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배우교육을 위한 한국 살펴보기
[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배우교육을 위한 한국 살펴보기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 승인 2022.08.10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1993년 김월하, 김소희, 두 선생님을 모시고 전통 속에서 예인을 훈련시키는데 어떤 모범적인 틀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나의 희망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예술교육 속에 가장 안전하고, 입증된 방법이, 도제식의 전통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우를 교육하는 데 있어 특히 <소리 내기>와 <말하기>에 있어서만은 어떤 규범이 있어 기초 교육을 한 다음에 상황 연기로 옮겨져 적용의 변용을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상황 연기 지도 이전에 가장 근본적인 점검은, 우선 배우를 하겠다는 지망생이 스스로 그의 관심과 재능이 1.극작, 글쓰기에 있는지, 2.무대 위에서 자신의 의도가 연기를 통해 달성되고 또한 그러기를 열망하는지, 3.오히려 조명, 무대 설치 등에 관심이 더 가는지, 4.더 나아가 작품 현장과 사회현상과의 관계,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 관심이 더 가는 평론에 재능이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찌 되었던 무대 위에서의 긴장과 이완을 통해 <자기 구현>을 해보고 싶어 연극을 지망한다면, 그리고 배우 되기를 통해 자아실현을 해보고 싶다면 아래 요소들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우선 무대예술의 가장 큰 근원이 무대 위에서의 긴장과 이완의 물결 속에서만 모든 무대의 요소가 함께 작용하며, 언어든 춤이든, 또는 마임이든 그 시대마다의 시대성에 따라 감동의 파장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무대에 적응할 것을 귄한다.

예술이라는 여러 장르 중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잘 나타내는 기본 중의 한 예술 장르로 연극을 예로들 때, 가장 손쉽고 정확하다고 할 수 있는 말을 통한 예술성과 언어다. 비교적 소통이 정확하다고 믿은 장르로 연극이 인류를 지배해 온지는 오래되었다. 그리하여 우선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말의 영역에 대한 깊은 관찰과 그 영향력의 파장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자만이 예리한 재능을 키울 줄 알며, 그것을 터득한 후에는 말과 말의 파장으로 일어나는 주변의 범위를 측정하는 본능에 가까운 재능을 훈련하여 그것을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알 때에 큰 배우가 되며 큰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

음색, 억양, 장단모음, 그리고 사투리
<소리내기>와 <말하기> 중심으로 

우선 배우는 말과 말 이전의 세상, 또는 상황을 파악하여 말이 어떻게 일어나고, 쓰이고, 전달되는지를 알이야 한다. 또한 말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부려야 되는지를 본능적으로 터득할 만큼 말의 영역과 그 파장을 터득할 것을, 또한 말을 스스로 부리며 말과 함께 무대 위에서 놀 줄 아는 경지로까지 나아갈 것을 권한다.

이러한 모든 훈련은 우선 모음과 자음, 그리고 무음의 활용 등을 명확하게 구별하고, 각 발음의 독자적 영역의 파장을 염두에 두며 여러 가지 기초훈련을 통하여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발성되어 말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특히 말이라는 것이 의미의 전달체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말이 의미를 실어 나를 때의 그 반향을 살 필 여유를 가지며 말을 대할 줄 알이야 한다.

위의 이러한 말의 '부림의 지식'을 인식하고 말을 대할 준비가 되었을 때에 비로소 이제 모음과 지음, 특히 무음의 활용을 인식하며 발음 연습에 임한다. 특히 말을 익히고 훈련하는 과정 속에서 배우 개개인의 음색과 음성의 크고 넓이가 파악된다. 또한 그러한 훈련 가운데 인식된 배우 각자의 성량의 크기와 음폭의 넓이 파악은 앞으로 큰 배우가 되기 위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지식과 말에 대한 무대 위에서의 우선적 지식이 겸비되었을 때에 본격적인 배우의 언어 훈련은 비로소, 제대로 그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자음과 모음의 융합을 어떤 형태로 어떤 음색과 음속에 배합시켜 음의 장단을 활용할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채택하는 것이 재능의 활용이라 하겠다. 이러한 긴 설명은 단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말을 할 때에 그것이 의사전달의 큰 매개체임을 잘 알고, 그것을 경우에 맞게 잘 부리는 훈련인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무대 위에서의 배우의 말은 하나도 헛된 것이 없어야 하며 그냥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게 인식하고 말을 대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무대 위에서의 말>의 역할과 파장을 인식하고 난 후에야 배우는 자기가 전달할 말의 내용을 깊이 알아차리고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되 연출과의 합일 속에서 내용 전달의 방향을 조정하여 비로소 훈련에 들어가는 것이다.

1993년 김월하 선생님이 연습실 사용을 허락해주시고 배우 훈련장으로 활용할 때만 해도 나는 이러한 <말의 무대 위에서의 활용>에 깊이 있는 생각을 못한 채, 연극계의 원로 이신 이원경 선생님을 모시고 <배우 수업>에 들어갔다. 당시 한국사회에 널리 보급된 텔레비젼의 전국적인 활용과 새로운 문화현상은 아나운서의 말투와 말솜씨에 집중되며 우리말의 사회적 노출 현상을 제대로 경험할 때이다. 특히 아나운서들의 모음의 장단이 잘못 발음됨으로 해서 말의 뜻과 품위의 손상이 많이 지적되었다. 배우들의 언어훈련도 이에 주안점이 주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나고 보니 당시의 연극의 대가라는 김동원 배우님. 이해랑 연출가님을 이어 장민호, 백성희 배우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장단점을 깊이 분석하고 헤아리며 우리의 연극무대 위에서의 말의 활용이 제대로 분석 연구되고 이어져 왔는지에 대한 반성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