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플로리다 바다거북이 이야기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플로리다 바다거북이 이야기
  • 백지혜 디자인 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 승인 2022.08.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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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내가 조명 공부를 할 때 플로리다의 바다거북이는 빛공해의 최대 피해자였고 바다 거북을 위해 플로리다 주민들이한 행동에 나는 감동했었다. 플로리다의 바다거북은 산란기에 해변의 모래밭으로 올라와 알을 낳고 부화한 아기 거북이들은 달빛을 따라 바다로 돌아가곤 했는데 주변에 집이 들어서고 도로가 나면서 가로등 불빛 때문에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해변을 헤매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상황이 생기자 주민들은 매년 부화시기에 플로리다 해변의 도로가로등을 소등하여 바다거북의 귀향을 돕기로 했단다. 너무나 아름다운 동행이다.

얼마 전 이 플로리다 바다거북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이들이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사는 줄 알았는데지구 온난화로수년간 부화한 바다거북이 모두 암컷이란다. 수정 시기에 암수가 정해지는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바다거북은 부화하는 환경에 따라 암수가 정해지는 특성을 가져 지구의 온난화로 해변모래의 온도가 올라가 몇년째 암컷만이 태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이 거대한 현상이 결국 성비 불균형에 영향을 마치고 결국 개체수가 감소로 이어지게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일몰 후 도시의 안전까지 답보하면서 가로등을 소등해서라도 지키려했던 바다거북은 또 다른 이유로 그 생태계를위협받고 있였던 것이다.

사람들의 빛공해에 대한 피해는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빛공해의 피해를 이야기할 때 인공조명에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를 이야기하고 결과적으로 불면증이나 암을 유발한다고 한다.

수면의 질은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동절기 4~5 시간의 낮과 하절기 그 정도의 밤을 갖는 북유럽 국가에서 계절적인 원인으로 충분한 자연광에 노출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울감으로 인한 자살율이 높은 것은 이를 증명해준다.

“과학자들은 야간의 과도한 인공광원에 의한 24시간 주기 서카디안 리듬 circadian rhythms의 붕괴와 멜로토닌 억제의 복잡성 및 범위를 연구하고 있는데, 서카디안 리듬의 교란은 호르몬 생성, 세포조절과 같은 생리적 과정에영향을 미쳐 불면증, 비만, 당뇨, 우울증 및 조울증, 계절성 정서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야간의 빛이 멜라토닌 합성을 억제하며 유방암과 직장암, 전립선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코티솔 생성을 증가시킨다고믿고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불면증의 원인을 찾아보면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원인과 만성질환에 동반되는 증상이 주를이룬다는 것을 보면 빛공해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기 보다는 서브인자 - 증상이 나타나는데 도움을 주는 요인-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용한 기사에서 표현된 것과 같이 암의 발병에 대한 연구 역시 3교대 근무자의 유방암 발병이 인공조명에의 과다한 노출시간인지에 대한 확신을 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믿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원인을제공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빛공해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동물의 경우 바다거북과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번식능력의 저하로 개체수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조류의 경우 시각적 오류로 충돌하거나 - 캐나다에서는 주정부 주도하에 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에 건물의 조명을 고등하는 캠페인을 시행하고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5월 조류 충돌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되었다. - 이동 진로의 이탈을 야기 하기도 한다.

2013년 빛공해방지법이 생겨 무분별한 빛들에 규제가 생기면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적어도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도시에서는 골목길을 비추는 불빛이 당연하게 저층주택의 방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없어졌고, 도로 옆의 논, 밭에 불빛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가로등에 차광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이제는 손쉽게 볼 수 있다. 밤 새 켜있던 숙박시설의 현란한 조명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꺼지고 - 소등시간은 도 혹은 시 마다 다르다 - 작물 생육에 중요한 기간, 어류나 곤충의 산란기간에는 소등을 한다는 현수막을 가끔씩 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빛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공조명의 해보다는 혜택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우리의 삶 속에서 낮 만큼 아니 낮보다 더 밤이 중요해졌고 도시인들의 삶의 질은 일몰 후의 시간을 위해 어떤 인프라를 갖추었는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가에 의해 달라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편에서는 불필요한 빛요소를 빛공해방지라는 이유로 제한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도시 브랜딩 혹은 관광 활성화에 의한 경제적 이득을 위한 과다한 빛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상황이다.

야간경관을 위한 빛계획은 어쩌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기 위한 접점, 즉 안전과 보안을 위한 최소한의 밝기와 생태계가 허용하는 최대의 밝기, 혹은 매력적인 야간경관을 만들어내고 생태계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연 경관보다는 도시 경관 속에서 빛계획을 하다보니 사람의 안전이나 사람에게 미치는 빛공해 피해에 대한 고민을 위주로 하게 된다. 노들섬의 맹꽁이 보다는 인적이 드문 수변을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계획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바다거북의 소식을 들으니 반갑기도하고 걱정도 된다. 바다거북 말고도 우리가 살펴야 할 자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또 하나의 숙제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