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윤성용 국중박 신임 관장, “모든 세대, 계층 아우르는 박물관 추구 할 것”
[현장스케치] 윤성용 국중박 신임 관장, “모든 세대, 계층 아우르는 박물관 추구 할 것”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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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해외 전시 추진 예정
장애인 관람 환경 조성‧ MZ세대 겨냥 콘텐츠 준비
특별전 관람료, ‘문화유산과학센터’ 건립 예산 등 고민지점 있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으로 임명된 윤성용 관장이 취임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중박 대구박물관 고고부 학예연구사로 박물관 업무를 시작해 25년 간 박물관의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한 인사로, 박물관 행정 업무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로 주목받았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윤성용 신임 관장 (사진=국중박 제공)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윤성용 신임 관장 (사진=국중박 제공)

지난 11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동에서 개최된 윤 관장 취임 기자간담회에는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윤 관장 및 실단장 각과‧부장들도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윤 관장의 하반기 박물관 운영계획 및 운영 철학, 박물관의 세부적 운영 계획들이 공개됐다.

윤 신임관장의 운영 철학은 ‘열린 박물관’, ‘국립박물관의 세계화’를 주요 키워드로 읽어볼 수 있다. 윤 관장은 “박물관은 모든 세대와 계층이 매력을 느끼며 편안하게 찾아 수준 높은 문화서비스를 즐기고, 서로 소통하며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전했다.

아울러 하반기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핵심 사업으로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누구나 함께 하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감동을 주는 박물관’, ‘세계와 함께 하는, 세계로 나아가는 박물관’, ‘故 이건희 기증품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을 내세웠다.

세대, 장애‧비장애 아우르는 전시 공간‧콘텐츠 준비

윤 관장은 ‘세대와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포용하며 모든 국민이 장벽과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박물관의 의무이자, 지금 시대가 박물관에 요구하는 존재이유일 것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최근 범용디자인(Universal design), 무장벽(Barrier-free) 등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박물관도 이에 발 맞춰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람 환경 개선에 나선다. 장애인 등의 전시 관람을 돕기 위해 수어통역 및 수어전시해설 인력을 배치했고, 상설전시관에 점자 전시자료 및 안내판, 촉각전시품을 확대한다는 예정이다.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도 개발한다. 양방향 소통 기능을 탑재한 전시안내 무인안내기(키오스크)과 연동되는 모바일 시스템도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안내 로봇 ‘큐아이’에 아바타를 활용한 수어 해설 콘텐츠도 확대된다.

박물관은 전시관람 기회 뿐 만이 아니라,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학술적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이를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계획을 밝혔다. 장은정 교육과장은 “박물관은 현재 장애인을 위한 교육공간을 마련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국내 박물관 미술관 중 지금까지 장애인 교육 공간을 운영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 올 11월에 ‘장애인 스마트 강의실’을 마련해 관람객의 문화재 탐구․체험․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저시력자가 볼 수 있는 교안, 장애인 전용 체험 교구들을 제작해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한다”라고 구체적 설명을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취재진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박물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환경적 요인 이외에 경제적 요인도 있지 않겠느냐며, 경제적인 문제는 박물관의 역할이 아니지만 보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윤 관장은 “취약 계층의 박물관 접근성에 대해 경제적인 요인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박물관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말해준 것처럼 취약계층의 경제상황 개선은 박물관의 영역이 아니고, 그 외의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때문에 초청행사를 운영하기 힘들었는데, 상황이 좀 나아진다면 적극적으로 초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라며 박물관 차원의 노력을 설명했다.

‘열린 박물관’에 대한 운영 철학은 박물관이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흥미가 없기 때문에 찾아오지 않는 이들을 향한 방안도 담고 있다. 최근 박물관에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의 방문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을 위한 홍보․마케팅 전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박물관은 새로운 사업 추진계획을 세웠다.

좀 더 다양한 세대의 고객층을 확보하고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젊은 세대를 겨냥한 기획을 준비한다. 전문기관과 대학생(15명)들과의 협업을 통해 ‘20대의 박물관 접근성 강화’를 목표로 한 콘텐츠를 9월 말에서 10월 중으로 기획해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윤성용관장 취임기자간담회 현장
▲국립중앙박물관 윤성용관장 취임기자간담회 현장  (사진=국중박 제공)

‘이건희 컬렉션’ 활용‧보존 계획…시카고 미술관 등 해외 전시 추진 중

지난해 이뤄진 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은 한국 미술, 문화재계에 큰 이슈였다. 국중박으로 기증된 작품도 9,797건 21,613점으로 대규모이고, 질적으로도 뛰어난 문화재가 다수 포함돼 있어 국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국민들의 관심에 부응하고자 박물관은 용산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 이외에 13개 소속박물관에서 순차적으로 특별전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국립광주박물관 전시(10.4.~’23.1.29)를 필두로 해 내년에는 국립대구박물관(’23.4.11.~7.9), 국립청주박물관(’23.7.25.~10.29)에서도 선보이게 된다.

