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 흩날리니 그 향기 그윽하네
매화꽃 흩날리니 그 향기 그윽하네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1.26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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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김덕수'디지로그 사물놀이' 언론시사회 개최,홀로그램 이용 놀라운 4D영상 선보여

‘디지로그 사물놀이 : 죽은 나무 꽃피우기(이하 디지로그 사물놀이)’ 언론시연회가 종로구 사직동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렸다.

26일에 펼쳐진 이 공연은 자연의 전통적 흐름을 상징하는 사물놀이에 3차원 입체영상 기술을 접목시킨 것으로써 외국의 3D 기술보다 더 진보한 4D형태로 알려져 있다.

인기영화 ‘아바타’와 같은 기존의 3D 입체 영상은 안경을 끼고 보는 형태로 영상에만 국한되어 가상세계만을 표현하는 반면, 이번 ‘디지로그 사물놀이’는 커다란 무대가 안경을 대치하듯 우리의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공존하는 것이다.

공연을 지켜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면상의 홀로그램들이 소리의 강약이나 장단에 따라 변화하는 ‘사운드 센싱’ 기술이다. 튀어나와 보이거나, 혹은 원근감만을 살린 일련의 3D와 달리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살아있는 실체 그 자체였다.

중반부에 나오는 외국 무용수(입체 홀로그램)와 우리나라 무용수가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바로 어떤 춤에도 다 맞출 수 있는 리듬을 가진 전 세계 유일한 음악이 사물놀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극의 후반부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나와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장면은 진풍경이었다. 화면에서 매화꽃들이 수없이 휘날리는 동시에 공연장 전체에 진동하는 매화꽃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시각적인 즐거움뿐만이 아닌 현실과의 공존을 표방하는 4D라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느껴질 정도의 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탭댄서 박상빈 씨의 화려한 춤을 시작으로 극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다 함께 춤을 추면서 공연은 끝이 났다. 춤을 추는 도중에 배경으로 나오는 시의 한 구절 같은 글귀들은 언론시연회 당일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써 마지막 무대도 갑작스런 그의 아이디어로 진행된 것이라고 한다.

완벽한 연극이었지만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옥의 티로 남았다. 장비상의 문제로 공연 시작이 20분정도 지연되었으며, 중간 중간 홀로그램 영상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거나 잘리는 현상들이 보이기도 했다.

극의 대본과 진행을 맡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국가의 특별한 지원 없이 개개인이 어렵게 제작하다보니 부족한 점이 있다. 오히려 이렇게 잘못된 부분들을 더 지적해주는 것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동시에 조그만 부분에서도 박수갈채를 보내주면 국가가 ‘이것이 우리의 미래구나’하고 느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라며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올해 5월에 열리는 ‘제2차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에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때는 지금 영상에서 살짝 수정하는 수준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바뀌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 고 힘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장 말말말

“현재 공연하는 스크린의 가로 50배 정도의 크기까지 공연이 가능하다. 비용적인 문제가 따라 어려움은 많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많이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최은석 (주) 디스트릭트 대표이사, 시연회 시작 전 인사말 중에서)

“작업 중에서 의외로 제일 쉬웠다. 30년을 하면서 몸에 밴 사물놀이다. 원래 사물놀이 4가지 악기를 다 해왔으니 늘 하던 것처럼 했다. 그냥 장구파트만 따로 혼자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덕수 한국 전통 음악 연주가, '극 중 세 명의 가상현실과 주고받으며 연주하는 부분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매화꽃 피우는 장면이 제일 중요한 장면이라고 오늘 처음 들었다. 그래서 홀로그램 효과를 극대화하기위해 노래를 부르다가 멈추다가 부르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했다.” (안숙선 명창,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극의 소감을 묻자)

“이번 공연에서 김덕수 씨와 마찰도 있었다. 30년 간 고집해오던 문화재로서의 사물놀이를 지키고픈 마음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물놀이를 체험해야 한다는 입장 차이였다. ‘디지로그 사물놀이’는 사물놀이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사물놀이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극 중간에 비발디와 사물놀이의 협연을 들어봤겠지만, 서로의 엇박자에서 또 다른 매력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제작 당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비디오와 달리 4D 기술은 '육체감'을 느낄 수 있다. 동상이나 건축물 따위 없이도 백년, 천년 후의 후대들에게 안숙선 씨의 목소리나 김덕수 씨의 열정을 그대로 생동감 있게 보여줄 수 있다. 시간 앞에 한 없이 무력한 육체를 디지털화 시켜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바로 디지로그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영원한 삶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마무리 인사말을 하며)

서울문화투데이 박기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