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제4차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를 빛낸, 고려인 어린이합창단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제4차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를 빛낸, 고려인 어린이합창단
  •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 승인 2022.08.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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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일본 재일교포 3세의 해금반주에 얹혀진 고려인어린이합창단의 노래,

우리 민족이 삶을 뒤돌아 보며 우리 민족 예술의 범위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크게 회자되었던 말이다. 시대적 필연 과제는 누가 막든 기어이 한다는 것이고 된다는 것이다.

지난 8월2일부터 6일까지 국립국악원 우면당, 포천 허브아일랜드, 포천 반월아트홀에서 열린 제4차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가 마무리 되었다. 올해에도 고려인, 조선족, 재일교포 등 70여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하였다.

19세기 중반 이후 국가(國家)가 너무 가난하고 국력도 없어 해외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는 삶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을 위하여 또는 강제적 징용으로 이 땅을 떠나야만 했다. 광복 이후에는 기족의 생계를 위하여 돈을 벌기 위해 자식의 교육을 위해 미주, 유럽 등 선진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언어와 문화권이 아주 다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 멸시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당장 살아남아야 내 가족을 살릴 수 있고 고국에 두고 온 부모 형제들에게 보탬이 되며, 자식의 교육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제4차 셰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 준비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고려인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고려인 마을 대표인 신조야는 고려인 3세이다. 그녀는 2001년 국제결혼을 한 딸을 만나러 왔다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뜻이 맞는 국내 거주 고려인들이 몰려 들었고 2005년 광주고려인마을 공동체가 설립되었다. 지금은 4천500여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고 한다.

1937년 구 러시아 스탈린 정부에서 대한민국 독립투사들이 일본군의 첩자라는 오해를 받고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할 때 고려인이란 이름으로 현재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중에는 광주고려인마을에 정착하게 되면서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은 얻었지만,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이와같은 어려움을 신조야 대표 중심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 현재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청소년문화센터, 법률지원단, 초등학교, 파출소 등 모국이면서도 이국인 우리나라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

신조야 대표를 처음 만난 인상은 독립군의 후손임을 한눈에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강직하고 지도자의 풍모가 느껴졌다.

여러 명이 모여 점심을 마칠 때 쯤이었는데 처음 온 사람에게 선뜻 숟가락을 내밀며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고, 차와 주전부리를 내오는 것을 보고 이것이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정(情)과 배려의 정서임을 새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이러한 우리 민족의 수 천년 동안 가지고 왔던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문화라는 것이 잊혀지게 됨이 아쉬워 진다.

이번 제4차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에 초청된 고려인어린이합창단은 2017년에 창단되어 현재 25명의 단원이 한국어가 서툴지만 러시아와 한국의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쟁난민이 되어 광주고려인마을의 초청으로 들어온 6명의 우크라이나 고려인 어린이들이 합창단원으로 합류하였다.

합창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효문화재단으로부터 초청받아 8월4일부터 6일까지 포천 허브아일랜드에서의 2박 3일은 25명의 합창단원 어린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었다며 김혜숙 합창단장님이 눈시울을 붉혔다. 6월4일 허브아일랜드 공연장과 6월5일 포천문화재단 포천반월아트홀에서 보여준 이 어린이들의 러시아 노래에 이은 홀로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하고 앞으로 우리 민족 예술의 범위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등 머리와 가슴을 깊게 울려주었다.

공연전 대기실에서 일본의 재일교포 3세인 이미향의 홀로 아리랑 해금 반주에 고려인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언어 이전에 우리 가락, 우리 정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하나가 됨을 보여 주었다,

첫날 고려인어린이들의 불안해 하고 어두웠던 얼굴들은 마지막 셋째 날 모두들 떠나기 아쉬워 했지만 한껏 밝고 웃음기 어린 얼굴들로 바뀌어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의 개최 의미를 다시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