박물관은 ‘이건희 컬렉션’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역할 이외에 ‘이건희 컬렉션’이 가지고 있는 학술적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는 연구조사에도 힘을 싣는다. 윤 관장은 “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속한 전시를 위해 기초 작업인 ‘유물 등록’을 올해 안으로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기증품 식별할 수 있는 고유 등록 코드(LKH)를 부여하고, 모든 유물의 기본정보 작성과 사진 촬영을 진행(7.31. 현재 91%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록이 마무리되면 박물관은 언제 어디서든 이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내년 1월부터 e뮤지엄 등 온라인을 통해 전체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기증품 조사연구의 첫 단계로 올해 말까지 9권의 분야별 목록집*을 발간하고, 점차적으로 장르를 확대해 ’25년까지 20여 권을 발간할 계획 또한 밝혔다.

이건희 기증품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전해졌다. 윤상덕 전시 과장은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서 문의가 있었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도 문의가 있었는데 MET에선 비교적 작은 규모로 전시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우선적으로 국민들이 먼저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국내 전시가 마무리되고 구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 답을 전하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 답을 전하는 실단장 각과‧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박물관의 세계화…해외교류전 및 한국관 운영

용산 이전과 함께 박물관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선보이기 위한 전시를 꾸준하게 개최해왔다. 하반기에는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오는 10월 25일에 개최될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에선 신성로마제국의 황실로 오랫동안 유럽을 대표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할과 영향력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다. 조명. 회화, 공예품, 태피스트리 등 약 96점 전시한다.

또한, 세계문화관 그리스‧로마실을 신설해 4년 간 장기 전시를 진행한다. ‘아프로디테상’, ‘토가를 입은 인물상’, ‘하데스의 문’ 등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소장 그리스․로마 컬렉션 127건이 전시될 예정이다.

국내의 해외 전시품 소개 뿐 아니라, 해외의 국내 소장품 전시 기획도 추진한다. 박물관은 올해부터 기존 지원사업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던 한국실 지원 사업을 이관 받았다. 이에 박물관은 세계 주요 박물관에 한국실 신규 설치 및 한국실 공간 개선, 전시품 차용, 특별전 개최, 전담 인력 채용 지원 등 체계적인 지원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올해는 미국 시카고박물관을 비롯해 북미․유럽권 및 동남아시아의 주요 박물관 6개관을 신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취재진은 사업 이관에 대해 절차상 공백이나 어려움은 없는지 질문했다. 윤 관장은 “이전에는 문체부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박물관의 문화재를 대여해 전시하는 등 협력 구조로 한국실이 운영됐다면, 올해부터는 이 단계가 일원화가 되는 것이다. 이전에도 계속 협력해서 해오고 있던 지점이라 어려움은 없고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이라 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 전시작, 아프로디테상 (사진=국중박 제공)

특별전 관람료, ‘문화유산과학센터’ 설립 등 고민할 사안도 남아

박물관은 2021년 ‘문화유산 과학센터’ 설립 계획에 발표한 바 있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검증을 위한 센터로, 이건희 컬렉션 다량 기증 이후에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조달청까지 함께하고 있는 사안으로 3개의 부처가 고민하다 보니 진전이 더딘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유청석 시설관리과장은 “계획대로라면 9월에 설계가 들어가고 12월에 공사가 착공될 예정이다. 연말에 예산이 정해질 것 같은데, 기재부와 계속 협의 중에 있다. 코로나19 등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 인건비와 재료비가 급등해 적극적인 협의와 소통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유혜선 보존과학부장은 “보존과학센터 설립 뿐만 아니라, 학술인력에 대한 충원도 필요하다”라며 “다량의 기증품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박물관의 환경과 인력 지점에서 모두 요구되는 상황이다. 인력 충원에 있어서도 예산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 했다.

세계문화 특별전, 이건희 특별전 관람 시에 적용되는 관람료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국립기관에서 관람료를 받는 것은 꾸준히 이례적인 사안으로 지적됐던 점이기에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있는 지 물었다.

윤 관장은 “박물관에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질문”이라며 “특별전과 같은 외국 문화재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산이 수반되기에, 자체 예산으로 수급할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관람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전 같은 경우는 예외적인데, 박물관이 예상했을 때 8월 달까지 박물관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22만 정도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건희 특별전을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그 분들이 어느 정도 다른 분들보다 수혜를 보고 있다는 판단을 박물관 측에서 했고, 그것을 관람료의 형태로 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윤 관장은 미술관과 전시관의 상설전시에 대한 영향은 다각도 고민해야할 지점이기에 잘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전했다.

신임 관장의 박물관 운영 철학은 현재 문화계 전반에서 추구하는 트렌드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과 다양한 계층에게 더 열려있고,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문화를 위한 노력이 보였다. 동시에, 국가기관으로서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예산 문제에 있어서 고민 또한 보였다. 관장은 “박물관은 끊임없이 시도하고, 변화해 갈 것”이라며 “많은 기대를 해달라”라며 의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