또 하나의 힘이기도 했다.

▲지난 제 7대 전지연 회장 선거에서 출마의 변을 발표하고 있는 박 회장
▲지난 제 7대 전지연 회장 선거에서 출마의 변을 발표하고 있는 박 회장 (사진=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제공)

왜, 당선됐고, 어떤 기대가 ‘박상언 대표’에게 투영됐다고 생각하나.

전국 문화재단의 연대와 역량 강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본다. 전국의 기초단위 문화재단마다 모두 다 다른 강조점을 지니고 있다. 목표 또한 모두 다 다르다. 때문에 각 문화재단의 요구사항과 필요사항이 다 다르다. 전지연은 전국 기초문화재단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이다. 각 문화재단들은 전지연의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해서 자신들의 재단에서 필요한 것을 채우고 싶어 한다. 재단별 기획‧운영‧노하우 등의 공유로 조직의 역량 강화, 신입 직원들에 대한 전문성 강화도 꾸준히 요청돼 왔다.

나아가 이런 개별적인 역량 강화에 대한 욕구는 지역정부, 지역문화재단의 목소리와 열망을 잘 쌓아서 중앙정부에 우리의 의견을 잘 전달하자는 뜻이 녹아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다른 성격일 수 있지만, 연결돼 있는 기대라고 생각한다. 개별 조직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해서, 중앙정부에 각 지방 정부의 의견의 관철시키는 것이 전국 기초문화재단이 전지연과 내게 투영한 기대라고 본다.

4월 임기를 시작하면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함께 前대통령인수위에 ‘지역문화 정책과제 제안서’를 발표했다. 지역문화진흥기금 마련, 지역문화진흥법조항 신설, 실질적인 문화자치 기반 구축 등 지역문화재단의 권리 확장에 대한 제안이었는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싶다.

한광연과 함께 인수위에 다양한 내용을 전달했는데, 핵심 내용은 ‘문화분권, 문화자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분권’이라는 것은 권력을 쪼개 가지고 동등한 권한 갖는 것을 뜻한다. ‘분권’은 갑을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치’란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분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분권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국가균형특별법이 제정됐다고 해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통 예산이 내려갔을 때 과연 그 예산의 몇 퍼센트나 지방문화재단으로 흐르고, 문화예산으로 쓰일까. 그건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예산을 쥔 사람이 헤게모니를 쥐는 지금의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헤게모니는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가져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결국 다시 가치 지향적인 이야기로 돌아오게 되지만, 형식적분권의 단계까지는 도달한 지금의 ‘문화분권, 문화자치’를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실질적분권, 수평적분권으로 이끌어나가고자 한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상언 회장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상언 회장 ⓒ김재성 사진기자

지난 4월 열린 ‘지역문화 정책포럼’서 자신을 ‘광역문화재단에서 기초문화재단으로 와 일을 하는 현장의 결실’로 소개했다. “문예위=중앙, 대전, 울산=광역, 청주=기초”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경험적으로 ‘정책의 고도’에 따라 어떤 특징과 차이가 있었나.

중앙정부,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의 차이는 ‘현장감’에 있는 것 같다. 모든 문화재단은 현장 중심적이고,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지만, 기초문화재단은조금 더 현장 친화적이다. 더더욱 풀뿌리의 영역까지 내려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초문화재단은 어떤 사회적 이념이나 가치를 실현하기보다 지역민의 문화예술 생활 구축에 더 많은 힘이 실린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하고 구성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 기초단위 문화재단의 특징이다.

전지연에 소속돼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지금 전지연에 속한 모든 기초단위 문화재단의 직원 수는 7000명에 달한다. 아무래도 재단의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하다 보니, 직원들의 능력이 쉽게 사장되거나 소실되고 발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경적으로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편안하게 펼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싶다. 그리고 7000여 명의 직원들의 역량과 능력편차가 굉장히 심하다.

