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청주관, 《전시 배달부》展…미술관 ‘이동‧개방’ 역할 주목
MMCA청주관, 《전시 배달부》展…미술관 ‘이동‧개방’ 역할 주목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8.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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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관 주제기획전, 8.24~2023.1.29.
미술품수장센터 특성 활용, 미술-이동성 연관성 고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미술품수장센터의 특성에 주목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만이 가진 성격을 전하는 주제기획전이 시작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에서 주제 기획전 《전시 배달부》를 24일 개막해 2023년 1월 29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공공프로그램 '삼청로 30, 미술관 앞' 사진 아카이브, 2020~2021, 자료출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정책연구과
▲공공프로그램 '삼청로 30, 미술관 앞' 사진 아카이브, 2020~2021, 자료출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정책연구과 (사진=MMCA 제공)

이번 기획전 《전시 배달부》는 미술관의 다양한 활동 중 ‘이동과 개방’에 주목해 미술품수장센터의 역할에 새롭게 접근해본다. 《전시 배달부》는 현대사회의 배달 문화를 미술과 미술관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전시다. 항로의 발견과 이동 수단의 발달, 무역과 물류 제도는 ‘미술관 탄생’에 기여했고,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전시는 이러한 역사를 토대로 미술(관)과 이동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이동의 특징적 활동인 ‘배달’과 미술관의 주요 기능인 ‘전시’를 연결해 두 교차지점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을 조망해본다.

전시는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미술관을 배달합니다’ 에서는 구현의 전시, 교육 등 여러 프로그램을 배달의 관점에서 조명해 공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1990년 문화부 출범에서부터 현재까지 미술문화를 보급하고 대중과의 연결을 확장하기 위한 공공지원 사업 등을 주목하며, 이를 통한 미술관의 공적 기능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마르셀 뒤샹, 여행용 가방, 1941, 미니어처 인쇄물, 여행가방 등, 39.1x34.9x7.6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마르셀 뒤샹, 여행용 가방, 1941, 미니어처 인쇄물, 여행가방 등, 39.1x34.9x7.6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MMCA 제공)

두 번째 ‘통신, 미술을 하다’에서는 소통을 전제로 하는 통신 매체로 초국가적 교류를 실험한 20세기의 주요한 작품을 선보인다. 최첨단 통신 기술의 발달은 상호 연결, 소통, 시공간의 초월을 가져왔고,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적극 도입해 미술영역을 확장했다. 본 장은 배달의 영역을 소통과 교류라는 측면으로 확대해, 선구적인 통신 미술의 자취를 조명한다.

작품의 복제본을 제작하고 유통함으로써 원본성과 아우라를 중요하게 여겼던 당시의 미술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1960~1970년대 플럭서스 운동,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1941) 등이 전시 되고, 팩시밀리를 통해 각 대륙의 작가들과 평화의 메시지를 교류한 초국가적 통신 미술 요셉 보이스, 앤디 워홀, 카이 히가시야마의 퍼포먼스 <글로벌 아트 퓨전>(1985)도 선보여 진다. 상호 교류 장치로서 텔레비전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백남준의 1980년대 작품 <X1, X2>는 통신의 기본적 특성인 소통의 확장을 상징한다.

▲함경아, 나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2009~2010, 천에 북한 손자수, 163.7x213.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함경아, 나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2009~2010, 천에 북한 손자수, 163.7x213.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MMCA 제공)

마지막 공간 ‘미술이라는 배달’에서는 미술과 배달을 다양하게 연결한 동시대 작품을 통해 배달을 미술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해 보기를 제안한다. 배달은 물리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의 전송, 예술의 유통, 자본주의와 첨단 물류체계 등 미술과 사회의 시의적 접점을 짚어내는 매개가 됐다. 10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했으며 2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에서 배달은 소통과 개방, 이동 체계와 미술의 관계, 미술(관)과 공공을 두루 살피며 미술의 본질적 기능을 질문한다. 역사적으로 권력자의 전유물이었던 미술(관)은 점차 개방·공유되면서 대중의 공유물이 됐다. 《전시 배달부》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예술의 매개자인 관람객을 전시 배달부로 설정해 새로운 소통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시도를 담는다.

▲MMCA 청주관 보이는 수장고, 이건희컬렉션 전경
▲MMCA 청주관 보이는 수장고, 이건희컬렉션 전경 (사진=MMCA 제공)

한편, 청주관 2층에 위치한 ‘보이는 수장고’를 감상에 용이하도록 공간을 재조성한다. 오는 9월 6일부터 2023년 12월까지 ‘MMCA 이건희컬렉션’의 대표작을 3차례 전시한다. 전시될 작품은 1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2부 박생광의 <무속> 외 2점, 3부 백남순의 <낙원>과 이상범의 <무릉도원>을 아카이브와 함께 보여줄 계획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전시 배달부》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단어인 배달이 미술과 만나 만들어내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미술의 본질적인 기능을 다시 살필 수 있는 기회일 것이며, 미술관을 작동시키는 가장 중요한 매개자인 관람객과 함께 새로운 미술관의 소통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히며 “보이는 수장고 개편을 통해 장기간 외부 노출로 인해 작품 훼손의 위험이 있었던 이건희컬렉션을 항온항습이 유지되는 수장고에서 보존하며 소장품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관람 방법으로 한국미술의 진수를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라고 언급했다.