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을 노동중심으로 본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展
‘광명’을 노동중심으로 본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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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민회관 전시실, 8.19 까지
‘노동’으로 ‘광명’ 재해석…8인 작가 참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우리 삶 속에서 ‘노동’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존재해오고 있을까. 도시 ‘광명’을 노동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각예술 작가들의 관점이 담긴 전시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가 광명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오는 8월 19일까지 개최된다. 김진, 정승혜, 추유선 작가의 공동기획으로 김덕진, 김진, 사랑해, 손혜경, 유아연, 이자연, 정승혜, 추유선 작가가 참여한다. 광명시, 광명문화재단, 경기도,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렸다.

▲유아연, Burlesque - Delivery, 2021 단채널 비디오 29분 9초 (사진=김진 제공)
▲유아연, Burlesque - Delivery, 2021 단채널 비디오 29분 9초 (사진=전시 주관 김진 제공)

전시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서 하안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길목에 있는 아파트 단지는 과거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여성근로자아파트였다. 그 주변은 공단 지역 노동자들을 특화해 지은 거대한 주공아파트 단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현재는 브랜드 아파트로 재건축된 곳이다.

《검은 안개, 출근길에 새어 나오는 깔깔깔 웃음소리》는 산업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광명 지역을 재해석하고, MZ세대 노동에 이르기까지 상실한 도시의 장소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은 기형도 시인(1960~1989)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중 「안개」라는 시에서 옮겨왔다. 공장의 검은 연기와 섞인 ‘안개’는 서울 근교의 소도시에 드리운 산업화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시인 기형도는 안개 자욱한 안양천변에서 구로공단으로 출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랑해, 물거품이 되더라도 당신의 느린 사랑을 기다리기로 한 사람, 150X180cm 종이에 아크릴
▲사랑해, 물거품이 되더라도 당신의 느린 사랑을 기다리기로 한 사람, 150X180cm 종이에 아크릴 (사진=전시 주관 김진 제공)

「안개」가 발표된 지 38년이 넘었다. 지금의 시각예술가들은 기형도 옆에 서서 달라진 풍경을 갖게 된 광명을 바라본다. 지금의 광명은 공단 노동자들의 거주지가 아니라, ‘이케아’나 ‘광명동굴’로 더 자주 오르내린다. 광명이란 공간에 옛 방직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여성근로자아파트가 폐쇄된 지도 몇 해이고, 최근에는 아파트 개발도 확정됐다. 이제 광명에 자욱한 안개는 사라진 것일까. 지금의 예술가가 묻는다.

가리봉동 구로공단은 디지털 산업단지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봉제공장들이 산재해 있다. 최저시급도 안 되는 저임금으로 봉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2차 산업이 쇠락하고 이후 플랫폼 노동이라는 신노동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 플랫폼 노동자도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기는 38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작가들은 시대가 변하면서도 걷히지 않고 있는 이 ‘안개’를 주목한다.

▲추유선, 2+2=0, 2022 단 채널 영상 4분 51초
▲추유선, 2+2=0, 2022 단 채널 영상 4분 51초 (사진=전시 주관 김진 제공)

전시는 자본과 노동의 모순을 이케아의 가구와 같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해 표현하는 손혜경 작가,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고발하는 추유선 작가, 직접 배달노동을 통해 플랫폼 노동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는 유아연 작가, 농사일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자연 작가 등이 함께한다.

‘노동’은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자신의 삶과 예술 작업에서 중요한 키워드이다. 전시는 70~80년대 산업시대 노동 환경에서부터 MZ세대의 노동 현실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의 노동 풍경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며, 이 사회 속 ‘노동’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