전지연에서는 직원들의 능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사업 준비에 많은 공력을 들인다. 전지연이 매년 대표적으로 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역문화재단 종사자 역량강화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신입직원과 경력 3년에서 10년 사이의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직원 교육과정 프로그램인데 매해 큰 만족도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중순 쯤에 대면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인데, 문화행정 실무, 지역문화재단의 기능과 역할 축제 기획을 어떻게 하는지 배워보고 각 지역문화재단들이 갖고 있는 문제와 관점을 서로 공유하고 풀어나가는 자리로 만들어 갈 예정이다. 프로그램 커리큘럼을 위해서 전지연 사무국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 전지연 사무실이 생긴 것이 올해가 처음이다. 매번 전지연 회장이 선출될 때마다 사무국도 같이 이전을 했고, 2년마다 대부분 직원이 바뀌었다. 이 과정 속에서 전지연의 노하우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정적인 사무국을 갖추고 전지연을 이끌어 갈 리더쉽을 구축하고자 했다. 사무실 위치를 세종에 할 것이냐, 서울에 할 것이냐 고민이 많았는데 결론적으로는 서울 충무로에 자리를 잡게 됐다.

기초문화재단 별, 설립시기‧지역환경‧행정환경 등에 따라 편차가 크고 특징이 다르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정책연구소의 기능도 중요해 보인다. 어떤 식으로 풀어보고 싶은가.

정책연구소의 기능은 중요하다. 하지만,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연구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연구소까지 운영할 순 없어도 꾸준히 기초문화재단에 대한 조사와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여지껏 문화재단 실태조사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전국 문화재단 실태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한광연과 연대해 조사할 방법 찾고 있다.

그리고 각 문화재단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본격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오는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청주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 문화재단 박람회》다. 각 문화재단들의 우수 행정 사례를 보여주는 부스를 선보일 것이고, 정책연구에 관한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문화재단의 현재 운영 모습을 서로 공유하면서, 서로 응원도 하고 각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코자 한다.

▲박상언 7대 신임회장 선임된 전국지역문화재단 단체 모습
▲박상언 7대 신임회장 선임된 전국지역문화재단 단체 모습 (사진=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제공)

전지연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문화’와 함께 ‘산업’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는 재단으로 보인다. 다른 시‧도문화재단과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차별점이 있는가.

2018년 처음 청주에 왔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큰 기관 4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단, 청주공예비엔날레, 문화산업진흥원, 영상진흥원의 역할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을 접하고, 청주에 대해서 알아갈 때 굉장히 관심이 끌렸던 것은 청주문화재단이 문화와 문화산업육성을 한 조직에서 하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점이었다. 청주에서 문화와 산업의 융복합을 실현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주문화재단 대표를 맡되면서 지역예술가들에게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익힐 기회를 제공했고, 현재 기술 수강을 거의 마쳤다.

예술가들에게 주제를 정확하게 정하고 창작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예술인에 대한 모독이지만,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환경과 기술을 접하게 하면서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주는 것은 문화예술 행정가와 재단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문화 예술과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재단이다. 이 강점을 잘 발휘해서 예술과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고자 하고 있다.

청주는 2019년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돼, ‘기록문화창의도시 청주’라고 소개된다. ‘기록’이라는 것은 청주의 흥덕사지 직지심체요절에서 연상해볼 수 있는데, 어떤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는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가 됐을 당시, 청주시는 문화도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에 진행되고 있던 청주 문화도시 비전은 굉장히 평범한 것들이었다. 대표 이사로 부임하고, 일주일동안 내용을 모두 다시 검토해 ‘기록문화창의도시’라는 명명을 정했고, 바로 시장님에게 검토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흥덕사지와 직지심체요절은 청주의 주요한 문화자원이다. 나는 여기서 직지심체요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금속활자라고 봤다. 금속활자의 의미는 정보의 평등화라고 생각한다. 청주가 교육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금속활자로 명심보감을 찍어 모두가 함께 읽었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 이 의미를 현재로 어떻게 이을 것인가, 여기서 또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이 때 나는 스마트폰, 빅데이터에서 연결고리를 찾았다.

직지심체요절과 금속활자는 청주의 중요한 문화자원이 맞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현재의 가치와 맞물릴까 고민하니, 디지털 기록과 빅데이터에서 단서를 찾았다. 기록문화창의도시 청주는 ‘직지’에 뿌리를 내리고 그 가지를 디지털 기록과 빅데이터로 이어나가고자 한다. 현재 이 도시의 기록들을 모아서 가치를 부여하고, 그 기록들을 통해 청주 시민의 삶을 융성하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들이 있다. 현재 ‘동네기록관’이라는 곳을 만들어 동네주민들의 이야기와 기록들을 남겼다. 20여 개소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시민기록관’을 조성 중에 있다.

