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폐지통보 받은 강릉영화제, 영화계 성명서 발표 “영화제는 지자체장 전유물 아니다!”
일방적 폐지통보 받은 강릉영화제, 영화계 성명서 발표 “영화제는 지자체장 전유물 아니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1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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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제작가협회 포함 23개 영화인 협회‧조합 참여
“일방적인 영화제 존폐 결정, 반문화적 행태” 강한 규탄 담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2019년 시작된 강릉국제영화제가 개최를 4개월을 앞둔 지난 7월 강릉시로부터 일방적인 폐지 통보를 받았다. 지난 6월 28일 당선된 김홍규 강릉 시장의 결정 때문이었다. 김 시장은 ‘예산 투입 대비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라는 이유로 올해 영화제 개최를 위해 투입된 30억 원 예산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24억 원의 예산을 회수했다. 거둬들인 예산은 강릉시 출산장려정책에 투입된다는 것이 강릉시 설명이다.

▲2021년 제 3회 강릉국제영화제 폐막식 현장 (사진=
▲2021년 제 3회 강릉국제영화제 폐막식 현장 (사진=강릉국제영화제 제공)

시의 일방적인 통보로 (사)강릉국제영화제는 영화제 지난달 26일 임시총회를 열고 영화제 개최 중단을 결정하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릉시의 예산 및 행정 지원 없이 영화제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사)강릉국제영화제 직원들은 “영화제가 단순히 축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영화산업 발전과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바가 있으며, 한국 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간과한 강릉시장의 일방적이고 근시안적인 결정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명하면서, 영상문화 발전과 지역 창작자 지원이라는 시급한 요청에 강릉시가 노력을 경주하기를 요청한다”라며 “임시총회를 통해 올해 강릉국제영화제는 중단하지만, (사)강릉국제영화제 법인은 당분간 존치하면서 새로운 방향과 진로를 모색하겠다”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사)강릉국제영화제 입장 발표에 이어 금일 17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포함한 23개 영화계 협회 및 조합 관계자들은 성명서를 내고 김 강릉 시장과 강릉시의 독단적 결정을 규탄했다.

갑작스러운 영화제 취소로 올해 강릉국제영화제에 참석을 확정한 국내외 거장 감독 및 해외 주요 영화제 관계자, 국내외 영화인들에게 강릉 뿐 아니라, 한국 영화계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사)강릉국제영화제 직원들의 입장에 힘을 싣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21년 제 3회 강릉국제영화제 현장 스케치 (사진=강릉국제영화제 제공) 

성명서를 통해 영화인들은 “올해는 국제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칸‧ 베를린‧베니스 등 3대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최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주최 측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스스로 먼저 깨고 만 상황이 야기되었다. (중략) 영화제의 존폐를 지자체장이 일방적으로 단칼에 결정하는 것은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관객들의 의사와 권리를 침해하는 반문화적 행태이다”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영화인들은 이번 강릉 시장의 일방적 결정에 대해 유감을 전달하며 “정치권의 오판을 더이상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입장을 표명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4회 개막을 불과 4달 앞둔 강릉국제영화제가 갑자기 사라졌다. 투입대비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강릉시장의 의견에 따라 폐지한 것이다.

폐지 결정 과정은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과 사전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이어서 황망하기 짝이 없다. 문향의 도시 강릉의 정체성을 살려 문학과 영화의 연계점을 축제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영화제 측과 제4회 개막을 기다려 온 해외 및 국내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이 일방적 폐지 결정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강릉국제영화제는 3회를 치르는 동안 강릉시와 영화인들의 준비와 노력으로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던 참이었다. 일례로 ‘영화계의 다보스포럼’으로 꼽히는 ‘강릉포럼’은 어느 국제영화제도 해내지 못하는 국제행사로, 올해는 국제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칸‧ 베를린‧베니스 등 3대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최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주최 측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스스로 먼저 깨고 만 상황이 야기되었다.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와 영화계, 시민과 관객이 함께 만들고 지켜가는 문화자산이다. 영화제의 존폐를 지자체장이 일방적으로 단칼에 결정하는 것은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관객들의 의사와 권리를 침해하는 반 문화적 행태이다.

베니스‧칸‧베를린국제영화제 등은 7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약관을 넘긴 국제영화제가 몇 안 되는 우리의 국제영화제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가운데 강릉 외 다른 일부 지자체에서도 예산 및 행정지원을 내세워 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제영화제를 자신들의 전시품으로 간주하는 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와 한국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부 지자체장의 반문화적‧근시안적 행태를 성토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정치권의 오판을 더이상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바이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여성영화인모임, (사)영화수입배급사협회, (사)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영화협의회, (사)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사)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사)한국영화감독협회, (사)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사)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사)한국영화음악협회,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사)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한국영화조명감독협회, (사)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사)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사)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사)한국영화학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