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촬영장 된 청와대, 누리꾼들 “청와대가 ‘창경원’ 됐다” 개탄
화보 촬영장 된 청와대, 누리꾼들 “청와대가 ‘창경원’ 됐다” 개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23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탁현민 전 비서관 SNS 통해 “국가 품격 떨어뜨려” 강도 높은 비판
문화재청 “130여년 역사를 가진 패션지, 한복의 새로운 시도 될 것이라 판단”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청와대 활용방안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패션지 보그지(VOGUE)의 화보 촬영 장소가 돼 누리꾼들 사이 공분이 커지고 있다. 보그코리아 공식홈페이지에 청와대 화보가 공개된 날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이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이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청와대 영빈관 배경 보그코리아 화보 (사진=보그코리아 제공)

탁 전 청와대 의전 비서관은 SNS 글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청와대 개방’을 ‘청와대 폐쇄’라고 명명하며 현 사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역사의식과 인문적 소양이 없는 정치권력이 얼마나 국가의 품격을 떨어트릴지 슬프지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공개된 패션지 보그 코리아의 화보는 청와대 본관, 인왕실, 영빈관, 상춘재, 녹지원 등의 배경으로 촬영됐다. 화보 촬영에는 모델 김원경, 한혜진, 김성희, 오송화, 이애리가 참여했다. 화보는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사진과 함께 청와대 주요 공간에 대한 설명들로 구성됐다.

해당 화보를 마주한 누리꾼들은 “신선하다”라는 반응을 전하기도 했지만, 다수의 누리꾼들은 “국격이 떨어졌다”, “청와대가 창경원이 됐다”라는 등의 비판과 우려의 입장을 전했다.

▲청와대 화보 촬영 논란 기사 관련 댓글 캡처

이러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탁 전 청와대 행정비서관의 의견과도 이어진다. 탁 전 비서관은 “청와대라는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상징적 공간을, 과반의 국민적 동의 없이 폐쇄한 것이다. 다만 폐쇄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개방이라는 허울로 포장하여 역사적으로 단절시켜 버린 것이다. 이러한 권한은 누구도 부여한 바가 없다”라며 ‘청와대 개방’ 자체에 대해 강도 높은 지적으로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 개방은) 장기간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일이었다. 그것을 단순무식하게 ‘폐쇄’하고, 땜빵식으로 건물을 꾸미고 날림으로 건물을 구성하고, 검증되지 않은 채 설비를 서두르는 것. 결국 청와대 폐쇄는 아마도 윤석열 정부의 시작은 물론, 정부가 끝난 이후에도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화보 촬영 논란 기사 관련 댓글 캡처

끝으로 탁 전 비서관은 “새 정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청와대 관람객이 얼마가 들었다며 자랑하고, 뜬금없는 공연을 하고, 근거가 박약한 경제효과를 들먹인다. 전에도 말했듯 일본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고 사쿠라를 심고, 벚꽃가지를 흔들며 야간 개장행사를 했듯이 아마도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청와대와 용산 사이에서 엄한 짓들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만든 이유는 식민지 백성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면서, 대한제국의 권위를 떨어트리고, 새 권력인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호감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과연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폐쇄는 어떤 이유인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청와대 접견실 배경 보그코리아 화보 (사진=보그코리아 제공)
▲청와대 접견실 배경 보그코리아 화보 (사진=보그코리아 제공)

논란이 심화되자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23일 설명 자료를 발표하고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알리는 브랜드 사업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의 일환으로 경복궁과 이어진 ‘왕가의 길’ 등을 주제로 한복 패션 협업 홍보를 추진한 것”이라며 “협력 매체인 ‘보그지’는 13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전 세계 27개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 패션잡지로 동 잡지에 한복의 새로운 현대적 해석과 열린 청와대와 함께 소개되는 것도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추진단은 해당 논란을 의식한 듯 “이러한 취지에서 기획된 동 촬영이 청와대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인가와 그 효과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우려에 대해 문화재청 청와대개방추진단은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라며 “향후 청와대에서의 촬영 및 장소사용 허가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보다 면밀히 검토해 열린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