시민들의 기록, 나의 족적이 도시에 남을수록 도시가 가진 개별의 정체성이 더욱 구체화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런 개인의 인연, 공동의 기억들이 진해질수록 도시에 대한 정주성도 높아지고, 계속 살고 싶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박상언 회장 ⓒ김재성 사진기자 

2023년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앞두고 있다. 현재 집행위원장으로 임하고 있는데, 비엔날레 준비는 잘 돼가고 있는가.

7월 초에 강재영 예술 감독을 선정했고, 7월 마지막 주에 기획운영위와 토론을 거쳐서 주제가 확정됐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_ 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The Geography of Objet_Lovong in the net of biophilia.)”다. 토론을 통해 전달받은 내용으로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이번 주제는 ‘휴머니즘(humanism)’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에 대한 인지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곁 사물들을 제대로 마주하고, 그 사물들로 지도를 그려나가자는 뜻이 담겨있다. 주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후 강 감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전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굉장히 오랜 시간 문화예술현장 전문가로 활동해왔고, 지금도 해나가고 있다. 맡은 직위에서 벗어나 문화예술현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고등학생 시절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술대학으로 진학했다. 한 때는 예술가의 꿈이 있었지만 현실과 타협하면서, 행정가로서 여러 방황을 겪기도 했다. 문화예술행정가가 지금까지 평생의 업이었고, 이제는 이 일만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문화예술, 문화계, 현장과 이론, 예술경영, 정책, 문화예술‧행정의 상호발전적인 관계에 대해 평생 공부를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문화예술행정 강의를 하다보면, 현장과 이론의 임계점 돌파를 위해서 상호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의 문제는 이론에 답이 있고, 이론의 문제점은 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결국 현장과 이론의 상호 발전을 추구할 때 우리는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문화예술 현장과 이론의 상생은 결국 예술과 행정의 가치 통합과도 맞닿아있다. 앞으로 꾸준히 다른 두 가치의 상생에 대해서 노력하고 싶다.

근간에 우리나라 문화 정책 기조의 주류 트렌드가 있다. ‘팔길이 원칙’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개인적으로 이 해석이 좋은 번역은 아니라고 본다. 지원하고 지원받는 자들의 균형과 책임감이 사라진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팔길이 원칙’을 ‘자율책임균형 경영원리’라고 보고 있다. 행정가와 예술가가 모두 책임을 지고 균형적으로 경영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 앞에서 더블(double)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Double Arm’s length principle’이라고도 한다. 이 용어는 정부와 문화재단의 관계, 재단과 예술계의 관계까지 아우르고 있는 말인데 앞으로 우리 사회의 현장도 점점 더 각 주체들의 권한과 책임이 커져가길 바란다.

어렸을 적 방황을 겪고, 지금의 길을 선택하게 되면서 가슴에 새긴 말이 있다. “예술가는 불가능한 것을 제시하고, 행정가는 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라는 말이다. 앞으로 나는 계속해서 문화예술 행정가로서 현장과 이론의 상호발전, 예술과 행정의 상생을 위한 과정에 매진하고자 한다. 그 끝에는 예술과 행정의 가치통합이 있을 것이라고, 조금 막연한 꿈이지만 그렇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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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박상언 회장 ⓒ김재성 사진기자  

전국문화재단연합회 제 7대 회장으로서 2년간의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제 7대 회장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이런 얘기의 시간을 줄이고 제대로 다 출발하고 싶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굉장히 화려한 계획들만 얘기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웃음) 하지만, 이렇게 준비가 돼 있으니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현해나가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또한,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10년 만에 선출된 비(非)수도권 회장’이라는 타이틀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이것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전지연에 속해있는 전국 기초문화재단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 회장직은 전국 문화재단들이 깨어있다는 뜻이고, 그 변화의 흐름이 내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그 힘을 믿고, 잘 이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