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탁의 문화섬 나들이] 왜 건물에 미술작품을 설치할까?
[황현탁의 문화섬 나들이] 왜 건물에 미술작품을 설치할까?
  • 황현탁 작가
  • 승인 2022.08.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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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탁 작가

강남에서 남산1호 터널을 지나 퇴계로를 지나면 중앙차로 버스 정류소(서울백병원, 국가인권위) 왼편 대신증권사옥 앞에는 파랗고 빨간색으로 조각된 <LOVE>란 문자조각작품이 세워져 있다. 미국의 팝아트작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의 알루미늄 작품이다. 또 을지로를 지나 오른 쪽 롯데 시티호텔 앞에는 푸른색의 커다란 사람이 구부린 자세로 서 있는데, 유영호작가의 스테인리스 작품 <인사하는 사람>이다. 광화문 서울역사박물관 맞은편 흥국생명 빌딩 앞의 ‘매 35초마다 망치질을 하는’ 미국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해머링 맨(Hammering Man)>이란 조각 작품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럼 왜 건물주들은 이런 미술작품들을 설치해놓고 있을까?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연 면적이 1만 제곱미터가 넘는 공동주택, 업무시설, 판매시설, 병원, 숙박시설 등의 건축주는 각 동이 위치한 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대형건물에는 미술작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의 가액은 건축비용의 0.5~0.7%로 각 시도조례로 정하고 있으며, 작품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공모방식으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1년에는 법이 개정되어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작품금액의 70%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출연할 수도 있도록 하였다.

이 조항은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 제정당시부터 규정되어 있었으며(제13조), 작품의 가액, 미술작품을 설치해야하는 건축물의 면적(3천㎡→7천㎡→1만㎡)이나 용도, 미술작품의 종류(회화·조각→벽화·분수대·상징물 등 포함)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대형 건축물에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한 정부의 시책은 반세기 전인 50년 전부터 시작,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초기에는 미술작품 설치가 권장사항이었으나 1995년부터 의무화되었다.

로버트 인디아나, LOVE (사진=황현탁 제공)
▲로버트 인디아나(Robert Indiana), LOVE (사진=황현탁 제공)

서울특별시의 경우에는 문화기본법, 문화예술진흥법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한 내용을 정한 <서울특별시 문화도시 기본 조례>가 있는데, 문화예술 진흥, 문화산업 육성, 문화유산 보호,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 등 문화정책과 관련되는 기본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미술작품설치와 관련된 <서울특별시 공공미술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서는 공공미술위원회, 미술작품심의위원회를 두어 공공미술의 설치, 관리, 활용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각 시도도 유사한 명칭의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

▲유영호, 인사하는 사람 (사진=황현탁 제공)

2011년 미술작품 설치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된 뒤 2022년 7월 14일까지 약 700 건축주가 기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변경 이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의 공공미술(Public Art)과 관련되는 포털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0년까지 모두 21,532건의 미술작품이 설치되었고, 그 중 조각이 77.8%인 16,760건, 회화가 18.5%인 3,983건이고, 벽화와 미디어가 각각 100건을 상회하고 있다. 환기, 배기시설 부분을 조각화한 것, 타일로 벽면을 장식한 것도 있으며, 작품가액으로는 1~2억 원대의 것이 전체의 25%(5,569건)이고, 10억 원 이상의 작품은 37건(1.7%)으로 나타났다.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 해머링 맨(Hammering Man) (사진=황현탁 제공)

건축물 미술작품설치법령과 별도로 2008년 건축법 개정 시 특정 용도와 규모의 건축물에는 소규모 휴식시설 등 ‘공개공지’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였는데(제43조), 상당 수 건축물들이 1층에 공개 공지를 만들어 휴식을 위한 의자, 벤치를 설치하고 공간에는 예술작품을 설치해놓기도 하였다. ‘공개공지’ 몇 곳을 둘러보았는데, 작가와 작품에 관한 설명이 부실하였다.

▲프레스 센터 앞, 광화수와 이우환 '관계항' (사진=황현탁 제공)

그 외에도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잔디밭에는 이우환 화백의 돌과 철판으로 구성된 조각 작품 <관계항>이란 1984년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또 건물 앞 차량 출구에도 금년 2월 <광화수>란 작품을 설치하였고,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외벽에 <광화벽화>란 미디어 파사드를 연출, 출사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설치한 <상상을 실감하다 : 광화시대>란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영구적인 설치작품은 아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국민들의 문화향수기회가 확대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